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영은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 초췌한 모습은 많은 네티즌의 동정을 불러왔다.강씨 그룹이 언론을 막아도, 네티즌들의 눈을 막을 수는 없었다.장서영은 돈을 먹여 라이브 방송이 더 큰 화제가 되도록 했고, 시청자 수가 많아질수록 인터넷이 들끓었다.[집안 어른을 폭행? 말도 안 돼!][장서영 대표 전에 기사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세련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오늘 너무 딱해 보이 더라고.][도예나는 강씨 그룹 사모라는 신분으로 막 나가도 된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잠깐만, 도예나랑 강현석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그냥 루머일 뿐이야.]인터넷에서 소문이 무성해지고, 각종 추측이 남발하고 있었다.웅웅-탁자 위에 올려 둔 예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현석이 수신자를 흘깃 보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아버님.”“예나는?”장서원의 목소리가 조급했다.“여론이 점점 더 안 좋게 굴러가고 있어. 예나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세요. 아버님.”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잘 처리해 볼 게요.”장서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장서영이 먼저 예나와 돌아가신 엄마를 모욕했다고 하더라 구나. 그래서 예나가 갑자기 손을 댄 것인데…… 예나가 나선다면 여론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알겠어요.”통화를 종료한 현석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는 예나가 정말 사소한 일로 장서영에게 손을 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현석은 핸드폰을 다시 조심스레 탁자 위로 올려 두고 본인의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향했다.찬 바람이 뼛속까지 쌩쌩 불어오는데 현석의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장서영과 이지원이 최근 몇 년 동안 벌인 온갖 더러운 일을 한데 모아 동영상을 만드세요. 동영상을 바로 장서영 이메일로 보내, 3시간 내로 여론을 뒤집지 않으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세요.”“네, 알겠습니다!”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빠르게 움직였다.현석
“싫어요! 오늘 저녁까지 놀기로 약속 했잖아요!”승한은 집 기둥을 안고 떼질 썼다.“수아랑 더 놀 거예요. 아직 채 못 놀았단 말이에요!”하은도 거들었다.“엄마는 왜 약속 안 지켜요? 저녁 7시까지 놀 거예요!”강씨 가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4인방이었다. 수아는 예쁘고 귀엽고, 제훈은 똑똑하고, 세훈은 큰 오빠처럼 아이들을 살폈고, 세윤은 제일 재밌는 친구였다. 오늘 강씨 별장에서 열린 파티에 거의 모든 친구가 참석했다.예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문 앞에 선 사모님들이 시선을 돌렸다.얼굴에 두 흉터가 생겨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타고난 아우라,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자태.“승한이 어머님, 하은이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파티가 끝나면 기사 아저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줄 거예요.”예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아이들끼리 파티를 하는 모양인데, 조금만 더 놀게 하면 어떨까요?”그녀의 목소리는 잠결에 잠겨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사모님들의 표정이 조금 착잡해 보였다. 인터넷은 난리가 났는데 강씨 사모인 예나는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아 보였으니.네티즌들이 예나를 폭행범으로 몰아가고 있어, 사모님들은 제 아이들이 걱정되어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었다.그러나 예나의 나긋나긋한 말투는 장서영이 묘사한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승한이 엄마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새해라고 아이 외할머니가 아이가 보고 싶다고 찾아와 서요. 승한아, 빨리 엄마랑 돌아가야 지!”인터넷에 도는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은 잘 몰라도 일단 예나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승한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걸어가자, 제훈이 말했다.“먼저 돌아가. 앞으로 파티는 또 있을 거야.”승한이 입을 삐죽였다.“제훈아, 진짜지?”“제훈이가 언제 우리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하은이 대답을 가로챘다.“그럼 약속한 거다? 다음 파티에도 우릴 다 초대해야 해!”아이들은 마
