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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엄마는 오늘 저녁 회의가 있어서 너희들이랑 함께 있을 시간이 없어.”

현석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때부터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세훈은 현석의 명령에 반항할 마음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제훈은 고개를 쳐들고 한껏 고집을 피웠다.

“엄마랑 밥만 먹고 갈게요. 저녁만 먹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간다고요!”

현석이 인상을 찌푸리자 예나가 현석에게 말했다.

“밥만 먹이고 돌려보내요.”

예나는 미소를 지은 채로 아이들과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럼 거실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밥해줄 게.”

그녀가 앞치마를 두르고 채소를 다듬기 시작했다. 주방에는 부족한 식재료가 없었다. 대체로 현석이 예나가 잠든 틈을 타 식재료를 가득 채워왔다.

예나가 요리하는 동안, 현석이 두 아이에게 몰래 다가가 물었다.

“왜 너희 둘만 온 거야? 세윤이랑 수아는?”

세훈이 얌전히 대답했다.

“둘은 저희가 여기 온 줄 몰라요.”

“왔는데 왜 몰래 숨어있었던 거야?”

현석이 덤덤하게 물었다. 날카로운 눈빛이 제훈을 향했다.

그는 자기 큰아들인 세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제훈이와 함께 지낸 건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이었으므로 제훈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둘째 녀석이 세훈이 못지않게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 가끔 참 놀라울 때가 많지.’

제훈은 현석의 눈길에도 꿋꿋이 대답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 엄마가 바쁘니까 형이랑 몰래 엄마만 보고 가려고 했어요.”

대답을 들은 현석은 더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며칠 뒤면 방학인데 계획은 있어?”

제훈이 입을 열었다.

“아빠가 보낸 프로세스 해킹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그것부터 해결하려고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데이터베이스와 연결이 되면 제일 먼저 아빠한테 연락하고.”

제훈이 현석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아빠는 데이터베이스에 많은 관심이 있나 보군요.”

“당연하지.”

현석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해외에서 목숨이 위험할 때 그 부하가 아빠를 지켜줬어.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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