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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창문이 부서지고 안방에는 찬 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예나는 현석의 품 안을 파고들며 말했다.

“너무 추워요.”

현석은 바로 그녀를 안아 들고 옆방으로 옮겼다.

예나를 내려놓은 후 현석은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예나 씨…….”

이번에는 감정 기복이 심하지도, 그의 품에서 발버둥을 치지도 않았다.

“현석 씨,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해요.”

예나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고 그 사람이 창문을 깨라고 지시했어요. 전에는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였는데 그건 아마도 시스템 자체 음성이었나 봐요. 그런데 이번의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어요.”

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수많은 마이크로칩 기사를 읽으면서 현석은 이러한 상황을 예측했었다.

기계적인 음성은 시스템 자체 기능이었다면, 남자의 음성은 누군가 지령을 내렸다는 걸 의미했다.

‘엘리자도 죽었는데 누가 지령을 내리는 거지.’

웅웅-

그때, 현석의 전화가 진동했다. 수신자는 레이.

“형님, 강남천이 전화 통화를 요청합니다.”

현석의 표정이 굳었다. 생각에 빠진 예나를 바라보며 현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 바꿔.”

“브라더, 내 전화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남천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어디 한번 맞혀볼까? 음…… 아마 도예나랑 같이 있겠지?”

현석이 표정을 굳혔다.

“할 말없으면 전화 끊을게.”

“뭐가 그렇게 급해?”

남천이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 계속 들어봐. 아까 도예나 씨가 베란다 창문을 깨부쉈지?”

현석이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예나도 시선을 돌려왔다.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예나 역시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

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현석의 옆으로 다가가 핸드폰에 귀를 가져다 댔다.

“브라더, 나를 햇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에 가둔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남천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숨이 붙어있는 한 너희 둘이 무사한 날은 없을 거야. 도예나, 지금 내 목소리 들리지? 잘 들어. 네가 나한테 한 만큼 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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