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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3화

이튿날, 설 음식이 푸짐하게 준비되었다.

점심을 마치고 서씨 가문으로 인사를 갈 계획이었으나, 강씨 그룹이 화제의 중심인만큼, 별장 주변은 기자들로 둘러싸였다. 그들은 도예나가 나타나기 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숙은 일부러 전화를 걸어 며칠 뒤에 인사하러 오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한가로운 오후가 찾아오게 되었다.

“형, 며칠 뒤 회사를 물려받을 준비 되었어?”

제훈이 덤덤하게 세윤에게 물었다. 세윤은 조금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은…….”

“준비가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된 거지. 조금은 뭐야?”

세훈이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에 위기 대처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세윤이 마지못해 말했다.

“설 연휴인데 좀 쉬면 안 돼?”

“오빠 혼자 놀아. 나도 피아노 연습해야 해.”

수아가 눈을 깜빡였다.

“아빠가 설 연휴 끝나고 콩쿠르에 참가하라고 했어. 그래서 연습 바짝 해야 해.”

세윤의 표정이 축 처졌다.

세훈은 늘 굳은 얼굴로 지내고, 제훈은 무뚝뚝했으니, 세윤의 단짝은 수아였다.

그러나 수아마저 피아노 연습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오빠가 되어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지.’

“그래!”

세윤은 큰 결심을 내린 듯 말했다.

“형이랑 제훈이가 함께 테스트해 줘. 테스트를 못 넘기면 오늘 저녁 안 먹을 거야.”

현석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못 넘기고 엄마 찾지 말고.”

“안 그럴 거예요!”

세윤이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이젠 다섯 살이 되었는데 어리광 안 피울 거예요!”

예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세훈이 몸을 일으켰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테스트해.”

제훈도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인터넷에서 전형적인 테스트를 찾아봐야겠어.”

의지가 넘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세윤은 조금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거실에는 수아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오고, 세윤은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랑 같이 나가서 좀 걸어요.”

현석이 예나를 끌어안고 귓가에 말했다. 그러나 예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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