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모두 모였어요. 회의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박정연이 문을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닫고 회의실로 향했다.보름 넘게 회사에 나오지 않았으니 회사 근황을 알 필요가 있었다. 반년에 걸쳐 예성과학기술 회사는 어느덧 규모가 작지 않은 테크놀로지 회사가 되었다. 회사 임원만 30~40명이었는데 대회의실에 사람이 가득 찼다. 첫 시작은 서너 명이었는데 정말 눈에 띄는 발전이었다.“대표님, 이번 달 재무 보고서입니다. 전체 이익은 30억 정도로…….”“대표님, 이번 분기 가장 큰 세 프로젝트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아주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일 주일 전 한 해외 투자 회사와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쪽 회사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인데 우리 회사도 테크놀로지 회사인만큼 제시한 방향이 아주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초보적인 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차갑던 예나의 눈에 순식간에 초점이 사라졌다. 예나가 입을 열었다.“이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요?”“대표님, 사실…….”안경을 고쳐 쓴 고객 서비스 팀 팀장이 몸을 일으켰다.“몇 번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확실한 협력 관계를 결정하지 않아 보고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초보적인 협력 보고서도 어제 작성해서 아직 대표님께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이 프로젝트는 그만 접으세요.”예나는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회사는 인공지능에 대한 업무를 받지 않습니다.”팀장은 마음이 급해졌다.“대표님, 인공지능은 해외에서는 아주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투자 금액은 적은데 수익은 배로 들어와서 이 분야에 도전한 회사는 모두 돈을 싹쓸이한다고 합니다. 제품 연구는 3개월 정도 걸리니 늦어서 6개월 뒤부터는 수익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단숨에 성남시에서 강씨 그룹과 나란히 할 수 있는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예나가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내 말을
회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연구팀 팀장은 회사 설립 초기 멤버로 예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에 대담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해외에서도 마이크로 칩을 규정한 법률이 있습니다. 법의 구속하에 이 산업이 그렇게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발전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도 업계 지침을 준수하고…….”“그만하세요!”예나의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래서 제 반대에도 당신들은 이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말인가요?”“대표님, 그 뜻이 아니고요.”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쨍그랑!예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머그잔 하나를 들어 연구팀 팀장을 향해 던졌다. 팀장의 얼굴을 스쳐 바닥에 떨어진 머그잔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이 광경에 회의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다들 예나가 폭력적인 행동을 취할 줄은 예상 못 했었다. 놀란 건 예나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늘 폭력보다는 대화로 일을 해결하던 예나였는데…….‘며칠 전 세윤이가 발을 밟았을 때도 이렇게 갑자기 화가 났었어.’“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예나는 미간을 잡고 말했다. 그녀가 회의실을 나서자 긴장한 분위기가 드디어 풀어졌다.“대표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대표님은 이 프로젝트가 하고 싶지 않으신 게 분명해. 그러니 우리도 다시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어.”“대표님은 늘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었어. 의견 충돌이 생겨도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우리와 소통했었는데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물건을 던진 적은 없었다고.”“지금 장씨 가문 후계자 경쟁 중 이시잖아. 경쟁에 문제가 생기셔서 기분이 별로일 수도 있지.”“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일단 모두 접어 둬. 대표님 기분이 좀 나아지면 다시 얘기해 보는 게 좋겠어.”회의실 안에서 사람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대표 사무실은 더없이 조용했다.예나는 창가 앞으로 서서 풍경을 바라보며 조급하던 마음을
