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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면서, 강현석은 도예나가 화를 내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괜찮아, 내가 엄마랑 잘 말해볼 게.”

현석은 아이들을 다독인 후, 약상자를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는 가볍게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예나 씨, 손가락에서 아직 피가 흐르고 있어요. 상처만 처리해 주러 들어가도 될까요? 치료만 하고 날 혼내든 때리든 해요.”

방안은 조용했다.

현석은 더 의아해졌다.

‘내가 정말 아프게 한 걸까?’

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예나 씨, 문 좀 열어 줄래요? 얼굴 보면서 얘기해요…….”

네 아이는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수아는 빨간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엄마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아요.”

“엄마 손에서 피가 났어요.”

제훈도 입을 열었다.

‘해외에 있을 때 엄마는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아무렇지 않아 했어. 더구나 이렇게 화를 낸 적도 없었다고. 오늘은 어딘가 좀 이상해.’

‘아빠가 다른 일로 엄마를 화나게 한 걸까?’

‘하지만 평소에 화가 난 엄마는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어.’

“아빠는 참 바보 같아요. 화가 난 엄마 달랠 줄도 모르고!”

세윤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내가 엄마 데리고 올 게요!”

세훈이 세윤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말했다.

“엄마가 일부러 애교 부리는 게 아닐까?”

수아의 눈이 반짝였다.

“맞아, 소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이랑 잘되려고 일부러 연약한 척하는 걸 읽은 적 있어. 지금 엄마는 아빠한테 지켜 달라고 애교 부리는 걸지도 몰라.”

심각해하던 제훈의 표정이 드디어 조금 풀렸다.

‘여태껏 엄마를 지켜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 엄마는 모두 혼자 이겨내야만 했지.’

‘이제는…….’

‘든든한 방패막이 생겼고,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연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어.’

‘이건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라.’

“그럼 퍼즐이나 계속하는 게 어때?”

세훈의 말에 네 아이들은 다시 거실 카펫으로 돌아갔다.

안방 방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예나는 멍하니 안방 소파에 앉아있었다. 식지 상처의 피가 멎어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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