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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세윤이 빠르게 눈치를 채고 얌전히 서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다음부터 조심할 게요.”

예나가 입술을 매만졌다.

‘요즘 들어 화가 많아졌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실 발가락도 그렇게 아팠던 건 아니었고.’

그녀는 허리를 숙여 세윤을 다독였다.

“세윤아 괜찮아. 엄마가 방금 농담한 거야.”

예나의 말에도 세윤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방금 예나의 모습은 전혀 농담 같지 않았기에.

세윤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사실 방학 숙제가 아직 남아서 먼저 숙제하러 가볼 게요.”

예나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세훈과 제훈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아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방 밖으로 나서고 세훈이 입을 열었다.

“제훈아, 요즘 들어 엄마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제훈이 대답했다.

“아빠가 강남천 부하를 잡아왔으니 세 날 안으로 모든 리모컨을 파괴할 거야. 그럼, 엄마는 완전히 자유가 될 수 있어.”

사실 세 날이 아니라 이틀 반 만에 현석은 100여 개의 리모컨을 수거해왔다.

그리고 그는 예나 앞에서 직접 리모컨을 쓰레기통에 쏟아부었다. 리모컨이 쓰레기가 되고 예나의 마음속 응어리가 서서히 풀려갔다.

예나는 현석의 품에 안겨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앞으로 누군가 나한테 지령을 내릴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당연하죠.”

현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김용식의 아내와 아이들이 내 손에 있는 이상 김용식이 나를 속이지 못할 거예요.”

예나는 그의 품에서 더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안았다.

늘 정의롭던 현석이 본인을 위해 다른 사람의 무고한 아내와 아이들을 이 판에 끌어들여도 예나는 현석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비겁해질 수도 있는 그를 그녀는 사랑했다. 현석과 결혼한 건 예나의 평생에서 가장 행운이었다.

마이크로 칩 사건이 일단락되고 예나는 드디어 홀로 회사로 출근했다.

예성과학기술 문서는 그동안 현석이 처리하고 있었다. 큰 문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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