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윤도 현석이 예나에 대한 독점욕을 잘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데이트 잘 다녀오세요.”세윤이 마지못해 손을 흔들었다.“엄마, 맛있는 거 사가지고 오세요.”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엄마 잘 지켜주세요. 올 때까지 기다릴 게요.”네 아이가 별장 입구에 서서 둘을 배웅했다.차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대부분의 검진은 저녁 시간대에는 종료가 되었지만, 현석이 미리 전화를 걸어 전문의로 예약을 잡았다.예나는 검사지를 꼼꼼히 적고 여러 검사를 마쳤다. 검사 보고를 쥔 둘은 진찰실로 향했다.의사는 네다섯 장의 검사 보고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보고서를 살펴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어났던 일을 갑자기 잊어버리는 걸 의학적으로는 일시적인 기억장애라고 합니다. 이런 기억 장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심각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증상은 40세 이후에 나타나는데…….”예나는 의사의 말을 겨우 이해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이상 증세는 정상적인 상황이며 천천히 호전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기억을 잃은 시간대의 성격과 평소의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거의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일시적인 기억 장애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정말 그런 증세가 있으시다면 정신과로 가서 검사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의사가 진지하게 조언했다.진료실을 나선 예나의 표정이 착잡해 보였다.“현석 씨, 설마 정말 분열증 같은 병은 아니겠죠?”‘그래서 성격이 변하고, 그 시간대의 기억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그런 생각 마요.”현석이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얼마 전 나를 찾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요. 그러다가 드디어 긴장이 풀려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호전될 거라고 했잖아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요, 꼭 다시 좋아질거에요…….”예나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당신이 옆에 있다면 무서울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기 목에 생긴 몇 개의 진홍색 키스 마크를 보며 울컥했다.“강현석! 이 나쁜 놈!”예나는 화장하며 이를 갈았다현석은 옆에서 천천히 정장으로 갈아입으며 점잖게 말했다.“내가 바래다 줄게요.”예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다행히 장서원이 고른 드레스는 많이 보수적이라 키스 마크가 마침 가려졌다.그녀는 메이크업을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네 아이들은 이미 양 집사와 어린이집으로 간 후였다.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 보름 뒤면 어린이집도 겨울 방학이 돌아왔다.아이들과 국내에서 처음 보내는 새해라는 생각에 그녀는 마음이 조금 들떴다.얼마 뒤, 현석은 예나를 호텔 입구까지 안전히 모셨다.“거의 끝날 때쯤 전화해요. 데리러 올 게요.”남자의 듣기 좋은 중저음 소리가 차 안에 울렸다.그는 연회에 함께 참가하고 싶었지만, 예나에게 다른 계획이 있으리라 생각 해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걱정 마요. 난 할 수 있어요.”예나는 그의 얼굴에 굿바이 키스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리자 몰아치는 겨울바람에 그녀는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정말 춥긴 춥네. 다행히 눈이 멎었기 망정이지, 계속 눈이 내렸다면 현석 씨는 온갖 이유를 대서라도 연회 참석을 막았을 거야.’현석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예나는 씩씩하게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입구로 들어가는데 바로 서씨 가문 사람들과 마주쳤다.그녀는 외삼촌과 사촌 오빠에게 외할머니가 절대 연회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했었다. 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추운 날 밖에 나오는 것조차 무리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끝내 연회장에 오셨고, 서태형과 서지우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외할머니, 제가 집에서 쉬고 계시라고 했잖아요.”예나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서태형이 옆자리를 내주었다.이현숙은 예나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너에게 있어 중요한 날이지 않느냐? 이 할미가 참석해서
예나의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화려한 메이크업은 그녀의 모든 장점을 확대시켰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고 화사했다.서슬기는 더욱 질투가 나서 몸부림쳤다.“난 혼전 임신도 유전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잖아. 옛사람 말 하나 틀린 게 없어.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은 옆으로 휙 돌려졌다.서슬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도예나, 너 미쳤어? 감히 날 때려?”그리고 서슬기는 바로 되갚아주려고 예나를 향해 덮쳤다.이에 서태형이 호통쳤다.“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 거라! 내 어찌 너 같은 딸을 낳았는지 정말 한스럽구나. 지우야, 저 아이를 빨리 주씨 가문에 다시 돌려보내거라.”서지우는 빠르게 다가가 서슬기의 양팔을 포획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누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소란 피우지 말고 그냥 돌아가요.”예나는 아린 손끝을 매만지며 말했다.“사촌 오빠, 놔 봐요. 이 소란 끝에 과연 누가 더 꼴사나워질지 두고 보자고요.”서슬기는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예나한테 뺨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도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이라 본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오늘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주씨 가문 사모의 신분인 그녀가 자기 사촌 동생에게 뺨을 맞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다.“당신이 나를 싫어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제 어머니를 입에 올릴 자격은 없어요.”예나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두 가지 선이 있어요. 하나는 자식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에요. 알아요?”한 수 가르치는 듯한 말투와 협박 어조에 서슬기는 더 분노에 휩싸였다.이젠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서슬기는 서지우에 의해 끌려 퇴장당했다.“누나, 일 크게 만들어 봤자 누나한테 좋은 일 아니에요. 주씨 가문, 서씨 가문, 장씨 가문은 물론 강씨 가문까지 밉보일 수 있어요…….”서슬기는 서지우의 차에
