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9화

정지숙이 힘겹게 복도를 지나 아이들 방으로 걸어갔다.

정지숙의 손이 문손잡이에 닿자마자 방문이 열렸다.

“엄마…… 할머니? 왜 할머니가 왔어요?”

세윤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지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세윤아 착하지? 지금 엄마랑 할머니랑 여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어. 우리 수아도 여자 아이니까 할머니랑 엄마 보러 가자.”

수아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치마를 살짝 든 채로 퐁퐁 뛰어갔다.

하지만 제훈이 수아를 막아섰다.

“엄마가 직접 부를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말에 수아가 바로 발걸음을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맞아요. 엄마가 와야 나갈 수 있어요.”

정지숙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수아를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어. 늦게 가면 엄마가 화낼지도 몰라.”

수아는 고개를 숙이고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최근의 엄마는 너무 변해버렸다. 부드럽게 말해주지도, 따듯하게 안아주지도 않았다.

‘요즘 엄마는 자주 화내는 것 같아.’

“알겠어요. 할머니랑 같이 갈게요.”

수아는 몸을 돌려 세 오빠를 향해 손을 저었다.

“이건 여자들끼리 대화니까 오빠들은 엿들으면 안 돼요.”

정지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수아와 함께 복도를 지나 방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방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놀란 수아는 금세 활짝 웃으며 물었다.

“아빠도 왔어요?”

정지숙은 수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문득 수아를 안으로 들여보내기 싫어졌다. 수아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였으니.

‘내가 어떻게 수아를 구렁텅이에 직접 밀어 넣을 수가 있어…….’

그러나 정지숙이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고 큼지막한 손목이 나와 수아를 확 안아 들었다.

쿵-

문이 닫혔다.

수아는 까만 눈동자를 또르르 돌려 먼저 예나를 발견했다. 기뻐하기도 잠시 고개를 돌리자, 현석과 똑같은 얼굴의 남천이 서 있었다.

“안녕, 수아야. 오랜만이야?”

수아는 허공에 안긴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악당! 너는 악당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