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뺨을 때리는 소리가 휴게실에 울려 퍼졌다.캐서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입안으로 피비린내가 느껴지고 반쪽 얼굴이 얼얼해지는 게 느껴졌다.도예나의 손도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그녀는 거의 전신의 힘을 다해 따귀를 때렸다.도예나는 캐서린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뱉었다.“부부가 대화하는데 당신이 뭔데 끼어들어요?”캐서린은 입술을 덜덜 떨며 말했다.“저기…… 도예나 씨. 저와 강현석 씨는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러니까 제발 우리를 위해 이혼해주세요…….”도예나는 기가 막혀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어 그녀는 또 뺨을 날렸다.그동안 너무 참고만 지냈다. 이 두 뺨은 강현석을 향해 날리고 싶었으나 캐서린이 주제도 모르고 끼어든 탓에 고스란히 그녀가 받아버렸다.두 번으로는 부족했다. 도예나는 숨을 고르고 세 번째 뺨을 날렸다.연속 세 번이나 맞은 뺨은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그만 해요.”강남천이 도예나의 손목을 잡았다.“나와 캐서린 씨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어요. 정말 오해에요.”도예나는 자기 손을 휙 낚아챘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떨어뜨린 와인병을 다시 주어 그의 얼굴에 쏟았다.“강현석, 당신이란 사람 참 역겨워.”그 말을 끝으로 도예나는 몸을 돌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벗어났다.캐서린은 빨갛게 부은 뺨을 쥐고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남…… 현석 씨, 저 여자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봤죠? 날 때렸으면 됐지, 당신에게 끝까지 와인을 퍼붓는 것 좀 봐요. 당신은 강현석도 아닌데 왜 참고만 있었어요? 이혼해요, 이혼하면 다시 들킬 일도 없고…….”“닥쳐!”강남천은 인상을 팍 쓰며 소리 질렀다.술을 평소보다 조금 더 마셨다고 강남천은 캐서린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그는 캐서린과 관계를 맺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도예나가 화를 내고 가버리자, 그와 캐서린이 관계를 맺었다는 건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다시 말하는데,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도 마!”강남천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맞
도예나가 강세훈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손을 잡고 옆 화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강세훈은 계속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있었다.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이는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엄마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고 하루 종일 어떻게 답을 할지 고민했지만 아이는 여태껏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세훈아, 엄마 믿어?”도예나가 강세훈의 어깨를 감싸 쥐며 두 눈을 마주했다.강세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믿어요.”도예나가 또 물었다.“지금의 아빠와 엄마 사이에 누굴 더 믿어?”강세훈이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엄마요.”“그럼 다행이야.”도예나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러면 지금 묻는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어?”강세훈이 침묵했다.‘엄마가 물어볼 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런데 내가 본 걸 정말 엄마한테 말해도 되는 걸까?’“너는 정말 똑똑한 아이니까, 며칠 동안 아빠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을 거야. 사실 나도 원인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 확실하지 않은 추측이 하나 있어. 하지만 지금은 너희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는 없어.”도예나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일상에서의 일은 내가 거의 다 시험을 해봤는데, 회사 쪽은 내가 손을 댈 수가 없어서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세훈아, 너는 착한 아이라 아무 이유도 없이 아빠 사무실을 뒤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너도 이상한 점을 느껴서 그랬던 거야, 맞아?”강세훈이 손가락을 배배 꼬면서 말을 시작했다.“아빠와 새로 온 보좌관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는데, 느낌이 너무 이상했어요…….”“무슨 이야기를 들었는데?”강세훈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천천히 도예나에게 전했다. 그리고 도예나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엄마, 너무 무서워요…… 아빠 서랍에서 나온 문서들이 너무 불안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세훈아, 오늘 듣고 본건 모두 잊어버려.”도예나가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이 일은 엄마가 해결할게. 너는 착하게 유치원 다니고,
