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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현석은 침대 옆에 서서, 길쭉한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 내려갔다.

그의 판판한 가슴이 드러나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침을 삼키며 그 모습에 눈길을 돌렸다.

어젯밤 현석은 예나의 상황을 살피느라 많이 억제했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더 이상 참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예나 씨, 사랑해요.”

현석은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며 이마부터 키스를 시작했다.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발가락이 오므라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스킨십을 막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오늘 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예나와 현석은 알지 못했다. 다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예나는 까무룩 잠에 들었고, 그동안 억눌렀던 마음을 모두 분출한 현석도 예나를 품에 안고 깊은 잠이 들었다.

그렇게 밤은 점점 더 깊어 가고…….

예나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깜깜한 방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뒤척이자 현석도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목이 말라서 물 마시고 올 게요.”

현석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

“제가 화장실 다녀오면서 한잔 따라올 게요.”

그러나 예나는 다시 현석을 침대 위로 눕히고 이불을 꽁꽁 덮어주었다.

외투 하나를 걸친 예나는 실내화를 신고 조심조심 안방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을 닫은 예나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이 야심한 시간에, 남천은 지령을 내렸다.

깊은 잠이 들었던 예나는 지령 소리에 너무 시끄러워 잠에서 깬 것이었다.

“문을 나서고 왼쪽으로 100미터 걸어.”

그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

예나는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두꺼운 패딩 하나를 더 껴입었고 몰래 별장을 나섰다.

겨울 밤의 성남시는 영하 10도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예나는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별장을 나서고 왼쪽으로 꺾어 100미터 정도 걸자 골목 끝에 서 있는 검은색 몸짓이 보였다.

우중충한 나무숲에 몸을 숨긴 그는 저승사자라고 해도 믿을 몰골이었다.

예나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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