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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세훈아, 제훈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세훈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직 밥을 먹지도 않았는데, 다 먹고 가면 안 돼요?”

현석이 예나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예나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었다. 차가운 그녀의 표정은 마치 기계 사람 같았다.

제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훈은 세훈을 잡아당기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먼저 엄마랑 위층으로 올라가세요. 저와 형은, 마저 먹고 돌아갈 게요.”

현석은 별말 없이 예나를 안아 들고 방으로 올라가 문을 잠갔다.

“제훈아, 어떻게 된 일이야?”

세훈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

“정말 네 추측대로 그런 거야?”

제훈의 표정이 심각했다.

“엄마의 표정 변화를 보면 인터넷에서 읽은 마이크로칩의 피해자 서술과 똑같아. 시스템이 지령을 내린 후의 변화가 맞는 것 같아.”

세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떡해?”

“엄마가 이사를 한 건 어쩌면 가장 최선인 방법일지도 몰라.”

제훈이 주먹을 꼭 쥐며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빠를 도와 하루라도 빨리 프로세스를 해킹하는 거야.”

제훈은 눈앞의 한 상 차림을 보고도 입맛이 없어졌다.

“형, 우리 이만 돌아가자.”

세훈은 2층의 닫긴 안방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제훈과 함께 집을 나섰다.

2층의 예나는 현석의 품에 안겨 현석이 반복적으로 불러주는 이름을 들으며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얼마 뒤 그녀의 눈동자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아까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하진 않았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바로 방으로 데려왔어요.”

현석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예나를 위로했다.

“점점 지령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은데요.”

“이젠 작동 원리를 알 수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예나가 입꼬리를 작게 올렸다.

“대단하죠, 나?”

현석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

“우리 예나 씨가 세상에서 제일 대견해요.”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경호원은 두 아이가 이미 강씨 별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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