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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알겠어요, 아빠.”

제훈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아빠, 엄마가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올라가서 쉬세요.”

현석이 손을 들어 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똑똑한 제훈이는 눈치도 빠르고, 이해심도 깊어. 이런 아이가 옆에 있었으니, 예나 씨가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거겠지.’

현석은 예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닫자 예나는 현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흐느꼈다.

“현석 씨도 알고 있었죠. 알고도 나한테 숨겼던 거죠?”

예나가 울먹이며 말했다.

“마이크로 칩 피해자 인터뷰 자료를 찾아봤는데 피해자들의 최후는 모두 좋지 못했어요. 아무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는데 결국 나도 그렇게 될까요?”

“예나 씨, 그런 말 하지 마요!”

현석은 그녀를 달랬다.

“마이크로 칩의 가장 큰 후유증은 분노 조절 장애인데 화를 자주 내는 건 별일 아니에요. 날 봐 봐요. 강씨 그룹에서 가장 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바로 나를 꼽을 텐데 회사를 멀쩡히 잘 운영하고 있잖아요.”

예나는 이런 현석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사석에서 현석 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당연하죠. 악마, 라고 하잖아요.”

현석이 예나의 콧등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앞으로 예나 씨도 별명이 생길 걸요?”

예나가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저승사자.”

“뭐라고요?”

예나는 홧김에 주먹을 쥔 손으로 현석의 가슴을 콩콩 내리찍었다.

“아내가 회사에서 왕따당했으면 좋겠어요?”

현석이 예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 어떤 순간의 예나 씨를 모두 사랑해요. 아이들도 점점 커가고 이젠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외부 사람들의 생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뭐라고 떠들든 우리 가족만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살면 되죠.”

예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예나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누가 날 저승사자라고 부르면 다 현석 씨 탓이에요!”

현석은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둘은 바로 침대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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