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웅-핸드폰이 진동했다.수신자를 확인하니 아이들이었다.현석이 수신 확인을 누르자 네 얼굴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엄마, 오늘부터 겨울 방학이에요.”세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 한 달 동안 방학인데 엄마 보러 가면 안 돼요?”세윤의 천진한 얼굴을 보며 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강남천 이 사악한 악마가 성남시에 있으니 예나는 아이들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아이들이 남천의 눈에 띈다면 아이들마저 목표물이 될 수 있었다.“엄마가 요즘 너무 바빠서 너희들이랑 함께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예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랬다.“열흘 뒤면 새해인데, 그땐 아빠랑 같이 돌아갈 게. 우리 새해는 함께 보내자.”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새해는 처음인 것 같아요.”제훈이 말했다.“우린 해외에서도 새해를 같이 보냈어. 네가 너무 어려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야.”“와, 난 엄마랑 처음 새해를 보내는 거예요!”세윤이 입을 헤벌쭉 벌렸다.“엄마, 갖고 싶은 새해 선물 말하시면 제가 사드릴 게요.”예나가 웃음을 터뜨렸다.“너희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만 하면 엄마는 바랄 게 없어.”“안 돼요, 선물 하나만 고르세요.”세윤이 고개를 저었다.“목도리? 모자? 아니면 코트?”예나는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대화를 이어가다 가는 또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었다.예나는 머릿결을 쓸어내리며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데 제훈이가 물었다.“엄마 손이 왜 그래요?”금방 치료를 마친 손이라 아직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흰 거즈 위의 빨간 피는 공포스러운 느낌을 줬다.예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옷소매 안으로 숨기며 말했다.“오늘 채소를 다듬다가 실수로 베었어. 괜찮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저번에 부탁하신 코드 새로운 발견이 있어요.”현석이 핸드폰을 받아 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말해봐 봐.”“아직 원본 데이터를 해킹하지는 못했지만, 프로세스를 고칠 수는 있어요.”제훈이 천천히 말했다.“아빠가 말하셨던 그 부하를 한번
예나의 기억 속에 제훈은 똑똑하고 일찍 철이 든 아이라 2살을 넘긴 후로는 우는 모습도 드물었다.하지만 그렇게 듬직하던 제훈이 숨이 차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예나가 빠르게 걸어가 제훈을 품에 안고 눈물을 닦아주었다.“제훈아, 엄마 여기 있어. 제훈이 옆에 있으니까 그만 울어.”예나는 제훈의 등을 토닥였다.“엄마, 엄마…….”제훈은 천천히 진정하기 시작했다.예나는 이런 제훈을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빠가 왜 제훈이를 오라고 했는지 알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몸의 칩 프로세스를 고치려고요.”예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역시 제훈이는 알고 있었어.’예나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자신 있어?”“최선을 다해볼 게요.”현석이 컴퓨터와 각종 기구를 꺼내 왔다.모든 준비는 끝났다.예나는 소파에 기대앉아 두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제훈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작은 두 손으로 키보드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검은색 화면 위로 하얀색 파란색 부호가 나타나고 빨간 점이 계속 깜박였다.현석은 귀걸이를 손에 쥐고 긴장한 모습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시간은 1분 1초가 지나고 날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겨울 찬 바람이 창밖으로 몰아쳤으나 거실 안은 적막했다.탁!제훈이 컴퓨터를 닫아버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원본 프로세스는 파괴가 되지 않아요.”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하지만 프로세스 내용을 수정해서 호르몬이 분비되어도 작동하지 않도록 했어요.”예나의 눈이 반짝거렸다.“그게 정말이야, 제훈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데이터베이스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겨우 몇 가지만 수정했어요. 며칠 더 연구하면 새로운 발견이 있을 거예요.”“제훈아, 너무 대단해!”현석이 제훈을 바라보며 칭찬을 아끼지 못했다.‘제훈이는 생각보다 더 재능이 있어.’“제훈아, 고마워.”예나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네가 엄마를 구해준 거야.”제훈은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푹 숙였다.“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
