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예나를 달랬다.“예나 씨, 두려워하지 마요. 배후가 강남천이라는 걸 알아냈으니 이제 해결할 일만 남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그리고 그는 다시 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반 시간 후, 레이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형님, 찾았습니다. 작은 귀걸이였는데 수신기 기능이 있었어요.”“당장 나한테 보내.”현석이 차갑게 말했다.그러나 아무리 빠른 국제 운송이라고 해도 최소 두 날은 걸렸다.예나는 두 날 동안 질문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건 현석도 마찬가지였다.예나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티비를 보면, 현석은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서투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예나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현석이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비록 맛은 평범해도 예나는 현석이 직접 만든 요리를 먹는 게 좋았다.“장씨 그룹이 보기 드문 유전을 발견하여…….”티비에 장씨 그룹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자 예나가 고개를 들었다.“성남시 최초로 유전이 발견되었는데, 채굴할 수 있는 석유량은…… 장씨 그룹의 주가가 하룻밤 만에 급상승하고 있습니다.”예나가 인상을 찌푸렸다.평가 기간에 유전을 개발한다면 평가 점수가 높을 게 뻔했다.리조트 프로젝트로 우세를 차지하려면 더 많은 공을 세워야 했다.예성과학기술 회사 일은 현석이 전적으로 맡고 있었으니 예나는 마침 시간이 많이 비었고, 리조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그때, 예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장서원이 걸어온 전화였는데, 아마 유전 문제로 걱정이 되어 전화가 온 듯싶었다.예나는 고민도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장대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한 번 들리거라.”예나가 놀라서 되물었다.“네?”“장씨 별장에 오거라.”장대휘가 덤덤하게 말했다.“30분 안으로.”장서원이 바로 전화를 바꿔 들었다.“예나야, 급해 말고 천천히 운전해서 와. 한 시간 늦어도 괜찮으니까.”예나는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다는 걸 눈치챘다.“네, 바로 갈게요
“예나 씨, 잠깐만 기다려요. 설거지만 끝내고 데려다 줄게요.”현석이 앞치마를 두르고 빠르게 그릇을 씻어냈다.예나는 식탁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훤칠한 키와 듬직한 어깨, 길쭉한 다리, 정장 바지를 입은 그의 뒷모습은 정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예나는 군침을 꿀꺽 넘겼다.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 그쪽으로 넘어갔다.별장으로 이사하고 두 사람은 각방으로 지냈는데, 행여나 문제라도 생길까 둘은 키스도 하지 못했다. 스킨십은 겨우 포옹에 그쳤다.현석이 고개를 돌려 예나의 시선과 마주치자, 현석 역시 침을 꿀꺽 삼켰다.그는 고개를 다시 휙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표정으로 날 보지 마요.”예나의 얼굴이 새빨개졌고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현석 씨도 얼마나 힘들겠어, 괜히 건드리지 말아야 지.’현석이 차를 별장 문 앞까지 운전해 왔고 예나가 좌 수석에 올라탔다.“요즘 계속 나랑 별장에 갇혀 지내느라 회사 업무가 많이 밀렸을 텐데 강씨 그룹에 다녀와요. 그리고 한 시간 뒤에 장씨 별장에서 만나요.”차에서 내린 예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사실 현석은 예나와 함께 장씨 별장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그녀의 말에 현석은 마음을 접었다.“그래요, 한 시간 후에 다시 올 게요.”예나가 별장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현석은 여전히 별장 주위에 머물렀다. 노트북을 꺼낸 현석은 그 자리에서 회사 업무를 처리했다.장씨 별장에서.장대휘는 서재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다.장서영은 맞은편에 앉아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이기려고 아득바득하는 걸 좀 보세요. 지금껏 가문 밖에서 자란 아이가 공평 경쟁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다행히 이 일은 우리 장씨 가문 내부 사람들만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세상에 알려지면 무슨 창피를 당하겠어요.”“고모, 아직 누가 벌인 일인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너무 앞서 나가시는 거 아니에요?”장명훈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증거도 없
