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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장서영은 장대휘와 장서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고개를 떨구었다.

“예나야, 미안하다.”

“괜찮아요. 이 일은 이렇게 덮는 거로 하죠.”

예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이만 가볼 게요.”

그녀는 몸을 돌려 서재를 벗어났다.

장서원이 빠르게 그녀를 쫓았다.

“예나야, 밥이라도 먹고 가거라.”

“밥 먹고 와서 아직도 더부룩한 걸요.”

예나가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 먼저 가볼 게요.”

장서원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딸을 되찾았지만, 만날 기회가 적어 예나를 바라보는 장서원의 얼굴에는 매번 미련이 뚝뚝 흘렀다.

“예나야, 잠시만 기다려줘.”

장서원이 그녀를 붙잡았다.

“어제 너를 생각하며 선물을 좀 샀는데 지금 가져가거라.”

예나는 괜찮다고 마다할 생각이었지만 장서원은 빠르게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큰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건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원피스고, 이건 액세서리야. 네 엄마가 좋아하던 에메랄드 제품인데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

그는 스무 살 딸한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지 몰라 그 나이 때대부분 여자아이가 좋아할 법한 스타일로 준비했다.

어느새 나이가 지긋한 장서원의 얼굴을 보며 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서원이 그녀를 향한 마음은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미련과 여한이 담겨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익숙한 고통이 찾아왔다.

이 느낌, 또 시작될 것 같았다.

예나가 빠르게 별장을 벗어났다.

장서원은 여러 쇼핑백을 들고 도저히 그녀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별장 밖을 나선 예나는 큰 숨을 헐떡였다.

조종에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조종을 벗어날 다른 방법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자신을 향한 사랑을 거절하고 차갑게 대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모두 뿌리치고 살 수 있을까?’

“예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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