현석은 침대 옆에 서서, 길쭉한 손가락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천천히 풀어 내려갔다.그의 판판한 가슴이 드러나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침을 삼키며 그 모습에 눈길을 돌렸다.어젯밤 현석은 예나의 상황을 살피느라 많이 억제했었다.하지만 오늘 밤에는 더 이상 참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예나 씨, 사랑해요.”현석은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며 이마부터 키스를 시작했다.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예나는 자연스럽게 발가락이 오므라졌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제 더 이상 스킨십을 막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오늘 밤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예나와 현석은 알지 못했다. 다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예나는 까무룩 잠에 들었고, 그동안 억눌렀던 마음을 모두 분출한 현석도 예나를 품에 안고 깊은 잠이 들었다.그렇게 밤은 점점 더 깊어 가고…….예나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떴다. 깜깜한 방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뒤척이자 현석도 잠에서 깨어났다.“무슨 일이에요?”“목이 말라서 물 마시고 올 게요.”현석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제가 화장실 다녀오면서 한잔 따라올 게요.”그러나 예나는 다시 현석을 침대 위로 눕히고 이불을 꽁꽁 덮어주었다.외투 하나를 걸친 예나는 실내화를 신고 조심조심 안방 문을 닫았다.그러나 문을 닫은 예나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가웠다.이 야심한 시간에, 남천은 지령을 내렸다.깊은 잠이 들었던 예나는 지령 소리에 너무 시끄러워 잠에서 깬 것이었다.“문을 나서고 왼쪽으로 100미터 걸어.”그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렸다.예나는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두꺼운 패딩 하나를 더 껴입었고 몰래 별장을 나섰다.겨울 밤의 성남시는 영하 10도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예나는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별장을 나서고 왼쪽으로 꺾어 100미터 정도 걸자 골목 끝에 서 있는 검은색 몸짓이 보였다.우중충한 나무숲에 몸을 숨긴 그는 저승사자라고 해도 믿을 몰골이었다.예나가 발걸음
찬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도 예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쥔 예나가 천천히 한 글자씩 뱉었다.“강남천, 당신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나와 이곳을 떠나.”남천은 예나의 턱을 그러쥐며 말했다.“나와 함께 떠나면 강현석 목숨은 살려 줄게.”예나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내가 거절한다면?”“거절? 허!”기괴한 표정의 남천이 입을 열었다.“그럼 강현석은 그날로 저승사자 보러 가는 거지, 뭐.”예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옷소매에 숨긴 칼을 훔쳐보았다. 적당한 타이밍에 손을 뻗어 재빠르게 남천의 목을 노렸지만, 남천은 예상이나 한듯 한 발 뒤로 물러섰다.“도예나! 넌 정말!”차갑게 식은 남천의 표정은 겨울날 찬바람보다도 더 쌀쌀했다.“우리 그냥 같이 죽는 게 어때?”예나는 다시 칼을 고쳐 잡고 돌진했다.보름 동안 예나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벌벌 떨며 지냈다. 다시 이런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강남천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날 거야.’‘다른 귀걸이는 현석 씨가 다 알아서 해줄 거야.’남천은 예나의 칼부림을 쏙쏙 피해 가다가 결국 한쪽 얼굴이 길게 긁혀버렸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온통 새빨간 피가 만져지고, 남천의 눈빛에는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도예나, 이건 당신이 자초한 거니까 어디 한번 잘 이겨내 봐.”남천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귀걸이를 꺼내 들었다.“일단 간단하게 애피타이저부터.”남천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예나를 주시하며 천천히 지령을 내렸다.“도제훈 그 녀석을 강씨 별장에서 내보내.”그 지령이 내려지고 목소리는 예나의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울렸다. 손에 든 칼을 떨어뜨린 예나는 울분에 찬 눈빛으로 남천을 노려보았다.“이런 빌어먹을!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어!”“내 시스템을 고친 아이에게 과연 아무 죄가 없을까?”남천이 냉소를 터뜨렸다.“24시간 내로 지령을 완성하지 않는다면 더 무서운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천천히 즐겨 봐.”그리고 남천은 뒤를 돌아 어둠 속으로
