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의 이치는 본인이 반성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야 했다.“삼촌, 할아버지, 진짜 다들 너무 하세요!”이지원이 이를 악물었다.“엄마가 장씨 그룹을 위해 뼈가 부서지게 일하고 평생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며 살았는데, 그냥 말 한마디로 해임이라니요! 엄마가 지금껏 한 노력을 모두 무시하는 거 잖아요! 내가 엄마 딸이라, 성이 장씨 성이 아니라, 이런 무시를 당해도 되는 거예요?”장서원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장대휘가 덤덤하게 말했다.“지원아, 차라리 해외에 나가 공부를 더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세상을 더 넓게 보고 나면 오늘 일을 이해하게 될 것이야.”지원이 회의실에서 분노를 쏟아낼 때, 장서영은 빠르게 회의실을 벗어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예나를 찾았다.띵동-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예나가 안으로 들어서려 는데 장서영이 앞길을 막아섰다.“할 얘기가 있어.”예나가 걸음을 멈추고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고모가 저한테 하실 말씀이 남았나요?”“언제 증거들을 입수한 거니?”장서영이 차갑게 물었고 예나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고모가 리조트 프로젝트에 태클을 걸기 시작하고, 저도 석유 프로젝트에 사람 붙여 봤어요. 사고 이튿날에 모든 증거를 이미 수집했죠.”장서영이 이를 악물었다.“정말 꽁꽁 잘 숨겼구나! 용케 오늘까지 참아 터뜨리고.”“그때 바로 터뜨렸다면 고모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입막음을 했겠죠?”예나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후 대처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고모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 일에 태클을 거는 것보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고모, 앞으로 나나 명훈이 일에 신경을 끄고 본인 딸이나 더 챙기세요.”장서영이 두 주먹을 꼭 쥐고 물었다.“지금 날 가르치려는 거니?”“가르친 다기보다는 선의의 조언이랄까요.”예나가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로 나나 명훈에게 다른 수법을 부린다면 가족이고 뭐고
도예나가 더 이상 여유만만한 표정이 아니자 장서영은 입꼬리를 올렸다.본인이 예나의 아픈 곳을 찾았다는 표정을 지은 장서영이 입을 열었다.“20년 전, 네 어머니가 장씨 가문 사람을 꼬드긴 일을 왜 말하면 안 된다는 거지? 도예나, 네가 아무리 강씨 가문 사모라고 해도 사생아인 사실은 바꿀 수가 없어! 정말 도씨 가문도 딱하지. 사생아를 키워났더니만 그룹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도씨 가문 사정은 모른척하지…….”예나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장서영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맷집이 좋은 장서영이라고 할지라도 몸을 휘청일 지경이었다.장서영은 엎어치기로 넘어진 후라 몸의 평행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뺨을 맞은 장서영은 엘리베이터 옆의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머리가 웅웅거렸다.벽을 잡고 겨우 고개를 돌린 장서영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감히 날 때려? 도예나, 네까짓 게 감히…….”“때리는 게 뭐 어때 서요?”예나가 앞으로 다가가 장서영의 머리카락을 확 낚아챘다. 그녀의 눈빛은 온기 하나 없었다.“날 모욕하고도 모자라 내 어머니를 거들먹거려요? 누가 감히 내 어머니를 모욕해도 된다고 했나요?”장서영은 잡힌 머리카락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새파랗게 어린 후배에게 머리가 뜯기는 상황이라니!“여기요! 여기 좀 와봐요!”장서영은 체면이고 할 것 없이 도움을 요청했다.이제 와서 장씨 그룹 대표 이미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장서영은 단지 세상 사람들에게 도예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어른에게 손찌검하는 후배라니! 도덕적으로 질타를 받아 마땅해!’사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주변 직원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하지만 행여나 불똥이 튈까 봐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장서영이 도움을 요청하자 직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에도 예나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장서영, 다시 한번 나와 내 어머니를 모욕한다면 좋은 결과는 없을 거야
도예나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서 거울로 자기 얼굴을 확인했다.살기 넘치는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 서고, 얼굴 전체에서는 서늘한 분위기가 풍겼다.‘내가…… 사람을 때려?’예나는 장서영의 뺨을 내리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정말 화가 나긴 했다. 장서영이 돌아가신 엄마를 입에 올릴 때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예나의 성격상 아무리 화가 나도 어른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예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며 애써 진정했다.띵동-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문을 나서려는데 긴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검은색 코트에 회색 스웨터를 입은 현석의 뒤로는 따스한 햇볕이 아우라처럼 보였다.현석은 성큼성큼 예나의 앞으로 걸어갔다.“끝났어요?”현석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쥐고 나란히 밖으로 걸었다.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현석 씨, 나 방금 사람을 때렸어요…….”현석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 사람이 예나 씨의 선을 넘는 말을 했나 봐요.”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뺨을 때리고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쓰레기통 옆으로 넘어지게 했어요. 머리가 깨져서 피도 많이 나고…….”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예나도 장서영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발견했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피가 울컥울컥 나왔는데, 꽤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현석의 손가락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예나를 다독였다.“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현석은 좌 수석 문을 열고 직접 예나의 안전벨트를 해주었다.운전하기 전 그는 비서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차는 안정적으로 도로를 달렸고, 둘은 우선 든든하게 점심을 챙겨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새해 첫날, 거리에는 차량이 적었고 둘은 빠르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네 아이는 유치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안은 시끌벅적했다.예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위층으로 올
