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94화

예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베란다 창문을 닫았다. 욕실로 걸어간 예나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하얀 얼굴에 번진 피, 흰 나시에 새빨간 핏자국, 빨개진 눈시울, 헝클어진 머리, 지옥에서 도망친 귀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녀는 고개를 숙여 찬물로 세수하며 정신을 차렸다.

다시 안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 시트를 교체하고, 귀걸이를 손에 쥔 채로 한참동안 살폈다.

예전의 귀걸이와 거의 똑같았다. 안의 칩도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몸을 기대앉은 예나는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아무리 악마 같은 강남천이라고 해도 오늘 밤엔 다시 찾아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오늘 다치게 했으니 반드시 복수하러 올 거야.’

그녀는 몸을 일으켜 옆방으로 걸어갔다.

이미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오직 작은 무드 등만이 방안을 비췄다.

어두운 곳에서 현실 감각을 잃은 예나는 현석의 방문 앞에서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문을 열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현석은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민첩한 현석은 베개 아래로 손을 넣어 무기를 잡았지만, 방안을 찾은 게 예나라는 걸 알아차리고 다시 무기를 내려놓았다.

“예나 씨, 무슨 일이에요?”

현석이 예나에게 걸어가 그녀를 꼭 껴안았고 그녀의 체온에 깜짝 놀라 물었다.

“왜 이렇게 몸이 차가워요?”

예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식은땀을 흘리고, 찬물로 세수까지 했으니 아무리 따뜻한 침대 안에 있어도 도저히 몸이 녹지 않았다.

그녀는 현석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러나 현석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예나가 그의 얼굴을 감싸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석 씨, 하고 싶어요.”

그 말에 현석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현석은 예나의 허리를 감싸 쥐고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 한참이나 이어진 키스에 두 사람 모두 숨을 헐떡이며 침대 위로 누웠다.

현석이 예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예나 씨, 지금이라도 그만둘까요? 예나 씨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