예나를 안방 침대에 눕힌 현석은 침대 옆 소파에 앉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지 대충 예상은 가지만 쉽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떤 일은 물어봐도 해결할 수 없었다.날은 점점 희미하게 밝아지고 어둠은 햇빛 속에서 종적을 감췄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그러나 뒤통수의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고, 예나는 침대 위에서 거의 부서질 것 같았다.현석은 소파에서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어젯밤 별장 부근에서 강남천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차량 세 대로 갈아타며 도주하는 바람에 사람은 놓쳐버렸지만, 성남시에 있는 이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겁니다.]현석은 텅 빈 눈동자로 예나를 바라보았다.‘모두 내 탓이야. 어젯밤 예나 씨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야 했어.’‘내가 강남천에게 기회를 준 거랑 다름이 없어.’자책하던 현석은 곧 몸을 일으켜 간단한 아침상을 가지고 올라왔다.“예나 씨, 먼저 뭘 좀 먹는 게 어때요?”“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요! 저리 가요!”예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짜고짜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현석 씨, 미안해요.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그녀는 자신의 자아가 둘로 갈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한쪽은 제훈이를 강씨 별장에서 내보내자고 아우성치고, 다른 한쪽은 그 생각을 억누르기 바빴다.‘머리가 너무 아파, 더 이상 못 참겠어.’‘강남천은 정말 악마야. 내 손으로 현석 씨를 다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이들한테까지 손을 대게 하다니.’‘아무리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제훈이라고 해도 상처를 받을 거야. 제훈이에게 버림받는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현석 씨,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둬요. 문을 닫고 날 이 방안에 가둬요.”‘문을 닫으면 내가 제훈을 찾아갈 수도 없을 테니까.’현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나에게 걸어가 그녀를 품 안에 넣었다.“예나 씨, 강남천이 무슨 지령을 내
무표정인 현석의 얼굴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현석의 날카로운 시선이 세윤을 향했다.“올라가서 덤벙대다 가는 엄마가 깨어날 수도 있어.”수아가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로 말했다.“아빠, 덤벙대지 않을 자신 있어요. 엄마 한 번만 보게 해주면 안 돼요?”현석은 계속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새해가 되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아이들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세훈이 인상을 찌푸렸다.‘제훈이가 거의 해결했다고 했다고 하지 않았나? 엄마랑 만나도 된다고 했는데 아빠는 왜 우릴 만나지 못하게 막는 걸까?’제훈은 더 이해가 가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어제 시스템을 고쳤으니 오늘 엄마를 만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아빠는 왜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제훈이 현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훈과 눈이 마주친 현석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현석은 남천이 무슨 지령을 내렸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해도 예나가 아이들을 피하는 모습에 대충 예상이 갔다.‘예나 씨를 조종해 나를 다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까지 손을 대려고 하다니.’그 순간 현석은 일말의 형제의 정으로 남천을 살려 둔 게 너무 후회되었다.‘강남천은 단 한 번도 나를 형제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내 아내를 넘보고, 내 자식을 다치게 하고, 앞으로 강남천이 또 어떤 말이 안 되는 일을 벌일지 알 수가 없어.’‘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현석의 냉랭한 표정을 읽은 세훈은 오늘 엄마랑 만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한숨을 내쉰 아이가 입을 열었다.“아빠, 그럼 우린 이만 돌아가 볼 게요.”세윤은 아직도 많이 아쉬운지 말꼬리를 늘렸다.“아빠, 저녁에 전화할 테니까 꼭 엄마 바꿔줘요.”수아는 잠시 현석의 품에 안겼다가 말했다.“아빠, 우리 먼저 갈게요. 아빠랑 엄마랑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제훈은 2층의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술을 매만졌다.“아빠, 또 봐요.”“현석아 걱정하지 말 거라. 네 아이들은 내가 잘 보살필 테니.”정지숙이 웃으며
