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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적응할 시간이라도 줘야 죠.”

눈물을 그렁그렁 단 예나가 말했다.

“어떻게 내가 아무 감정 없이 당신이랑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겠어요.”

예나의 눈물은 남천의 마음을 한순간에 누그러뜨렸다.

교활한 여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남천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럼 천천히 적응하도록 해.”

그는 손가락으로 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천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어둠 속에 갇혀 낮과 밤이 없는 나날들, 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던 남천이 물었다.

“어때, 마음이 좀 편해졌어?”

예나는 가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점차 느슨하게 몸을 풀고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남천은 신발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가 예나의 몸 위로 향했다. 그의 손길은 더없이 부드러웠다.

“바로 그때!”

예나는 베개 아래에 숨겨둔 칼을 꺼내 남천의 목에 꽂았다.

뜨겁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단숨에 공기마저 살벌해졌다.

남천이 표정을 굳혔다가 다시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잘 지내보려고 달래고 애써도 이 여자는 내 목숨만 노리고 있어.’

칼이 꽂힌 목에서 고통이 찾아오고 피가 주르륵 흘러 흰 침대 시트를 물들였다.

예나는 두 손으로 칼을 꼭 쥔 채로 몸을 바로 세웠다.

옷도 챙겨 입지 않은 상태로 예나가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상 밖의 일이지?”

남천이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쉽게 넘어갈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는 귀걸이를 손에 쥐고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예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령을 내려도 난 당신을 죽일 만큼의 시간은 버틸 수 있어. 그럼, 우리 둘 다 죽는 거야.”

남천의 손이 멈춰 섰다.

‘정말 지독한 여자야. 새삼 놀랍지도 않네.’

예나가 손을 뻗어 귀걸이를 낚아채자, 남천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귀걸이가 마음에 드는 거야? 나한테 몇 백 개는 있는데.”

남천이 나른하게 침대 머리에 몸을 기댔다. 목에 칼이 꽂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천이 말을 이었다.

“내 모든 부하한테도 있어. 날 죽이고 부하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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