장서영은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그 초췌한 모습은 많은 네티즌의 동정을 불러왔다.강씨 그룹이 언론을 막아도, 네티즌들의 눈을 막을 수는 없었다.장서영은 돈을 먹여 라이브 방송이 더 큰 화제가 되도록 했고, 시청자 수가 많아질수록 인터넷이 들끓었다.[집안 어른을 폭행? 말도 안 돼!][장서영 대표 전에 기사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세련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오늘 너무 딱해 보이 더라고.][도예나는 강씨 그룹 사모라는 신분으로 막 나가도 된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잠깐만, 도예나랑 강현석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그냥 루머일 뿐이야.]인터넷에서 소문이 무성해지고, 각종 추측이 남발하고 있었다.웅웅-탁자 위에 올려 둔 예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현석이 수신자를 흘깃 보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아버님.”“예나는?”장서원의 목소리가 조급했다.“여론이 점점 더 안 좋게 굴러가고 있어. 예나가 직접 나서야 할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세요. 아버님.”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잘 처리해 볼 게요.”장서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장서영이 먼저 예나와 돌아가신 엄마를 모욕했다고 하더라 구나. 그래서 예나가 갑자기 손을 댄 것인데…… 예나가 나선다면 여론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알겠어요.”통화를 종료한 현석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는 예나가 정말 사소한 일로 장서영에게 손을 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현석은 핸드폰을 다시 조심스레 탁자 위로 올려 두고 본인의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향했다.찬 바람이 뼛속까지 쌩쌩 불어오는데 현석의 목소리는 더 차가웠다.“장서영과 이지원이 최근 몇 년 동안 벌인 온갖 더러운 일을 한데 모아 동영상을 만드세요. 동영상을 바로 장서영 이메일로 보내, 3시간 내로 여론을 뒤집지 않으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세요.”“네, 알겠습니다!”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빠르게 움직였다.현석
“싫어요! 오늘 저녁까지 놀기로 약속 했잖아요!”승한은 집 기둥을 안고 떼질 썼다.“수아랑 더 놀 거예요. 아직 채 못 놀았단 말이에요!”하은도 거들었다.“엄마는 왜 약속 안 지켜요? 저녁 7시까지 놀 거예요!”강씨 가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4인방이었다. 수아는 예쁘고 귀엽고, 제훈은 똑똑하고, 세훈은 큰 오빠처럼 아이들을 살폈고, 세윤은 제일 재밌는 친구였다. 오늘 강씨 별장에서 열린 파티에 거의 모든 친구가 참석했다.예나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문 앞에 선 사모님들이 시선을 돌렸다.얼굴에 두 흉터가 생겨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은 사람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했다.타고난 아우라,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자태.“승한이 어머님, 하은이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파티가 끝나면 기사 아저씨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다줄 거예요.”예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아이들끼리 파티를 하는 모양인데, 조금만 더 놀게 하면 어떨까요?”그녀의 목소리는 잠결에 잠겨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사모님들의 표정이 조금 착잡해 보였다. 인터넷은 난리가 났는데 강씨 사모인 예나는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아 보였으니.네티즌들이 예나를 폭행범으로 몰아가고 있어, 사모님들은 제 아이들이 걱정되어 허겁지겁 달려온 것이었다.그러나 예나의 나긋나긋한 말투는 장서영이 묘사한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승한이 엄마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새해라고 아이 외할머니가 아이가 보고 싶다고 찾아와 서요. 승한아, 빨리 엄마랑 돌아가야 지!”인터넷에 도는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은 잘 몰라도 일단 예나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승한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걸어가자, 제훈이 말했다.“먼저 돌아가. 앞으로 파티는 또 있을 거야.”승한이 입을 삐죽였다.“제훈아, 진짜지?”“제훈이가 언제 우리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하은이 대답을 가로챘다.“그럼 약속한 거다? 다음 파티에도 우릴 다 초대해야 해!”아이들은 마
