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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찬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도 예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예나가 천천히 한 글자씩 뱉었다.

“강남천, 당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나와 이곳을 떠나.”

남천은 예나의 턱을 그러쥐며 말했다.

“나와 함께 떠나면 강현석 목숨은 살려 줄게.”

예나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내가 거절한다면?”

“거절? 허!”

기괴한 표정의 남천이 입을 열었다.

“그럼 강현석은 그날로 저승사자 보러 가는 거지, 뭐.”

예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옷소매에 숨긴 칼을 훔쳐보았다. 적당한 타이밍에 손을 뻗어 재빠르게 남천의 목을 노렸지만, 남천은 예상이나 한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도예나! 넌 정말!”

차갑게 식은 남천의 표정은 겨울날 찬바람보다도 더 쌀쌀했다.

“우리 그냥 같이 죽는 게 어때?”

예나는 다시 칼을 고쳐 잡고 돌진했다.

보름 동안 예나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벌벌 떨며 지냈다. 다시 이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강남천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날 거야.’

‘다른 귀걸이는 현석 씨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

남천은 예나의 칼부림을 쏙쏙 피해 가다가 결국 한쪽 얼굴이 길게 긁혀버렸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온통 새빨간 피가 만져지고, 남천의 눈빛에는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도예나, 이건 당신이 자초한 거니까 어디 한번 잘 이겨내 봐.”

남천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귀걸이를 꺼내 들었다.

“일단 간단하게 애피타이저부터.”

남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예나를 주시하며 천천히 지령을 내렸다.

“도제훈 그 녀석을 강씨 별장에서 내보내.”

그 지령이 내려지고 목소리는 예나의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울렸다. 손에 든 칼을 떨어뜨린 예나는 울분에 찬 눈빛으로 남천을 노려보았다.

“이런 빌어먹을!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

“내 시스템을 고친 아이에게 과연 아무 죄가 없을까?”

남천이 냉소를 터뜨렸다.

“24시간 내로 지령을 완성하지 않는다면 더 무서운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천천히 즐겨 봐.”

그리고 남천은 뒤를 돌아 어둠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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