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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엄마…….”

제훈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엄마는 내가 해커가 되는 걸 허락하지 않았어. 그래서 늘 침대 밑에 노트북을 숨겨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내가 해커가 되는 걸 응원해 주는 걸까??’

“새해 선물을 잘 받았으면 이젠 자러 가자.”

현석이 수아를 안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빠가 이야기책 읽어 줄게.”

수아가 현석의 얼굴에 뽀뽀하자 현석의 마음은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해졌다.

‘예나 씨에게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가 아이들을 그동안 잘 보살피면 돼. 아이들이 정말 본인 때문에 상처받았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예나 씨는 평생 후회할 거야.’

12시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에는 불꽃 축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마침내 아이들이 모두 잠에 들고 나서야 현석이 안방으로 돌아왔다.

예나는 베란다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앞에는 빈 맥주 캔 몇 개가 놓여있었다. 눈빛이 흐릿한 게 좀 취한 것 같았다.

현석이 그녀의 손에 쥔 맥주를 낚아채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뭐 하는 거예요? 남의 물건을 왜 함부로 뺏어요?”

예나가 굳은 얼굴로 맥주 캔을 되찾으려 발버둥 쳤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현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이렇게 다람쥐처럼 음식에 집착해요? 귀엽게.”

현석의 말에 예나는 하던 행동을 뚝- 멈췄다.

‘이게 어딜 봐서 다람쥐 같은 거야? 화를 낸 거지.’

예나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현석은 예나의 좋은 면만 발견했다.

“이젠 곧 새로운 한 해 에요.”

현석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올해 내 소원은 우리 가족 영원히 함께 있는 거예요. 한평생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예나의 취기 어린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평생은 불가능해요. 첫째, 둘째, 셋째는 좋은 아내를 찾아 결혼할 거고, 우리 수아도 시집을 가야 하니 결국엔 우리 둘만 남게 될 거예요.”

“우리 둘만 남아도 좋아요.”

현석은 예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은은한 맥주 향이 났다.

“결혼하고 나서 두 사람만의 일상을 보내 본 적이 없잖아요.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우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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