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윤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 두 손을 허리에 짚은 채로 화를 냈다.“엄마는 도씨 가문 사람이 아닌데 왜 도씨 가문을 챙겨야 해요? 그리고 엄마는 우스워질 행동을 한 게 없어요! 작은할머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함부로 말해요?”박정화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 험담을 하다가 딱 들킨 것도 모자라 겨우 네 살짜리 아이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박정화가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정지숙의 창백한 얼굴에 닿았다.“할머니, 둘째 할머니가 한 말이 틀렸는데 왜 가만히 있으셨어요?”정지숙은 제훈의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는 다른 가문을 말하고 있었단다. 너희 엄마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너희들이 잘못 들은 거야.”“할머니, 우리 엄마는 정말 도씨 가문 사람이 아니에요.”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엄마의 친아버지이자 우리의 외할아버지는 장서원이에요…… 세날 뒤 장씨 가문에서 연회도 할 거래요. 할머니는 몸이 아파서 못 가도 둘째 할머니는 꼭 가보세요.”수아의 목소리는 귀여웠지만 목소리에 힘이 담겼다.정지숙은 놀란 눈치였다.‘이렇게 중요한 일을 내가 몰랐 다니.’‘세 날 뒤가 연회인데 시어머니가 되어서 며느리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몰랐어…….’‘예나가 나를 초대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야.’정지숙이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다들 이만 나가줘. 좀 피곤해서 그래.”박정화도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차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형님, 그럼 푹 쉬세요. 며칠 뒤에 다시 올 게요.”그 말을 끝으로 박정화가 방에서 나갔다.세훈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아빠가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았고 강씨 가문이든 강씨 그룹이든 강남천의 세력이 아직 남아 있어 위험하다고 판단해 엄마는 강씨 가문 모든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어요. 할머니뿐만 아니라 아빠도 초대하지 않았는 걸요.”그 말은 해명 같기도 했다.정지숙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강현석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곧장 도예나를 향해 걸어갔다.그의 큰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에 닿고, 현석은 그녀의 이마에 자기 머리를 가져다 댔다. 두 눈이 마주친 순간 주변 공기도 달콤해졌다.“아빠, 뽀뽀하면 안돼요…….”세윤이 눈을 가리며 말했다.“우리 넷도 아직 여기 있다고요.”예나는 얼굴을 붉히며 남자를 휙 밀어버렸다.“그래, 조심 해야죠.”네 아이들은 물론이고, 멀리 서 있는 도우미들도 감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갈게요, 갈게요.”세훈이 마른기침하며 말했다.“채소 다듬는 건 아빠한테 맡기고 우리는 이만 가서 놀게요.”‘매일 뽀뽀하는 걸 모른 척하는 것도 힘이 드네.’네 아이는 손에 쥔 채소를 내려놓고 거실로 향했다. 예나는 채소 바구니를 현석의 품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여기 채소를 모두 다듬어요.”그리고 예나는 몸을 돌려 다른 일을 시작했다.현석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그는 식탁 끝자리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를 몰래 살폈다. 지극히 단순한 일상에서 그는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다.이게 바로 그가 평생 찾아 헤맸던 평온과 행복일 것이다.그는 자신이 최고의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완벽한 가족을 가졌으니.“아!!”갑자기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현석이 다듬던 채소를 버려 두고 빠르게 예나를 향해 걸어갔다. 예나의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아마도 채소를 썰다가 손이 베인 모양이었다.그는 고민도 없이 그녀의 얇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예나는 손가락이 아픈 것도 잠시,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느껴졌다.아찔한 화면이 다시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엘리자의 괴이한 웃음, 얼굴을 가로지른 칼날, 쏟아 내리는 피, 참을 수 없는 고통, 총을 맞고 죽어가는 엘리자…….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차갑게 변해갔고, 그녀는 남자를 팍 밀어버렸다.“아프잖아요, 살살할 수 없어요?”현석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급히 사과했다.“미안해요, 예나 씨. 약상자를 가지고 올 게요.”그는 빠르게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 강현석은 도예나가 화를 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괜찮아, 내가 엄마랑 잘 말해볼 게.”현석은 아이들을 다독인 후, 약상자를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그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예나 씨, 손가락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어요. 상처만 처리해 주러 들어가도 될까요? 치료만 하고 날 혼내든 때리든 해요.”방안은 조용했다.현석은 더 의아해졌다.‘내가 정말 아프게 한 걸까?’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예나 씨, 문 좀 열어 줄래요? 얼굴 보면서 얘기해요…….”네 아이는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수아는 빨간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엄마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요.”“엄마 손에서 피가 났어요.”제훈도 입을 열었다.‘해외에 있을 때 엄마는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아무렇지 않아 했어. 더구나 이렇게 화를 낸 적도 없었다고. 오늘은 어딘가 좀 이상해.’‘아빠가 다른 일로 엄마를 화나게 한 걸까?’‘하지만 평소에 화가 난 엄마는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어.’“아빠는 참 바보 같아요. 화가 난 엄마 달랠 줄도 모르고!”세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내가 엄마 데리고 올 게요!”세훈이 세윤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말했다.“엄마가 일부러 애교 부리는 게 아닐까?”수아의 눈이 반짝였다.“맞아, 소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이랑 잘되려고 일부러 연약한 척하는 걸 읽은 적 있어. 지금 엄마는 아빠한테 지켜 달라고 애교 부리는 걸지도 몰라.”심각해하던 제훈의 표정이 드디어 조금 풀렸다.‘여태껏 엄마를 지켜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 엄마는 모두 혼자 이겨내야만 했지.’‘이제는…….’‘든든한 방패막이 생겼고,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이건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라.’“그럼 퍼즐이나 계속하는 게 어때?”세훈의 말에 네 아이들은 다시 거실 카펫으로 돌아갔다.안방 방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예나는 멍하니 안방 소파에 앉아있었다. 식지 상처의 피가 멎어갔고
