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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정지숙은 말없이 한숨만 내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나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천천히 정지숙의 뒤를 따랐다.

안방 문을 열자 자욱한 담배 연기가 보였다. 남천은 지독한 흡연자로, 남천과 함께 지낼 때 늘 담배 냄새 때문에 힘들었었다.

예나는 방안의 연기가 좀 줄어들고 나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주세요.”

남천의 시선이 정지숙의 얼굴에 떨어졌다.

정지숙은 하려던 말을 삼키고 행여나 심기를 건드릴까 조심스레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예나는 문 입구에 서서 물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뭐야?”

남천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

“두 손 꺼내 봐.”

예나가 얌전히 그의 지시를 따랐다.

“외투를 벗어서 그곳에 내려놔.”

예나는 순순히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고, 짤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주머니에 칼을 숨긴 거야? 그거 말고 뭐 다른 건 없어?”

예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을 상대하는 건 칼 한 자루면 돼.”

남천은 자신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더니 검은색 리모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생길지 궁금하지 않아?”

예나는 입술을 매만졌다.

“강씨 별장 마당에 폭탄을 설치해 놓았어. 버튼만 누르면 이 별장이 통째로 날아갈 거야.”

남천은 두 팔을 벌려 오버 액션을 취했다.

“2층에 있는 네 아이들은 아마 폭탄에 시체조차 찾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미쳤어?”

예나는 화를 삼키며 겨우 세 글자를 뱉었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도예나, 당신이 내 경고를 하도 많이 무시하잖아.”

남천이 예나 앞으로 걸어와 그녀의 턱을 잡았다.

“고분고분 나를 따라간다면 이 리모컨을 바로 부숴버릴 게. 하지만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너와 네 아이들은 모두 같이 죽는 거야.”

예나는 애써 분노를 억눌렀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남천과 함께 이곳을 떠난다고 해도 그녀의 일상이 평화로울 리가 없었다.

또한 아이들을 이곳에 두고 떠난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그래, 너와 함께 떠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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