“큰 오빠가 책 읽어주고, 둘째 오빠는 그림 그려주고, 셋째 오빠는 피아노 연습 같이 해줬어요.”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엄마가 책 읽어주면 안 돼요?”예나는 돌아오는 길에 먹은 약효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 빨리 침대에 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예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엄마 30분만 먼저 자야겠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책 읽어 줄게.”예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문을 가볍게 닫았다.수아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드러났다.“엄마 엄청 피곤해 보여. 저렇게 힘들어하는 엄마를 왜 아빠는 회사로 출근시킨 걸까?”“엄마는 해외에서 보름 동안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회사로 나가지 못했잖아. 엄마가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이 많나 봐.”세훈이 입을 열었다.“일단 엄마가 주무시게 방해하지 말고 저녁 식사 때 엄마 깨우러 가자.”제훈은 고개를 숙여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점차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이는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무기력감에 사로잡혔다.“수아야, 우리 숨박꼭질 할래?”세윤이 바로 표정을 고쳐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숨으면 내가 찾을 게.”수아의 표정도 다시 밝아졌다.“첫째 오빠랑 셋째 오빠도 같이해.”세훈이 손에 쥔 책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백까지 셀 테니까 그동안 숨어, 알았지?”수아는 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 하얀색 치맛자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마치 작은 나비 같았다.“하나, 둘, 셋…… 아흔아홉, 백.”숫자를 세고 나서 세 아이는 동시에 눈을 떴다.세윤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위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 왔어. 빨리 올라가자.”“쉿!”세훈이 손가락으로 세윤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수아를 놀라게 해야 지.”그리고 두 아이는 제훈의 뒤를 따라 몰래 위층으로 올라갔다.방학이 되어 집에 남게 된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놀이는 바로 숨바꼭질이었다. 수아와 세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며, 제훈이와 세훈이와 함께한다면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방문이 세게 닫히고 예나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내가 대체 뭘 한 거야? 왜 또 아이들에게 화를 낸 거지? 약을 먹어서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는데도 왜 이런 거야.’예나는 자기 머리를 부둥켜안고 이불 안으로 몸을 숨겼다.한참 후 에야 예나는 진정을 되찾았다. 컴퓨터를 꺼내든 예나는 아래층 거실의 감시 카메라로 네 아이들이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거실은 너무 조용하다 못해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카메라를 가까이 당기니 눈시울이 빨개진 수아가 보였다. 세윤은 무릎 위로 책을 올려 두고 있었는데 한참 동안 한 페이지도 펼치지 않는 걸 보니 방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세훈이와 제훈이도 책을 펼친 채로 멍하니 앉아있었다.‘또 아이들을 놀라게 했어.’자책, 미안함, 불안함…… 온갖 감정이 예나를 뒤엎었다.얼마 뒤 정원 쪽에서 차 한 대가 들어섰고 현석이 돌아왔다. 예나는 컴퓨터를 닫고 세수를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네 아이는 들어오는 현석을 한번 보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예나를 또 한 번 번갈아 보며 조용히 제 자리를 지켰다.눈치 빠른 현석은 이상한 분위기를 빠르게 감지했다. 바로 예나의 허리에 손을 감은 현석이 물었다.“오늘 회사는 괜찮았어요?”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단 밥부터 먹어요.”양 집사는 사람을 시켜 빠르게 식탁을 세팅했다. 풍성한 한상 차림이었지만 여섯 식구는 입맛이 없었다.예나는 몇 입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얘들아.”“괜찮아요, 엄마.”제훈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앞으로 엄마가 주무실 때 저희도 조심할 게요.”