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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세윤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며칠 동안 세훈은 여러 번 세윤에게 엄마 기분이 좋지 않으니 절대 엄마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아이는 가끔 도우미들의 실수에 엄마가 다그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심지어 도우미들이 엄마 성격이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고 뒷담화 하는 걸 듣기도 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세윤 본인도 엄마가 예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제훈은 새해가 되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왜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지?’

“엄마, 이모 손가락을 엄마가 부러뜨린 거예요?”

세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애써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 여자는 너희 이모가 아니야.”

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모욕하고, 엄마를 모욕하는 사람이 응당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거야.”

세윤은 입을 오므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차 안의 무거운 분위기는 별장에 도착해서도 이어졌고, 새해 파티에서도 아이들의 기분은 별로였다.

제일 뒤끝이 없는 수아도 얼굴을 굳힌 채로 소파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예나가 긴 한숨을 내뱉았다. 안방마님이 가족의 분위기를 좌우지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나의 변화에 아이들도 소심해졌다. 더구나 자폐 증상이 있던 수아가 다시 재발하기라도 할가 봐 예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금 졸려서 먼저 올라가서 쉴 게. 너희들은 천천히 놀다가 올라가.”

예나가 몸을 일으켜 안방으로 향했다. 현석의 시선은 텔레비전을 향했으나 그의 신경은 온통 예나에게 달렸다.

현석이 최선을 다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연기해도 예민한 아이들은 이미 모든 변화를 눈치챘다. 아이들은 더 이상 울지도 보채지도 않고 현석과 함께 꾸며진 행복을 연기했다. 그러다가 예나의 기분에 이상이 생기면 아이들은 바로 자신만의 껍데기 안으로 숨어들었다. 아무리 철이 든 세훈이와 제훈이라고 할지라도, 보름 만에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석이 몸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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