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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연구팀 팀장은 회사 설립 초기 멤버로 예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에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해외에서도 마이크로 칩을 규정한 법률이 있습니다. 법의 구속하에 이 산업이 그렇게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발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도 업계 지침을 준수하고…….”

“그만하세요!”

예나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래서 제 반대에도 당신들은 이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말인가요?”

“대표님, 그 뜻이 아니고요.”

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쨍그랑!

예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머그잔 하나를 들어 연구팀 팀장을 향해 던졌다. 팀장의 얼굴을 스쳐 바닥에 떨어진 머그잔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 광경에 회의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들 예나가 폭력적인 행동을 취할 줄은

예상 못 했었다. 놀란 건 예나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늘 폭력보다는 대화로 일을 해결하던 예나였는데…….

‘며칠 전 세윤이가 발을 밟았을 때도 이렇게 갑자기 화가 났었어.’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

예나는 미간을 잡고 말했다. 그녀가 회의실을 나서자 긴장한 분위기가 드디어 풀어졌다.

“대표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

“대표님은 이 프로젝트가 하고 싶지 않으신 게 분명해. 그러니 우리도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어.”

“대표님은 늘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었어. 의견 충돌이 생

겨도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했었는데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물건을 던진 적은 없었다고.”

“지금 장씨 가문 후계자 경쟁 중 이시잖아. 경쟁에 문제가 생기셔서 기분이 별로일 수도 있지.”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일단 모두 접어 둬. 대표님 기분이 좀 나아지면 다시 얘기해 보는 게 좋겠어.”

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대표 사무실은 더없이 조용했다.

예나는 창가 앞으로 서서 풍경을 바라보며 조급하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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