예나는 자신의 기억이 왜 끊어졌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20여 분 동안의 기억이 깨끗이 사라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가락을 치료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현석 씨, 정말 미안해요. 일부러 잊어버린 게 아니에요.”현석은 조심스레 그녀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도 붙여주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손을 뻗어 헝클어진 여자의 머리를 매만졌다.“예나 씨,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조금 있다가 우리 병원 가보지 않을 래요?”갑자기 부분적인 기억을 잃는 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이상 증세가 한 번뿐이라면 몰라도, 며칠 전 밤 예나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었다.그 기억도 잊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었다.예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이 네 명을 낳고 나서 기억이 자주 끊겨 출산 후유증이구나 싶었어요. 그때도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는데…… 설마 나도 캐서린한테 최면 당한 걸까요?”현석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최면 증세는 이런 게 아니에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예나는 그의 옷깃을 살짝 당겨 눈을 마주한 채로 물었다.“내가 기억을 잃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해도 날 사랑할 수 있어요?”현석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럴 일 없을 거예요.”“만약이라는 거죠. 성격이 괴팍해지고 못생겨진대도 날 사랑할 수 있어요?”예나가 굽히지 않고 계속 물어왔다.현석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그는 힘껏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깊고 끈적이는 키스는 입가에서 그녀 얼굴의 흉터까지 이어졌다…….키스 한 번에 후끈해진 방 안의 온도. 키스 하나로 둘은 만족하지 못했다.밖은 점점 어두워졌고 전등을 켜지 않은 방안도 점점 어두워졌다. 방안이 캄캄해질 때쯤 둘은 방 안에서 나왔다.방에서 나오자, 도우미들이 이미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후였다.네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물끄러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세훈이 마른기침을 하며
세윤도 현석이 예나에 대한 독점욕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데이트 잘 다녀오세요.”세윤이 마지못해 손을 흔들었다.“엄마, 맛있는 거 사가지고 오세요.”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엄마 잘 지켜주세요. 올 때까지 기다릴 게요.”네 아이가 별장 입구에 서서 둘을 배웅했다.차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대부분의 검진은 저녁 시간대에는 종료가 되었지만, 현석이 미리 전화를 걸어 전문의로 예약을 잡았다.예나는 검사지를 꼼꼼히 적고 여러 검사를 마쳤다. 검사 보고를 쥔 둘은 진찰실로 향했다.의사는 네다섯 장의 검사 보고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보고서를 살펴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어났던 일을 갑자기 잊어버리는 걸 의학적으로는 일시적인 기억장애라고 합니다. 이런 기억 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심각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증상은 40세 이후에 나타나는데…….”예나는 의사의 말을 겨우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이상 증세는 정상적인 상황이며 천천히 호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기억을 잃은 시간대의 성격과 평소의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거의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일시적인 기억 장애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정말 그런 증세가 있으시다면 정신과로 가서 검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의사가 진지하게 조언했다.진료실을 나선 예나의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현석 씨, 설마 정말 분열증 같은 병은 아니겠죠?”‘그래서 성격이 변하고, 그 시간대의 기억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그런 생각 마요.”현석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얼마 전 나를 찾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요. 그러다가 드디어 긴장이 풀려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될 거라고 했잖아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요, 꼭 다시 좋아질거에요…….”예나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당신이 옆에 있다면 무서울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기 목에 생긴 몇 개의 진홍색 키스 마크를 보며 울컥했다.“강현석! 이 나쁜 놈!”예나는 화장하며 이를 갈았다현석은 옆에서 천천히 정장으로 갈아입으며 점잖게 말했다.“내가 바래다 줄게요.”예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다행히 장서원이 고른 드레스는 많이 보수적이라 키스 마크가 마침 가려졌다.그녀는 메이크업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네 아이들은 이미 양 집사와 어린이집으로 간 후였다.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 보름 뒤면 어린이집도 겨울 방학이 돌아왔다.아이들과 국내에서 처음 보내는 새해라는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조금 들떴다.