수아도 예나를 향해 달려왔지만 예나는 달려오는 아이를 피해 몸을 돌렸다.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제훈만을 향했다.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점점 빨라졌다.“예나 씨.”현석이 빠르게 걸어와 그녀를 품에 넣었다.“제대로 쉬지 못했잖아요. 방으로 데려다 줄게요.”현석은 예나를 타이르며 위층으로 데리고 가는데 예나는 그의 손길을 휙 내쳤다.제훈이 앞까지 걸어온 예나는 허리를 굽혀 제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결정을 하나 내렸어.”제훈은 미리 예상을 했기에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네, 말하세요.”“강씨 별장을 떠나.”입 밖으로 말을 뱉자, 심장이 저릿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출 수가 없었다.“더 이상 강씨 별장에서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어디에서 지내든지 네 마음대로 해.”비록 예상했지만 제훈은 너무 당황해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예나야, 왜 겨우 네 살인 아이에게 그런 농담을 하는 거니?”정지숙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이렇게 어린데 혼자 어디를 간다는 말이냐?”어두운 표정의 현석이 걸어와 말했다.“제훈아, 엄마가 하는 얘기 잘 들었지?”“네, 네.”제훈이 힘겹게 대답했다.“오늘 바로 이사 갈게요.”“제훈아, 왜 농담을 진담으로 들어?”정지숙은 깜짝 놀라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할머니가 있는 이상, 넌 어디도 가지 못해.”“농담 아니에요.”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어머님, 어머님도 별장에서 나가주세요.”“뭐라고?”정지숙이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예나야, 이해할 수 있게 자세하게 말해줘.”“어머님, 아이들과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세요.”예나가 주먹을 꽉 쥐고 확고한 말투로 말했다.“저와 현석 씨가 볼일을 끝내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데리러 갈게요.”“말도 안 되는 소리!”정지숙이 호통쳤다.“곧 새해인데 내가 가길 어딜 간다는 말이냐!”“엄마, 우리 얌전하게 말 잘 들었는데 왜 우릴 다른 곳으로 보내려는 거예요?”세윤이 울먹거렸다.“앞으로 더 얌전히 말도
“도제훈은 시작에 불과해. 내 말 대로 하지 않는다면 네 아이 모두 내보낼 거야.”“난 당신을 많이 아껴, 그러니 당신이 아파하는 걸 보는 내 마음도 힘들지. 지금 바로 강씨 별장으로 와. 할 말이 있어.”예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강씨 별장? 아이들이 모두 그곳에 있는데 강남천은 왜 거기에 있는 거지?’예나가 빠르게 입을 열려는데 다시 목소리가 울려왔다.“도예나, 강현석에게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도제훈의 손을 토막 내서 선물로 보내줄 테니까.”예나는 소름이 확 끼쳤다. 강남천이라면 못해낼 일이 아니었기에 예나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이런 그녀를 현석이 잡아당겼다.“예나 씨, 왜 그래요?”“잠시 나갔다가 올 게요. 따라오지 마요.”예나는 허겁지겁 외투를 챙겨 입고 차 키를 쥐고 밖으로 나갔다.현석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주시하다가 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그는 운전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사람 더 붙여.”“대표님, 강씨 별장 부근에서 강남천의 행적이 발견되었습니다.”현석의 눈에 점점 익숙한 풍경이 들어오고, 예나가 가고 있는 곳은 강씨 별장이 맞았다.‘두 날 동안 온 성남시를 샅샅이 뒤져도 찾아내지 못한 강남천이 사실 등잔 밑에 숨어 있었다니.’‘제기랄, 그걸 예상하지 못했어. 하지만 다시 숨을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현석은 차 속을 높여 예나의 차를 바짝 쫓았다.운전대를 꼭 잡은 예나의 머릿속에는 강남천의 목소리만 들려왔다.“강현석도 참 대단해. 성남시를 이 잡듯 뒤져도 날 찾아내지 못하다니.”“하지만 성남시에서 더 이상 있을 수는 없게 됐어. 그러니까 나랑 함께 떠나자, 예나야. 강씨 별장에서 기다릴 게.”“내가 아무리 사람을 죽이고 악행을 저질러도 너를 향한 사랑은 강현석 못지않아.”그 말에 예나는 구역질이 올라왔다.대체 자신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사람과 엮기게 되었는지 예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예나는 점점 빠르게 달려 현석의 차를 따돌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