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04화

무표정인 현석의 얼굴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현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세윤을 향했다.

“올라가서 덤벙대다 가는 엄마가 깨어날 수도 있어.”

수아가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말했다.

“아빠, 덤벙대지 않을 자신 있어요. 엄마 한 번만 보게 해주면 안 돼요?”

현석은 계속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새해가 되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세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제훈이가 거의 해결했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엄마랑 만나도 된다고 했는데 아빠는 왜 우릴 만나지 못하게 막는 걸까?’

제훈은 더 이해가 가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어제 시스템을 고쳤으니 오늘 엄마를 만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아빠는 왜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

제훈이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훈과 눈이 마주친 현석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현석은 남천이 무슨 지령을 내렸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예나가 아이들을 피하는 모습에 대충 예상이 갔다.

‘예나 씨를 조종해 나를 다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손을 대려고 하다니.’

그 순간 현석은 일말의 형제의 정으로 남천을 살려 둔 게 너무 후회되었다.

‘강남천은 단 한 번도 나를 형제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내 아내를 넘보고, 내 자식을 다치게 하고, 앞으로 강남천이 또 어떤 말이 안 되는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어.’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현석의 냉랭한 표정을 읽은 세훈은 오늘 엄마랑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숨을 내쉰 아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그럼 우린 이만 돌아가 볼 게요.”

세윤은 아직도 많이 아쉬운지 말꼬리를 늘렸다.

“아빠, 저녁에 전화할 테니까 꼭 엄마 바꿔줘요.”

수아는 잠시 현석의 품에 안겼다가 말했다.

“아빠, 우리 먼저 갈게요. 아빠랑 엄마랑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제훈은 2층의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술을 매만졌다.

“아빠, 또 봐요.”

“현석아 걱정하지 말 거라. 네 아이들은 내가 잘 보살필 테니.”

정지숙이 웃으며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