“엄마의 상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제훈의 어리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현석의 귓가에 들렸다.현석은 예나 앞에서 꾸몄던 평온함과 침착함을 지우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제훈아, 아빠도 방법을 찾고 있어.”현석은 수많은 전문가에게 연락을 돌렸으나, 그들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바로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다른 방법은 바로 복용하는 약의 용량을 늘려 몸속 들끓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런 약은 큰 부작용을 동반했고, 용량을 늘릴수록 신경을 자극했다.“아빠, 먼 곳에 있는 무녀 한 명 알고 있어요.”제훈이 천천히 말했다.“무술로 인체 혈액을 교체할 수 있대요. 혈액을 교체하고 나면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요?”“제훈아…….”현석이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혈액 교체…… 현대 의학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고대부터 물려 온 무녀들의 의술 또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아빠, 이러다가 엄마의 감정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고, 엄마가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일을 벌인다 면요?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하겠어요? 반복적으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엄마도 많이 지칠 거예요.”“계속 고통받으며 힘들어하는 것보다 한번 시도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현석이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제훈아, 그러다가 수술이 실패하기라도 하면? 엄마가 수술대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떡해? 혈액 교체 후 다른 부작용이 생기면, 그때는 또 어떡하려고?”“이 상태가 더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잖아요.”제훈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빠, 며칠 더 고민해 보세요. 저도 무녀와 더 얘기를 나눠보며 리스크가 어떤지 잘 알아볼 게요.”그 말을 끝으로 제훈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 문을 열자, 세윤이 데굴데굴 굴러들어 왔다. 아이는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한 마디도 못 들었어요…….”제훈이 덤덤한
제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엄마, 제가 여러 패키지를 찾아봤어요. 집순이들이 좋아하는 힐링 관광지가 있는데, 전혀 피곤하지 않을 거예요.”강씨 가족이 신혼여행지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때에도 인터넷의 열기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었다.어느새, 사건이 발생한지 반나절이 지났다. 각종 매체는 눈치를 보며 리트윗을 시도했고, 강씨 그룹이 더 이상 제재를 하지 않자 더 대담하게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허, 이번에야 말로 도예나를 철저히 무너뜨릴 거야!”장서영은 병실 침대에 누워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감히 내 뺨을 때려? 도예나가 평생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거야.”태어나서 부터 장씨 가문 유일한 아가씨였던 장서영은, 줄곧 애지중지 자라서 이씨 가문에 시집을 갔고, 성남시 모든 여자의 부러움을 샀다.비록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장서영은 바로 이혼하고 해외 연수를 했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장씨 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늘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던 장서영의 유일한 허점이 바로, 며칠 전의 표절 사건이었다. 그녀는 예나 때문에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때, 도예나 얼굴을 갈겨 버렸어야 했는데 기회가 없었어. 이번이야 말로 제대로 된 기회야!’‘비록 내 체면을 깎는 일이지만, 그렇기에 타격이 더 큰 것 아니겠어?’카리스마 넘치는 비지니스 우먼의 이미지가 친 조카의 폭행으로 얼룩지게 되겠지만, 증거가 버젓이 보이는 만큼 네티즌들이 그녀의 편을 들게 뻔했다.“도예나는 세계적인 비호감이 될 거예요.”이지원이 과일칼로 사과를 깎으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사람을 보내 강씨 별장 앞에서 난동을 부리게 할 거예요. 썩은 계란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던지게 하고, 도예나가 감히 외출이라도 하면 바로 해코지하라고 지시할 거예요. 어차피 네티즌들이 우리 편인데 우리가 지시했을 거라고는 못 할 거예요.”장서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여론이 우리한테 유리한데 굳이 일을 만들지 말 거라. 괜히 말썽을 부려 불똥이 튀게 하지 말고.”지원은 얌전히 고
“엄마…… 아빠가 술 마시고 폭행해서 이혼한 거 아니었어요?”지원이 입술을 덜덜 떨며 물었다.단지 그 이유 하나로 지원은, 오랜 세월 동안 친 아버지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지원은 가정폭력 아버지를 원망했다. 아버지가 행복한 가정생활을 버렸다고만 믿었는데…….동영상에 따르면, 장서영의 이혼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장서영이 바람을 피운 사실이었는데, 그 이유 때문에 참지 못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었다. 가정폭력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고, 아버지가 가해자가 되어 평생 죄인 취급을 받았다.“엄마, 이 영상, 진짜예요?”장서영이 차갑게 말했다.“10여 년 전의 일을 굳이 해석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이지원, 뒷부분은 네가 유학 기간 벌였던 일에 관한 내용이야. 비싼 돈 주고 유학을 보냈더니, 해외에서 돈을 흥청망청 써버려? 겨우 그런 식으로 공부한 거니?”지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설민준과 헤어지고, 지원은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3일에 한번 남자 친구가 바뀌고, 일상이 술집 아니면 클럽이었다. 예쁜 얼굴 덕에 술집을 가면 수많은 남자들이 대시를 했고, 남자의 얼굴이 반반하면 지원은 큰돈을 꽂아주고 호텔로 향했다.‘이 어처구니없는 생활은 겨우 두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 흑역사를 모두 찾아낸 거지?’마지막 몇 분 동안, 클럽에서 찍힌 지원의 사진과, 클럽에서 남자와 몸을 섞는 영상과, 여러 남자들과 호텔로 향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이 5분 영상이 공개된다면, 지원과 장서영, 두 모녀는 네티즌들에게 처살 당할 게 뻔했다!“엄마…… 그러지 말고 이 영상을 누가 보내왔는지 확인해 봐요.”장서영은 화를 참으며 이메일을 읽어 내려갔고, 마지막 한 줄의 글을 읽었다.“3시간 안으로, 도예나를 향한 악플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이 영상을 유출할 것이다.”“빌어먹을!”장서영은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던졌다.행동이 너무 크다 보니 손등에 있는 바늘이 뽑혀 피가 지원의 얼굴까지 튀었다.“엄마, 이건 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