‘얼굴에 흉터가 두 개나 생겼는데 왜 이렇게 예쁜 거야!’“할아버지, 아버지, 고모, 오랜만이에요.”예나가 입꼬리를 올려 모두에게 인사를 올렸다.명훈이 입을 열었다.“누나.”“사생아인 나도 가문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올려야 한다는 걸 아는데 사촌 동생은 왜 이렇게 예의가 없을까요?”예나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고모가 지금껏 애지중지 보살핀 지원이는 아직도 이렇게 예의가 없는데, 저처럼 가문 밖에서 컸다면 정말 망나니로 자라지 않았을까 싶네요.”장서원이 한 방 먹은 듯 인상을 찌푸렸다.‘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다니.’‘이 재수 없는 계집애가 문밖에서 한참이나 엿듣고 있었던 거야!’“고모 너무 화내지 마요. 아무리 철이 없어도 지원이는 내 사촌 동생이니까 제가 앞으로 많이 가르칠 게요.”“누가 너한테 가르쳐 달라고 했어? 사생아 주제에 누가 누굴 가르쳐?”지원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지원아, 언니라고 불러야 지.”장대휘가 차갑게 말했다.“이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자손이라는 네가 이렇게 예의 없게 굴어서는 안 돼!”지원은 너무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예의 없는 게 아니라, 도예나한테 인사하기 싫었던 거라고!’하지만 장대휘가 이렇게 말을 꺼낸 이상 지원은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마지못해 예나를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예나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부터 무슨 일인지 말해볼까요?”지원은 금세 전투력을 되찾았다.“언니, 리조트 투자 금액을 어디서 얻었는지 말해보세요.”예나가 지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그걸 내가 왜 너한테 해석해야 하는 거지?”“지원에게 해석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 해석해야 하는 거 란다.”장서영이 말했다.“리조트 프로젝트의 4,000억 투자 금액에서 2,000억만 회사 투자 금액인데 남은 2,000억은 어떻게 된 거니?”예나가 눈을 반짝였다.‘오늘 오라고 한 게 이 일 때문이었어?’프로젝트가 정식 운영이 되지 않아 투자 금액을 보고
예나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미소는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안정을 되찾은 예나가 입을 열었다.“2,000억은 제가 유치한 투자 금액이에요. 석유 화학 프로젝트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겨우 말 한마디로 뭘 증명할 수 있는데요?”지원이 그녀를 몰아붙였다.“2,000억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에요. 그 금액을 한꺼번에 내놓을 수 있는 회사가 성남시에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어느 회사에서 투자 받았는지 딱 대요.”2,000억은 정말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비록 주가가 몇 천 억씩 오간다고 해도, 누가 정말 현찰로 그 금액을 갖고 있겠는가?“리조트 프로젝트의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억울할 뻔했어요.”예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문서 한 장을 꺼내 장대휘에게 건넸다.“이건 투자 계약서에요. 아직 보고를 올리지 않았는데 할아버지께서 먼저 확인해 보실래요?”장대휘가 문서를 받아 들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투자자가 강씨 그룹?”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리조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투자자는 강씨 그룹이 맞아요. 초기 투자를 제외하고 후기에도 계속해서 투자할 계획이에요.”“그럴 리가 없잖아!”지원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언니와 강현석은 이혼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겠어요?”예나가 차가운 눈길로 지원을 노려보았다.“누가 이혼했다고 그래?”“기사가 그렇게 떴잖아요. 곧 이혼할 예정이라고!”지원이 막말을 퍼부어 댔다.“강현석은 밖에 여자도 있는데 언니한테 2,000억을 투자할 것 같아요? 이 계약서는 반드시 위조일 거예요. 할아버지를 속이려고…….”장대휘가 계약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이 문서는 위조가 아니란다. 2,000억은 강씨 그룹에서 투자한 게 맞아. 장서영, 앞으로 그 어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나한테 허튼 보고를 올리지 말 거라.”장대휘는 정말 예나가 횡령했다고 믿어 장서원을 시켜 예나를 당장 오라고 명령했었다.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이 섣불렀다고 생각한 장대휘가 온화