[얼굴이 망가졌다더니 정말 예전 같지 않네.][성형해서 되돌린다면 자연 미인이 아니잖아. 정말 아쉽게 됐어.][도예나가 장씨 가문의 사생아였다니 믿기지 않아.][연회 전날 까지만 해도 오늘 연회의 주제가 뭔지 몰랐어. 연회장에 들어오고 나서야 도예나를 소개하는 자리라는 걸 알게 됐지.][도예나 신분이 정말 대단해졌어. 장씨 가문의 유일한 딸이자, 서씨 가문의 손녀, 강씨 가문의 사모…….][강씨 가문 사모는 이젠 아닌 것 같아. 오늘 밤 강씨 가족들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걸 봐. 강씨 가문과 도예나는 이제 끝이 난 게 분명해.][그러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정말 이혼하는 거 아니야……?]주변의 혼란스러운 소음에도 예나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이 연회를 주최하기로 결심했을 때 예나는 충분히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다. 그러니 그깟 수군거림은 예나에게 아무런 타격이 되지 못했다.장서원이 낮은 소리로 예나에게 물었다.“예나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왜 오지 않은 거야……?”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현석 씨 사이는 아주 돈독해요. 제가 오지 못하게 했을 뿐이에요.”이에 장서원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설마 예나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예나에게 현석보다 몇 배는 더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줄 거야…….’바로 그때.연회장 안으로 대포 카메라를 멘 기자 서너 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도예나 씨, 소문에 의하면 도예나 씨와 강씨 그룹 강현석 씨는 이미 이혼 절차를 밟았다고 하는 데 정확한 사실을 밝혀줄 수 있을까요?”“도예나 씨를 장씨 가문 딸로 소개하는 자리에 강현석 씨가 참석하지 않은 건 두 분 사이 감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까?”“도예나 씨는 아직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계시는데 아직 결혼 생활을 포기하지 않으신 겁니까?”“…….”기자의 물음은 계속되었다.예나는 약지의 파란색 다이아몬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이 반지는
“외삼촌, 기자들이 몰래 들어온 게 삼촌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요?”이지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사촌 언니 결혼 생활이 하도 파란만장했던 터라 다들 궁금해서 그러는 거죠. 사촌 언니, 오늘 같은 날에 한번 시원하게 밝히는 게 어때요?”사촌 언니라며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과는 달리, 그녀의 말은 날이 섰다.예나가 미소를 지었다.“사촌 동생이 남자를 쫓아 무슨 행동까지 저질렀는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있다면 나도 내 남편과의 일을 모두 밝히도록 할 게요.”그 말에 지원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굳어졌다.설민준과 이지원 두 사람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원이 끈질기게 쫓아다녀도 민준이 결단코 받아주지 않은 것이었다. 이게 밝혀진다면 지원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이다.예나가 행여나 입을 더 열 가 봐 지원은 자신의 입을 꾹 다물었다.장서원은 예나와 함께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걸어갔다.마이크를 손에 쥔 장서원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와중에 저희 장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이 자리로 모신 건 저희 가문과 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일을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크게 심호흡을 한 후 장서원은 옆에 선 예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금 제 옆에 선 이 사람은 제가 20여 년 동안 찾아 헤맨 제 딸아이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딸이 공식적으로 장씨 가문의 일원으로 되었다는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장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아이를 되찾은 것을 축하드립니다!”“축하드려요, 장서원 씨!”“장대휘 어르신, 손녀딸이 생기셔서 좋으시겠어요!”사람들은 환한 웃음으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진심일지 가식일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장대휘가 연회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장대휘가 도예나를 자기 손녀라고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고풍스러운 단 나무 상자를 꺼내 예나에게 건넸다.“이건 우리 장씨 가문 후손이라면 모두 있는 것이니 받아 두거라.”예나도 사양하지
지원의 말에 장서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장씨 성도 사람이 아닌 너도 참여한 후계자 경쟁에 왜 우리 예나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냐?”장서원의 눈빛이 차가웠다.“그리고, 우리 예나는 정식으로 장씨 가문의 큰딸이 되었는데 다시 내 귀에 사생아라는 말이 들린다면 난 너 같은 조카 다시 안 볼 것이야!”지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장서원은 조카인 지원을 평생 금이야 옥이야 아꼈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가장 먼저 지원을 챙겼는데, 지금은 그녀에게 더없이 잔혹한 말을 했다.‘도예나는 사생아가 맞는데, 왜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 거야…….’지원이 계속해서 입을 열려는데 장서영 (이지원 모친) 이 그녀를 막아섰다.장서영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예나가 장씨 가문으로 들어오는 건 둘에게 있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이 염치없는 예나가 이렇게 빨리 머리를 굴릴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20년 전, 장서영과 장서원은 꽤 사이가 좋은 남매였다. 