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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예나가 명훈을 향해 덤덤하게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말하라고 했잖아. 왜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았어?”

명훈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깟 작은 일로 누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몸은 괜찮아요?”

“난 괜찮아.”

예나가 입꼬리를 올렸다.

“심사 기간이 12날 정도 남았네.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려, 명훈아.”

명훈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외부 사람들의 눈엔 도예나와 이지원의 경쟁으로 보일진 몰라도, 사실은 장명훈과 이지원의 경쟁이었다.

만약 이 경쟁에서 진다면, 명훈과 장서원은 가문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다.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

현석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매형이잖아.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해.”

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매형.”

그동안 예나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명훈은 예나의 뒤로 요리하고, 빨래를 하고, 바닥을 닦는 현석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정말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에 도는 이혼설은 정말 루머에 불과했다.

현석은 오늘 새로 받은 문서를 모두 차 트렁크에 넣고 예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바람을 쐬고 나니 예나는 기분이 퍽 좋아졌다.

현석이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자, 예나는 책 하나를 꺼내 들고 거실에서 뒹굴거렸다.

겨우 몇 줄 읽었을 뿐인데 머릿속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예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녀는 천천히 힘겹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갔다.

남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귀걸이는 얼마든지 새로 만들 수 있었다.

“예나야, 내 목에 칼을 꽂은 대가로 강현석의 목에도 칼을 꽂아줘.”

남천의 목소리가 예나의 귓가에 울렸다.

예나는 최후의 발악으로 두 손을 묶은 채 지령을 거부했다.

“나한테 하던 대로 강현석한테 해. 빨리 가, 예나야 빨리.”

“예나야, 강현석의 목에 칼만 꽂으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아.”

그녀는 뒤통수가 너무 아파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예나의 자아는 또 둘로 나누어져 한쪽은 지령을 완수하려고 애쓰고 다른 한쪽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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