“엄마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제훈의 어리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들렸다.현석은 예나 앞에서 꾸몄던 평온함과 침착함을 지우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제훈아, 아빠도 방법을 찾고 있어.”현석은 수많은 전문가에게 연락을 돌렸으나, 그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바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다른 방법은 바로 복용하는 약의 용량을 늘려 몸속 들끓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런 약은 큰 부작용을 동반했고, 용량을 늘릴수록 신경을 자극했다.“아빠, 먼 곳에 있는 무녀 한 명 알고 있어요.”제훈이 천천히 말했다.“무술로 인체 혈액을 교체할 수 있대요. 혈액을 교체하고 나면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제훈아…….”현석이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혈액 교체…… 현대 의학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고대부터 물려 온 무녀들의 의술 또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아빠, 이러다가 엄마의 감정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고, 엄마가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면요?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하겠어요? 반복적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엄마도 많이 지칠 거예요.”“계속 고통받으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한번 시도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현석이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제훈아, 그러다가 수술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엄마가 수술대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떡해? 혈액 교체 후 다른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떡하려고?”“이 상태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제훈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빠, 며칠 더 고민해 보세요. 저도 무녀와 더 얘기를 나눠보며 리스크가 어떤지 잘 알아볼 게요.”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문을 열자, 세윤이 데굴데굴 굴러들어 왔다. 아이는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 마디도 못 들었어요…….”제훈이 덤덤한
제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엄마, 제가 여러 패키지를 찾아봤어요. 집순이들이 좋아하는 힐링 관광지가 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을 거예요.”강씨 가족이 신혼여행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때에도 인터넷의 열기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사건이 발생한지 반나절이 지났다. 각종 매체는 눈치를 보며 리트윗을 시도했고, 강씨 그룹이 더 이상 제재를 하지 않자 더 대담하게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허, 이번에야 말로 도예나를 철저히 무너뜨릴 거야!”장서영은 병실 침대에 누워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감히 내 뺨을 때려? 도예나가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거야.”태어나서 부터 장씨 가문 유일한 아가씨였던 장서영은, 줄곧 애지중지 자라서 이씨 가문에 시집을 갔고, 성남시 모든 여자의 부러움을 샀다.비록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장서영은 바로 이혼하고 해외 연수를 했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장씨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늘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던 장서영의 유일한 허점이 바로, 며칠 전의 표절 사건이었다. 그녀는 예나 때문에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때, 도예나 얼굴을 갈겨 버렸어야 했는데 기회가 없었어. 이번이야 말로 제대로 된 기회야!’‘비록 내 체면을 깎는 일이지만, 그렇기에 타격이 더 큰 것 아니겠어?’카리스마 넘치는 비지니스 우먼의 이미지가 친 조카의 폭행으로 얼룩지게 되겠지만, 증거가 버젓이 보이는 만큼 네티즌들이 그녀의 편을 들게 뻔했다.“도예나는 세계적인 비호감이 될 거예요.”이지원이 과일칼로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사람을 보내 강씨 별장 앞에서 난동을 부리게 할 거예요. 썩은 계란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게 하고, 도예나가 감히 외출이라도 하면 바로 해코지하라고 지시할 거예요. 어차피 네티즌들이 우리 편인데 우리가 지시했을 거라고는 못 할 거예요.”장서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여론이 우리한테 유리한데 굳이 일을 만들지 말 거라. 괜히 말썽을 부려 불똥이 튀게 하지 말고.”지원은 얌전히 고
