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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0화

예나는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미소를 지은 채 현석과 주방으로 향했다.

예나가 감자를 씻으며 덤덤하게 물었다.

“현석 씨, 강남천은 요즘 말썽 안 피워요?”

현석이 고개를 숙인 채로 채소를 썰며 대답했다.

“요즘 지하실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어요.”

처음 갇힌 몇 달 동안 남천은 각종 이상한 요구를 했고, 그 틈을 타 도망을 가려고 했으나 매번 다시 잡혀 왔다.

탈출할 수 없다고 마음을 비운 요즘은 오히려 조용했다.

감자를 씻던 예나의 손이 뚝 멈췄다.

‘강남천이 탈출한 걸 현석 씨는 아직 모르고 있어.’

그녀는 고개를 숙여 천천히 말했다.

“현석 씨, 나 강남천하고 통화하고 싶어요.”

현석이 하던 일을 멈추고 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예나 씨, 강남천은 너무 위험한 사람이에요. 예나 씨가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칩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알아보려고 아무리 함정을 파도 남천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현석 씨는 내가 강남천과 연락하는 게 싫은가 봐.’

“여보, 뭘 걱정하는 거예요?”

예나가 손을 닦고 그의 목에 두 팔을 걸었다.

“난 현석 씨 한 사람만을 사랑해요. 날 믿지 못하는 거예요? 강남천에게 연락하려는 건 칩에 대해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요. 혹시 말실수로 중요한 단서를 흘릴 수도 있잖아요.”

현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알겠어요. 레이한테 연락할 게요.”

“급하지 않아요. 저녁 먹고 연락해요.”

예나는 감자를 마저 씻었고 현석은 미소를 터뜨렸다. 두 사람은 함께 저녁 요리를 완성했다.

감자반, 제육볶음, 미역국, 밥 두 그릇. 간단한 집 밥이었지만 너무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현석이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전화를 꺼내든 현석이 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위협적이고 상위 포식자 같은 위압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남자가 방금 주방에서 설거지했을 거라고 누가 예상을 하는가?

예나는 턱을 괴고 현석을 보며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남천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버린다면 평화롭던 둘의 생활에 또 금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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