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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현석은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서서 굳은 얼굴로 정지숙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지숙은 안절부절못하며 현석의 시선을 피했다.

“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먼저 올라가 있으마.”

“남천의 행방이 궁금하진 않으세요?”

그 말 한마디에 정지숙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

“세훈아, 동생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있어.”

눈치 빠른 세훈은 빠르게 동생들의 손을 잡았다.

정지숙은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물었다.

“그래 현석아, 네 형은 어떻게 된 거야?”

“제가 뭘 어떻게 한 건 아니에요. 모두 그 사람이 자초한 거죠.”

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죽였어요.”

“뭐라고?”

정지숙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순식간에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주저앉았다.

현석은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강남천을 법정에 보냈다면 평생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았을 거예요. 이렇게 빠르게 숨을 거두게 한 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 좋은 선택이에요.”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아이는 네 친형이야!”

정지숙이 울부짖었다.

“태어날 때부터 고생했던 그 아이는 평생 행복과 평화를 누려본 적이 없어. 그 아이에게도 행복해질 기회가 있어 야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갔어야 죠. 제 행복을 가로채는 게 아니라.”

현석의 표정이 여전히 차가웠다.

“강씨 가문이 빚진 건 15살이던 해에 모두 갚았어요. 그 이후로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강남천이 그 길을 택했어요. 그러니 이 모든 건 강남천이 자초한 거예요.”

정지숙은 소파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쳤다.

예나는 두 개월 전 현석이 실종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정지숙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렇게 마음 아파하지는 않았다.

‘두 아들 중에서 더 아픈 손가락은 늘 강남천이었어. 평생 강남천에게 빚졌다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이건 현석 씨에게 빚진 것과 같아.’

“강남천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강남천을 강씨 가문 추모 공원에 옮길 생각은 없어요.”

“보고 싶으시면 사람을 시켜 모셔다 드릴 게요.”

“너……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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