예나가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다 홧김에 한 거니까 절대 마음에 담아주지 마. 엄마는 영원히 너희들을 사랑해.”세윤이 바로 눈물을 터뜨렸다.“엄마, 정말 날 사랑해요?”‘그런데 엄마는 날 미워하는 것 같아.’예나가 아이를 빠르게 품 안에 안고 달랬다.“엄마가 회사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알겠어요, 아빠.”제훈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먼저 올라가서 쉬세요.”현석이 손을 들어 제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똑똑한 제훈이는 눈치도 빠르고, 이해심도 깊어. 이런 아이가 옆에 있었으니, 예나 씨가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거겠지.’현석은 예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닫자 예나는 현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흐느꼈다.“현석 씨도 알고 있었죠. 알고도 나한테 숨겼던 거죠?”예나가 울먹이며 말했다.“마이크로 칩 피해자 인터뷰 자료를 찾아봤는데 피해자들의 최후는 모두 좋지 못했어요. 아무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했는데 결국 나도 그렇게 될까요?”“예나 씨, 그런 말 하지 마요!”현석은 그녀를 달랬다.“마이크로 칩의 가장 큰 후유증은 분노 조절 장애인데 화를 자주 내는 건 별일 아니에요. 날 봐 봐요. 강씨 그룹에서 가장 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바로 나를 꼽을 텐데 회사를 멀쩡히 잘 운영하고 있잖아요.”예나는 이런 현석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사람들이 사석에서 현석 씨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당연하죠. 악마, 라고 하잖아요.”현석이 예나의 콧등을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앞으로 예나 씨도 별명이 생길 걸요?”예나가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저승사자.”“뭐라고요?”예나는 홧김에 주먹을 쥔 손으로 현석의 가슴을 콩콩 내리찍었다.“아내가 회사에서 왕따당했으면 좋겠어요?”현석이 예나를 끌어안았다.“나는 그 어떤 순간의 예나 씨를 모두 사랑해요. 아이들도 점점 커가고 이젠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외부 사람들의 생각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뭐라고 떠들든 우리 가족만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살면 되죠.”예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예나가 입을 열었다.“앞으로 누가 날 저승사자라고 부르면 다 현석 씨 탓이에요!”현석은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둘은 바로 침대로 향했
현석의 등장에도 장서원은 크게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보름 전 현석이 직접 오민석 부장을 제압해 리조트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일을 장서원도 전해 들었었다.만약 현석과 예나와 정말 이혼할 사이였다면, 굳이 건축부의 부장에게 미움을 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장대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모두 모였다면 다들 이리로 와서 앉게.”장씨 가문은 총 5명의 식구였고, 강씨 가문의 식솔 6명이 함께 모여 총 11명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다.현석은 아직 30이 되지 않는 나이임에도 자리에 앉자, 그의 주변에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보였다. 장씨 가문은 비록 역사가 유구한 가문이지만 권력을 따지면 강씨 가문에 비할 수가 없었다.장대휘가 현석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는데 강현석 씨가 바로 그런 모양이네요.”“편하게 현석이라고 불러주세요.”현석이 자세를 낮춰 말했다.“저는 예나 씨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할아버님.”옆에 앉은 장서영의 표정이 깜짝 놀라 굳었다.장서영은 장씨 그룹 대표로 강씨 그룹 현석과 적지 않은 왕래가 있었다. 볼 때마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과감한 선택으로 깊은 인상이 남았었는데 그렇게 잘난 대표가 예나 때문에 머리를 숙이는 노릇이라니 장서영은 기가 찼다.‘이혼한다고 떠들썩하더니,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는 거야? 어쩐지 최근 리조트 프로젝트에 아무리 태클을 걸어도 쉽게 쉽게 넘어간다 했어…… 강현석이 손을 써주고 있었던 모양이야.’장서영이 주먹을 꽉 쥔 채로 억지 미소를 보였다.“몇 달 동안 하도 이혼설로 말이 많다 보니 벌써 이혼한 줄만 알았어요.”이지원도 말을 보탰다.“우리 사촌 언니가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형부가 바람을 피워도 모른 척 넘어가는 거겠죠.”그녀의 말에 현석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시선은 마치 칼날이 되어 지원을 조각낼 것만 같았다.“지원아, 당장 사과하거라!”장대휘가 호통쳤다.“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들이 헛소문을 퍼뜨