장서영은 장대휘와 장서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고개를 떨구었다.“예나야, 미안하다.”“괜찮아요. 이 일은 이렇게 덮는 거로 하죠.”예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이만 가볼 게요.”그녀는 몸을 돌려 서재를 벗어났다.장서원이 빠르게 그녀를 쫓았다.“예나야, 밥이라도 먹고 가거라.”“밥 먹고 와서 아직도 더부룩한 걸요.”예나가 미소를 지었다.“아버지,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 먼저 가볼 게요.”장서원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비록 딸을 되찾았지만, 만날 기회가 적어 예나를 바라보는 장서원의 얼굴에는 매번 미련이 뚝뚝 흘렀다.“예나야, 잠시만 기다려줘.”장서원이 그녀를 붙잡았다.“어제 너를 생각하며 선물을 좀 샀는데 지금 가져가거라.”예나는 괜찮다고 마다할 생각이었지만 장서원은 빠르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큰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이건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원피스고, 이건 액세서리야. 네 엄마가 좋아하던 에메랄드 제품인데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그는 스무 살 딸한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몰라 그 나이 때대부분 여자아이가 좋아할 법한 스타일로 준비했다.어느새 나이가 지긋한 장서원의 얼굴을 보며 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장서원이 그녀를 향한 마음은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미련과 여한이 담겨있었다.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익숙한 고통이 찾아왔다.이 느낌, 또 시작될 것 같았다.예나가 빠르게 별장을 벗어났다.장서원은 여러 쇼핑백을 들고 도저히 그녀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별장 밖을 나선 예나는 큰 숨을 헐떡였다.조종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어쩌면 조종을 벗어날 다른 방법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자신을 향한 사랑을 거절하고 차갑게 대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모두 뿌리치고 살 수 있을까?’“예나 씨,
별장 입구로 막 도착하는데 집 앞을 서성이는 택배 기사가 보였다.현석은 주소를 확인하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예나와 나란히 집안으로 들어섰다.상자를 열자, 포장재로 겹겹이 쌓인 작은 상자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는 작은 검은색 귀걸이가 담겨있었다.현석은 귀걸이를 분리했고 안에는 복잡한 노즐이 보였다.예나가 손톱보다 작은 칩을 건네받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현석 씨, 한 시간만 줘요. 내가 한번 알아볼 게요.”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나는 전문 해커였으니 이 칩을 연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예나가 칩을 들고 서재로 돌아가 익숙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나의 표정이 굳어졌다.‘이 칩, 상상보다 더 복잡하잖아.’한 시간 후 예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재를 나왔다.현석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예나를 바라보았다.“어때요? 뭐가 나왔어요?”“그냥 통신기예요. 지령 수출 프로세스밖에 없어요. 칩의 원본 프로그램은 따로 없고요.”예나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원본 프로그램은 예측한 대로 체내에서 분비하는 호르몬과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기본 지령 외에 강남천이 새로운 프로세스를 추가했어요. 이 귀걸이로 본인이 원한대로 나를 조종할 수 있었던 거죠.”현석은 눈앞이 깜깜해졌다.예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도 귀걸이가 우리한테 넘어왔으니 강남천이 날 조종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현석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지령 프로세스로 원본 코드를 얻어낼 수 있어요?”예나가 입술을 매만졌다.“얻어낸다고 해도 별 의미 없을 거예요. 원본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야 프로세스를 중지할 수 있거든요.”생물 회사는 법적으로 금지된 일을 하는 회사였고, 회사의 데이터베이스는 또 아마 아주 비밀스러운 곳에 꼭꼭 감춰졌을 것이다. 원본 데이터를 찾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더구나 강남천이 솔직하게 데이터베이스를 알려줄 리가 없었다.“예나 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어요
