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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큰 오빠가 책 읽어주고, 둘째 오빠는 그림 그려주고, 셋째 오빠는 피아노 연습 같이 해줬어요.”

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엄마가 책 읽어주면 안 돼요?”

예나는 돌아오는 길에 먹은 약효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 빨리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예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마 30분만 먼저 자야겠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책 읽어 줄게.”

예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문을 가볍게 닫았다.

수아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드러났다.

“엄마 엄청 피곤해 보여. 저렇게 힘들어하는 엄마를 왜 아빠는 회사로 출근시킨 걸까?”

“엄마는 해외에서 보름 동안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회사로 나가지 못했잖아. 엄마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많나 봐.”

세훈이 입을 열었다.

“일단 엄마가 주무시게 방해하지 말고 저녁 식사 때 엄마 깨우러 가자.”

제훈은 고개를 숙여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점차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이는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혔다.

“수아야, 우리 숨박꼭질 할래?”

세윤이 바로 표정을 고쳐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수아가 숨으면 내가 찾을 게.”

수아의 표정도 다시 밝아졌다.

“첫째 오빠랑 셋째 오빠도 같이해.”

세훈이 손에 쥔 책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백까지 셀 테니까 그동안 숨어, 알았지?”

수아는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 하얀색 치맛자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마치 작은 나비 같았다.

“하나, 둘, 셋…… 아흔아홉, 백.”

숫자를 세고 나서 세 아이는 동시에 눈을 떴다.

세윤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 왔어. 빨리 올라가자.”

“쉿!”

세훈이 손가락으로 세윤의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 수아를 놀라게 해야 지.”

그리고 두 아이는 제훈의 뒤를 따라 몰래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학이 되어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놀이는 바로 숨바꼭질이었다. 수아와 세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며, 제훈이와 세훈이와 함께한다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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