겉으로 보기에는 예나를 호통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장서영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이런 광경에도 네 아이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며칠 동안 행여나 엄마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아이들은 늘 조심했었다.‘고모할머니와 이모가 먼저 시비를 걸어왔는데 엄마가 이 정도로 반격한 건 이미 많이 참으신 거야.’드디어 식사 자리가 조용해지고 현석이 입을 열었다.“저희 부부 사이의 일은 그 어떤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고모님께서 물으시니 간단하게 대답하겠습니다. 저와 예나 씨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제삼자의 가입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이혼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할아버님과 아버님께서 안심하시길 바랍니다.”장서원은 현석의 소유욕을 겪어봤었다. 현석은 자기 아내와 자식을 내팽개칠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장서원이 술잔을 들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그런 안 좋은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 사위 술 한잔 하세.”장서원이 분위기를 띄우자, 식사 자리를 다시 화기애애 해졌다.다만 장서영과 이지원의 안색은 눈에 띄게 안 좋았는데 젓가락을 한참이나 쥐고 있어도 반찬 한번 집지 않고 있었다.세윤이 고개를 돌려 배시시 웃었다.“이모는 우리 엄마보다 두 살 밖에 어리지 않는데 엄마보다 훨씬 늙어 보여요. 책에서 그랬는데 화를 자주 내면 빨리 늙는 대요. 책에서 말한 게 진짜인가 봐요.”이지원은 그 말에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다.‘겨우 22살인데, 어딜 봐서 늙어 보인다는 거야! 이 쪼끄마한 녀석이!’이지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세윤을 혼내기로 마음먹었다. 예나가 빠르게 눈치채고 말했다.“식사 자리에서는 밥 먹어야 해. 허튼소리 하지 말고.”“네, 엄마!”세윤은 빠르게 고개를 돌려 밥을 한 큰 술 떠서 입에 넣었다.지원은 너무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태어나서 부터 이곳에서 자란 내가 왜 이방인같이 느껴지는 거야? 그래도 내일이면 후계자 결과 공개일이니까, 모든 사람의 주목하에 장씨 그룹의 차세대 후계자가 될 수 있
이지원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꼭 쥐었다.이씨 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지원은 늘 명훈보다 한 수 아래였다.‘명훈이라면 그렇다 해도, 도예나 이깟 사생아가 내 머리 꼭대기로 기어오르게 내버려둘 순 없어!’지원이 또각또각 앞으로 걸어오며 냉소를 터뜨렸다.“도예나, 네가 강씨 가문 사모라고 해서 장씨 가문에서 입지가 생길 것 같아? 꿈 깨! 난 곧 장씨 그룹 후계자가 될 거고, 장씨 그룹이 내 손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너를 장씨 가문에서 내쫓을 거야.”예나의 마음속에도 화가 부글부글 치솟았다. 예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화를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았다.“결혼 전 삼촌이랑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도 도씨 가문에 시집을 간 네 엄마 말이야, 정말 어떻게 그럴 수 있어?”예나가 아무 말없자 지원은 더 흥이 나서 말을 이었다.“너도 그런 네 엄마를 닮아 18살에 남자를 꼬셔 혼전에 아이를 네 명이나 낳았잖아.”지원은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예나의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예나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성보다 행동이 한 발 빨랐다. 예나는 빠르게 지원의 식지를 낚아채며 말했다.“너희 어머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시지 않은 거니?”그 말을 끝으로 예나는 손에 점점 더 힘을 주었다.까드득!뼈마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지원의 비명이 장씨 별장에 떠들썩하게 들려왔다.이어 무질서한 발걸음 소리가 화장실로 달려왔다.“엄마!”지원이 부러진 손가락을 움켜쥐고 장서영의 품에 안겼다.“엄마, 도예나가……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어요…… 너무 아파요…….”지원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말 한마디도 겨우 내뱉았다.장서영이 고개를 숙여 지원의 손가락을 확인했는데 휘어진 각도로 보아 골절이 틀림없었다. 장서영은 순식간에 화를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어미도 없이 자란 근본 없는 네까짓 게 감히 내 딸을 때려?”그리고 장서영이 손을 뻗어 예나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장서원이 빠르게 둘 사이를 막아서려고 했으나 현석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