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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예나는 자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빨간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셋 셀 테니 대답해. 아니면 당장 강현석을 위험하게 만들 거야.”

남천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귀걸이를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버튼만 누르면 예나를 조종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저항하고 애써도 결국 예나는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손에 든 칼이 현석을 향해도 예나는 자신을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현석 씨는 내가 공격해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거야.’

“하나.”

“둘.”

“셋.”

“…….”

“그래, 알겠어.”

예나가 고개를 들어 남천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남천이 침대를 힐긋 보며 말했다.

“올라가서 옷을 벗어.”

예나는 말없이 몸을 돌려 침대 옆으로 걸어가 불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남천이 말했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옷이나 벗어.”

예나는 고개를 떨구고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이어 하얀색 민소매와 정교한 쇄골 라인, 흰 피부가 드러났다.

남천이 군침을 꿀꺽 삼켰다.

몇 달 전, 법적으로 부부 사이임에도 남천은 예나의 몸에 손 한번 대지 못했다.

그날 밤 예나가 약을 탄 술을 먹여 정신을 잃은 남천은 관계를 맺은 걸 기억하지 못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예나의 계획이었다.

‘교활한 여자, 지금까지 날 속였어!’

예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남천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이러면 돼요?”

남천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체향을 맡았다.

지하실에 몇 달 갇혀 지내면서 수많은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지만…… 모두 예나만큼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고 해도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손색이 없었다.

예나의 말 한마디, 움직임 하나하나가 남천에게는 치명타였다.

예나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오늘 밤만 같이 지내면 나와 현석 씨를 놔줄 거예요?”

“네 목숨은 살려주지. 하지만 강현석은…….”

남천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와 강현석의 원한은 20년이 넘었어. 네 말 한마디로 없어질 원한이 아니라고.”

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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