그래서 장서원과 서금주 사이의 일을 장서영은 조금은 알고 있었다. 장서원은 서금주를 바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아꼈지만, 무슨 이유인지 서금주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서금주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장서원은 적어도 2년 동안 퇴폐적인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서금주가 죽었다는 소식에 장서원은 또 7년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때 장서영은 장대휘의 믿음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씨 그룹의 핵심 프로젝트까지 맡을 수 있었는데…….장서영은 장서원이 서금주를 아꼈던 만큼 그녀의 딸을 아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그래서 예나가 원하는 게 있다면 장서원은 하늘의 별도 따러 갈 게 뻔했다.한숨을 내쉰 장서영이 입을 열었다.“예나야,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지 않았더냐. 후계자 일은 추후에 차차 말하자 꾸나.”장서영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며칠 전 장명훈이 후계자 경쟁에서 정식으로 물러났다는 건 성남시 기사에도 올라
“허.”예나는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지원이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일 줄은 미처 몰랐다. 온갖 더러운 수단으로 장명훈을 퇴출시켜 놓고도 이렇게 당당하다니.“뭘 웃어요?”지원이 예나를 집어삼킬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사람이라서 웃음만 나오네요.”예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씨 그룹은 장씨 가문의 사람이 이어받는 게 당연해요. 장씨 성을 가지지도 않은 당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요. 제 생각에는 명훈이만큼 후계자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명훈이가 포기했으니 누나인 제가 그 자리를 대신 지키려고 해요.”그 말은 명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명훈은 예나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몰랐다.그날 오후, 장씨 별장에서 만났을 때 예나는 명훈에게 후계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었다.그리고 자신이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 게 맞다고 확신하는 순간, 예나가 장서원에게 연회를 열어 달라는 말을 꺼냈다.명훈은 그제야 왜 예나가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자리를 지켜주겠다는 건 결국 나에게 빚지지 않으려고 그러는 걸 거야.’‘배다른 동생을 이렇게 챙겨준 다니 정말 의외야.’명훈의 표정이 조금 착잡해 보였다.“정말 뻔뻔하기도 해라.”지원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명훈이와는 배다른 남매로 여태껏 얼굴도 모르고 지냈는데 갑자기 남매의 정이라도 생긴 거예요? 무슨 얼어 죽을 남매의 정이라고! 그건 모두 당신의 사리사욕이에요! 장씨 그룹을 이어받아야 당신이 마음대로…….”“누나!”명훈이 지원의 말을 잘랐다.“저와 예나 누나가 남매의 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당신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에요. 제가 누나를 위해 희생을 한 만큼 누나도 저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겠죠. 이게 바로 남매의 정 아니겠어요? 당신 같은 외부인은…… 그런 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너, 너!”지원은 너무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장서영이 그녀를 막아섰다. 행여나 지원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이라도 퍼부을까 봐 걱정이
장서영 (이지원 모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예나 이 뻔뻔한 아이가 명훈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아버지가 허락하실 거라는 건 예상했어.’‘그리고 역시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명훈이만이 후계자였던 거야…….’“아버지의 말씀이 옳아요.”장서영이 맞장구를 쳤다.“우리 지원이 아직 나이가 어려 철이 없어서 그래요. 아버지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이틀 후, 장씨 그룹의 내부 회의에서 세부 사항을 다시 의논해 보는 게 어때요?”장대휘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추후에 다시 정리를 하자 꾸나.”예나가 입꼬리를 올렸다.공개적인 연회 자리에서 이 일을 꺼낸 건 장씨 가문이 말을 바꾸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말을 꺼낸 이상, 아무리 장서영이 다른 방법을 댄다고 해도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는 건 정해진 일이 될 것이다.‘장씨 그룹 후계자, 꼭 되고 말겠어.’소란은 끝나고 연회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연회장의 사람들이 예나를 향한 눈빛은 시니컬했다.“외할머니, 저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지 않았어요.”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철이 들고 나서부터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저를 떠나지 않았고, 이런 여론에 휘둘릴 저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이현숙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배다른 동생을 돕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싶구나.”예나 본인도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수없이 생각했던 문제였다.‘그동안 가족의 온정을 느끼지 못하고 자랐던 탓에 명훈이의 희생에 쉽게 감동했던 걸까.’‘하지만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는 건 명훈이뿐만 아니라 장서원, 아버지를 위한 일이기도 해.’아내를 잃고 10년 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살던 장서원은 장씨 그룹에서의 발언권을 잃고 계속 장서영의 손아귀에 잡혀 살았었다.장서원이 그룹을 이끌 능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예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지키고 싶어졌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예나를 반드시 잘 지키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