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는 요즘 너무 바빠. 아, 제훈아 조금 있다가 너한테 뭘 좀 보낼 테니 한번 봐줘.”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전화를 끊고 현석은 예나가 분석한 프로세스를 제훈에게 몰래 보냈다.제훈이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그는 아들의 해킹 기술을 믿었다.예나는 주로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있다면 제훈은 해킹 기술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강씨 별장.제훈은 이메일을 전해 받았다.세훈이 다가가 물었다.“아빠가 뭘 보낸 거야?”제훈이 이메일을 눌러 확인하더니 인상을 찌푸렸다.“프로세스 코드야, 나한테 풀어 달라고 하는 것 같아.”그리고 아이는 방으로 올라가 익숙하게 침대 아래서 노트북을 꺼내 자리를 잡았다.세훈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제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타닥타닥 키보드 소리와 함께 화면은 코드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제훈의 표정도 점점 더 심각해졌다.30분 후, 제훈의 손이 멈췄다.“무슨 프로세스야? 성공했어?”세훈의 물음에 제훈은 고개를 저었다.“서버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코드 전송이 힘들어.”잠시 뜸을 들인 제훈이 말을 이었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건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마이크로칩 프로세스야.”“아빠는 왜 이런 걸 너한테 부탁한 걸까?”세훈도 인상을 쓰며 물었다.“H 지역에서 돌아온 후로 다시 그 지역에 손을 대지 못하게 했잖아.”제훈은 한참이나 고민에 빠졌다.무언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지만, 아직 확신하기는 일렀다.‘어딘가 이상해.’‘하지만 이 추측이 틀렸다면 왜 엄마는 이사하고, 아빠는 왜 이 프로세스 해킹을 부탁하는 걸까?’“아빠한테 물어봐야 겠어.”제훈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석은 아직도 저녁 준비로 분주했다. 간단한 집밥이라고 해도 정성을 쏟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마지막으로 달걀 후라이를 하는 데 전화가 진동했다.“아빠, 해킹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마이크로칩 프로세스 잖아요. 아빠가 왜
세훈이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아이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이어 표정이 굳어버렸다.“에이 설마, 네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나도 내 추측이 틀리길 바라고 있어.”제훈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엄마한테 이상 증세가 나타난 걸 사실이잖아.”세훈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세훈 역시 컴퓨터를 꺼내 들고 이것저것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마이크로칩 피해자는 반드시 지령에 복종해야 하며…… 마치 아무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움직인다.”“지령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데…… 조사에 따르면 30%의 피해자들은 지령을 완성하기 위해 자기 가족을 살해했다.”“마이크로칩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칩 프로세스를 파괴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린다.”세훈은 기사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제훈아, 그럴 리가 없어.”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내일, 엄마 보러 가자.”아이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예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요즘 들어 잠이 부쩍 많아진 예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안방에서 잠을 청했다. 전에 지내던 안방 창문은 아직 재설치를 못했고 예나는 그 옆방에서 지냈다.그러나 그날 밤, 현석은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그는 계속 다크웹에서 마이크로칩에 대해 아는 사람을 수소문했고, 마이크로칩에 대해 본인이 모르는 게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날은 점점 추워지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날은 밝아졌다.예나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식탁 위에는 따끈따끈한 아침이 준비되어 있었다.예나가 잠에서 깨난 걸 알아차린 현석이 아침을 다시 데워준 것 같았다.아침을 두둑하게 먹고 예나는 현석이 일하고 있는 서재 문을 빼꼼 열었다.칼로 깎은 듯한 옆선, 신이 빚은 듯한 이목구비, 예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하지만 정신을 차린 예나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어젯밤 잘 잤어요?”현석은 고개도 들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그럭저럭요.”그리고 말 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