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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현석의 청량한 목소리가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

예나는 부스스한 얼굴로 나른하게 말했다.

“현석 씨, 배고 파요.”

현석이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만 더 누워있어요. 내가 밥 차려줄 게요. 30분 정도만 기다려요.”

예나는 다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0분이면 다시 눈을 붙여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눈을 감은 예나는 반수면 상태에 들어섰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어렴풋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의 그녀는 무력하게 산길을 걸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산이고, 겹겹이 둘러싸인 나무숲에서 예나는 어디로 걸어야 할지 몰랐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예나는 무력감으로 바닥에 넘어질 것 같았다.

이게 꿈인 걸 알아차린 후로는, 꿈에서 깨기 위해 발버둥 쳤다.

꿈속에서 드디어 몸을 일으킨 예나는 천천히 늪을 지나 평탄한 길을 걸기 시작했다. 다시 눈을 뜨려고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때, 갑자기 눈앞을 스쳐 지나는 형체가 있었다. 박쥐 여러 마리가 그녀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았다. 예나는 주변에 놓인 아무 물건이나 손에 쥐고 허공을 휘저었다. 박쥐 떼는 쉴 틈 없이 그녀를 덮치고 예나는 겨우 이리저리 몸을 피하다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의 풍경은 방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박쥐 떼가 보이지 않았지만, 구불구불한 산길 위에는 서슬 퍼런 눈의 늑대가 보였다.

섬뜩한 눈길로 끈질기게 예나를 바라보고 있는 늑대는 바로 그녀를 덮칠 것만 같았다.

늑대의 본성상 예나가 조금의 연약함을 보인다면, 바로 먹잇감으로 정할 것이다.

예나는 어느새 이게 꿈속이라는 생각도 잊어버렸다.

손에 쥔 칼을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아!!”

어린아이의 비명이 들렸다.

“예나 씨, 지금 뭘 하는 거예요!”

허공을 가로 지나는 긴박한 목소리가 들리고 예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그녀는 안방 침대가 아닌…… 세윤의 방안에 서 있었다.

맨발로 세윤의 침대 옆에 선 그녀의 손에는 과일칼이 들려 있었다…….

콰당-

과일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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