얼마 뒤, 현석은 예나를 호텔 입구까지 안전히 모셨다.“거의 끝날 때쯤 전화해요. 데리러 올 게요.”남자의 듣기 좋은 중저음 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그는 연회에 함께 참가하고 싶었지만, 예나에게 다른 계획이 있으리라 생각 해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걱정 마요. 난 할 수 있어요.”예나는 그의 얼굴에 굿바이 키스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 몰아치는 겨울바람에 그녀는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정말 춥긴 춥네. 다행히 눈이 멎었기 망정이지, 계속 눈이 내렸다면 현석 씨는 온갖 이유를 대서라도 연회 참석을 막았을 거야.’현석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예나는 씩씩하게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입구로 들어가는데 바로 서씨 가문 사람들과 마주쳤다.그녀는 외삼촌과 사촌 오빠에게 외할머니가 절대 연회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었다. 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추운 날 밖에 나오는 것조차 무리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끝내 연회장에 오셨고, 서태형과 서지우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외할머니, 제가 집에서 쉬고 계시라고 했잖아요.”예나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서태형이 옆자리를 내주었다.이현숙은 예나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너에게 있어 중요한 날이지 않느냐? 이 할미가 참석해서
예나의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화려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모든 장점을 확대시켰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사했다.서슬기는 더욱 질투가 나서 몸부림쳤다.“난 혼전 임신도 유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잖아. 옛사람 말 하나 틀린 게 없어.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은 옆으로 휙 돌려졌다.서슬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도예나, 너 미쳤어? 감히 날 때려?”그리고 서슬기는 바로 되갚아주려고 예나를 향해 덮쳤다.이에 서태형이 호통쳤다.“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 거라! 내 어찌 너 같은 딸을 낳았는지 정말 한스럽구나. 지우야, 저 아이를 빨리 주씨 가문에 다시 돌려보내거라.”서지우는 빠르게 다가가 서슬기의 양팔을 포획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누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소란 피우지 말고 그냥 돌아가요.”예나는 아린 손끝을 매만지며 말했다.“사촌 오빠, 놔 봐요. 이 소란 끝에 과연 누가 더 꼴사나워질지 두고 보자고요.”서슬기는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예나한테 뺨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도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이라 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오늘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주씨 가문 사모의 신분인 그녀가 자기 사촌 동생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당신이 나를 싫어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제 어머니를 입에 올릴 자격은 없어요.”예나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두 가지 선이 있어요. 하나는 자식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에요. 알아요?”한 수 가르치는 듯한 말투와 협박 어조에 서슬기는 더 분노에 휩싸였다.이젠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서슬기는 서지우에 의해 끌려 퇴장당했다.“누나, 일 크게 만들어 봤자 누나한테 좋은 일 아니에요. 주씨 가문, 서씨 가문, 장씨 가문은 물론 강씨 가문까지 밉보일 수 있어요…….”서슬기는 서지우의 차에
[얼굴이 망가졌다더니 정말 예전 같지 않네.][성형해서 되돌린다면 자연 미인이 아니잖아. 정말 아쉽게 됐어.][도예나가 장씨 가문의 사생아였다니 믿기지 않아.][연회 전날 까지만 해도 오늘 연회의 주제가 뭔지 몰랐어. 연회장에 들어오고 나서야 도예나를 소개하는 자리라는 걸 알게 됐지.][도예나 신분이 정말 대단해졌어. 장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자, 서씨 가문의 손녀, 강씨 가문의 사모…….][강씨 가문 사모는 이젠 아닌 것 같아. 오늘 밤 강씨 가족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걸 봐. 강씨 가문과 도예나는 이제 끝이 난 게 분명해.][그러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정말 이혼하는 거 아니야……?]주변의 혼란스러운 소음에도 예나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이 연회를 주최하기로 결심했을 때 예나는 충분히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다. 그러니 그깟 수군거림은 예나에게 아무런 타격이 되지 못했다.장서원이 낮은 소리로 예나에게 물었다.“예나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왜 오지 않은 거야……?”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현석 씨 사이는 아주 돈독해요. 제가 오지 못하게 했을 뿐이에요.”이에 장서원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설마 예나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예나에게 현석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줄 거야…….’바로 그때.연회장 안으로 대포 카메라를 멘 기자 서너 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도예나 씨, 소문에 의하면 도예나 씨와 강씨 그룹 강현석 씨는 이미 이혼 절차를 밟았다고 하는 데 정확한 사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요?”“도예나 씨를 장씨 가문 딸로 소개하는 자리에 강현석 씨가 참석하지 않은 건 두 분 사이 감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까?”“도예나 씨는 아직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계시는데 아직 결혼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신 겁니까?”“…….”기자의 물음은 계속되었다.예나는 약지의 파란색 다이아몬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 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