“엄마…… 아빠가 술 마시고 폭행해서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지원이 입술을 덜덜 떨며 물었다.단지 그 이유 하나로 지원은, 오랜 세월 동안 친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지원은 가정폭력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버지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버렸다고만 믿었는데…….동영상에 따르면, 장서영의 이혼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장서영이 바람을 피운 사실이었는데, 그 이유 때문에 참지 못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가정폭력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고, 아버지가 가해자가 되어 평생 죄인 취급을 받았다.“엄마, 이 영상, 진짜예요?”장서영이 차갑게 말했다.“10여 년 전의 일을 굳이 해석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이지원, 뒷부분은 네가 유학 기간 벌였던 일에 관한 내용이야. 비싼 돈 주고 유학을 보냈더니, 해외에서 돈을 흥청망청 써버려? 겨우 그런 식으로 공부한 거니?”지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설민준과 헤어지고, 지원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3일에 한번 남자 친구가 바뀌고, 일상이 술집 아니면 클럽이었다. 예쁜 얼굴 덕에 술집을 가면 수많은 남자들이 대시를 했고, 남자의 얼굴이 반반하면 지원은 큰돈을 꽂아주고 호텔로 향했다.‘이 어처구니없는 생활은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흑역사를 모두 찾아낸 거지?’마지막 몇 분 동안, 클럽에서 찍힌 지원의 사진과, 클럽에서 남자와 몸을 섞는 영상과, 여러 남자들과 호텔로 향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이 5분 영상이 공개된다면, 지원과 장서영, 두 모녀는 네티즌들에게 처살 당할 게 뻔했다!“엄마…… 그러지 말고 이 영상을 누가 보내왔는지 확인해 봐요.”장서영은 화를 참으며 이메일을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 한 줄의 글을 읽었다.“3시간 안으로, 도예나를 향한 악플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이 영상을 유출할 것이다.”“빌어먹을!”장서영은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던졌다.행동이 너무 크다 보니 손등에 있는 바늘이 뽑혀 피가 지원의 얼굴까지 튀었다.“엄마, 이건 도예
인터넷이 또다시 발칵 뒤집어졌다.장서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과로로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에서 누군가가 저를 폭행했고, 저는 당연히 제 조카 도예나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고 발생 전, 회사 회의실에서 도예나 씨와 작은 언쟁이 있었고, 저는 도예나 씨가 장씨 그룹 후계자가 된 사실에 불만을 품었기에 도예나 씨의 소행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하지만 사건 발생 후, 자세한 조사를 거쳐 회사 내부로 들어온 취객이 아무 이유 없이 폭행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일은 모두 취객의 소행으로, 도예나 씨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질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렇게 라이브를 켜게 되었습니다.”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네티즌들이 아니었다.[혹시 협박당한 거면 눈을 깜빡여봐요!][강씨 그룹이 큰돈을 먹여 장서영을 매수한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이런 거짓 방송을 하는 거야.][강씨 그룹은 참 대단해.]……댓글 상황을 읽은 장서영은 몰래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봐봐! 내가 아무리 해석해도, 네티즌들은 모두 내 편이야. 내가 바로 제일 무고한 사람이야!’라이브 방송을 종료 하려는데, 지원이 장서영에게 말했다.“엄마, 이메일이 또 왔어요.”이번에는 오직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걸 보니, 장서영 씨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나 보군요.”장서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렇게 해명 라이브도 했는데, 도예나 이 빌어먹을 녀석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거야?’홧김에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었으나, 장서영은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그러다가는 본인과 딸의 흑역사가 만천하에 공개될 테니.주먹 쥔 손을 부르르 떤 장서영이 다시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예나는 아주 연약한 여자아이예요. 뺨 한 대로 저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합니다.”“제 키가 172cm이고, 예나는 대략 165cm 정도입니다. 일상에서 이런 키 차이를 가진 분들이 폭행을 행사할 수 있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인터넷의 열기가 점점 가라앉고, 밤은 점점 깊어 졌다.예나는 베란다 창문에 기대어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회사 새 프로젝트의 코드를 쓰고 있었다.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녀는 가장 기분이 좋았다.멍멍멍!창밖에서 갑자기 들개의 짖은 소리가 들려왔다.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자 주변 여러 개가 동시에 맹렬히 짖어 댔다.창문을 열어보니 별장 주변에 떠돌이 개 여러 마리가 모여 있었다.무슨 이유인지 짖음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예나는 점점 화가 났다. 인상을 찌푸린 그녀는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탁자 위에 놓인 과일칼이 보였고, 그녀는 성큼 다가가 칼을 손에 쥐고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 뚝 멈춰 섰다.‘몇 번 짖었을 뿐인데, 나 지금 개를 죽이려고 한 거야?’‘어떻게 이런 무서운 생각을 할 수 있어?’“어디에서 몰려온 들개들이야? 훠이 훠이. 저리 가!”양 집사는 도우미들을 시켜 들개를 내쫓았다.예나는 드디어 조용한 근무 환경을 되찾았다.현석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잔뜩 인상을 찌푸린 예나가 수심 깊은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는 게 보였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현석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예나가 짖음 소리에 마음이 심란해졌을 거라고 예상했었다.조심스레 다가온 현석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달빛이 참 예뻐요. 산책이라도 할까요?”예나는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예나가 외투 하나를 꺼내 입으며 말했다.“그래요, 좀 걸어요.”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정원으로 향했다.별장은 산 중턱에 자리 잡았고, 입구를 나가면 바로 공원이 있었다. 공원 울타리에 서면 전체 성남시가 한눈에 들어왔다.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하늘 아래에는 네온등이 도시를 수놓았다. 성남시는 원래 야경이 예쁜 도시로 손꼽혔다.그러나 예나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울타리에 몸을 기댄 예나는 갑자기 괴상한 생각이 들었다.‘여기에서 뛰어내린다면 해피 엔딩일까?’“예나 씨, 우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서슬기였다.무슨 악연인지, 밤 산책에 마주치다니.예나는 모르는 척 지나가려고 했으나, 서슬기 일행은 어느새 몸싸움으로 번지고 있었다.주현무가 손을 들어 세게 뺨을 내리쳤다.“내가 때리면 뭐? 서슬기, 내가 말해 두는데, 네가 서씨 가문 딸이라고 해서 내가 오냐오냐 해줄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애초에 정말 너를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야. 결혼은 집안사람들이 하도 윽박질러서 한 거라고, 알아?”주현무 옆에 선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서슬기 씨, 아이 낳고 나서 몸이 다 망가졌다면서요? 현무 오빠가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역겹다고 그러더라고요. 같이 있어도 아무런 감정이 안든 다고…… 서슬기 씨는 그냥 얌전히 주씨 가문 사모로 계세요. 저는 현무 오빠를 도와서 사교 모임도 참가하고, 이것저것 도움을 줄게요. 서로 나쁠 건 없잖아요.”서슬기는 울화가 치밀어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여태껏 이혼하지 않은 건, 절대 내연녀 뜻대로 해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주현무는 점점 더 과분한 행동을 취했다. 집에서 폭행하더니, 이제는 밖에서도 스스럼없이 주먹을 휘둘렀다.서슬기는 너무 화가 나서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몸을 날렸다.주현무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서슬기의 머리카락을 확 낚아채며 말했다.“어이, 우리 두 가문 관계를 무너뜨릴 생각이 없다면, 얌전히 주씨 가문 사모로 살아. 조용하게.”“내가 주씨 가문 사모 자리에 벌벌 떠는 줄 알아? 너 같은 쓰레기는 죽어야 해!”서슬기는 손톱을 세우고 주현무를 할퀴었다.그러나 아무리 매섭게 공격해도, 성인 남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치열한 몸싸움에서, 서슬기는 또 뺨을 두 대나 맞았다.주현무가 다시 손을 들자, 하얀 손이 주현무의 팔목을 휘어잡았다.“쓸데없는 참견 말고, 갈 길 가세요.”주현무가 말하며 고개를 돌리다가 뚝 멈춰 섰다.“도, 도예나 씨.”황급히 손을 거둔 주현무가 바로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이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