도예나는 종이를 파쇄기에 돌린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리고 내일 무슨 핑계로 강씨 그룹을 다녀올지 고민하던 중, 별장 마당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슬리퍼를 고쳐 신을 겨를도 없이 맨발로 베란다로 나가 커튼을 걷고 차를 확인했다.익숙한 검은 차,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강현석이 돌아올 줄이야!’그의 손에는 꽃다발까지 쥐어져 있었다.도예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빠르게 안방으로 돌아가 탁자 위에 놓인 물을 손바닥에 조금 부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방문이 가볍게 열리고, 강남천은 문틈으로 도예나를 살폈다.그는 도예나가 침대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휴지로 눈가를 닦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탁자 위로는 이미 사용한 듯한 휴지 뭉치가 잔뜩 놓여 있어 오랫동안 울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큼큼!”남자가 힘껏 기침을 두어 번 했다.도예나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올리고 옆에 놓인 베개를 그를 향해 던졌다.“당장 꺼져!”강남천은 손쉽게 베개를 낚아챘다.그의 눈앞의 여자는 빨개진 눈, 젖은 눈가로 계속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강남천은 여태껏 도예나의 침착하고 강인한 모습만 보아왔지만, 이렇게 속상할 때는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걸 처음 알았다…….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편이 벌레에 쏘인 것처럼 따끔거렸다.강남천은 문을 열고 들어서서 등 뒤에 숨겨둔 장미꽃을 건넸다.“이젠 화내지 마요. 꽃도 사 왔으니까 이만 용서해 줘요.”도예나의 시선이 꽃을 향했다. 역겨워하는 표정이 하마터면 드러날 뻔했으나 그녀는 바로 표정을 감췄다.그리고 휴지로 눈을 가리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꽃다발로 없던 일이 돼요? 꽃다발에 내가 용서를 해줘야 하나고요? 강현석 씨, 사람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에요?”그리고 옆에 놓인 또 하나의 베개를 그를 향해 던졌다.강남천은 이런 그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점점 마음에 들었다. 화도 내고, 사랑도 주고, 마치 가을철에 피어나는 난초 같았
도예나는 계속 자신을 다독였다. 그녀는 몇 초 후에야 다시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꾸짖듯 말했다.“현석 씨한테서 캐서린 향수 냄새도 나고, 셔츠에는 립스틱 자국도 있는데, 샤워라도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아, 아직도 질투하는 건가?’강남천은 고개를 숙여 자기 셔츠를 맡아보았는데, 정말 짙은 향수 냄새가 나고 있었다.그는 외투를 벗으며 입꼬리를 올렸다.“기다려요, 씻고 올게요.”도예나는 바닥에 부서진 유리 조각을 보며 말했다.“천천히 씻어요. 넘어지지 말고요.”“내가 뭐 그렇게 멍청한 사람인가요?”강남천은 피식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고개를 숙인 도예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뻔했다.그녀는 빠르게 부서진 유리 조각을 줍고 새 와인병을 들고 돌아왔다.강남천이 씻고 나왔을 때는 안방 탁자 위로 두 잔의 와인잔이 놓여 있었다.“여기로 와서 한잔해요.”도예나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혼인 신고하는 그날에도 이렇게 술 마시고 그러다가…….”그녀의 얼굴이 왠지 붉어 보였다.강남천은 자연스레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았다.‘지금까지는 강현석과의 추억이지만, 앞으로는 모두 나랑 함께 만들 기억들이야…….’강남천은 도예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게를 조금 실어 천천히 매만졌다.도예나는 최대의 인내심으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현석 씨,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강남천은 그 말에 짜증이 났다. 그래서 와인을 절반 벌컥벌컥 비워버렸다.“어머니께서 손녀가 더 보고 싶으시대요. 저는 아이가 네 명이라 더 낳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어떻게 생각해요?”“당연히 낳아야죠.”강남천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수아를 닮은 딸이 있으면 집이 더 북적이고 좋을 것 같은데요.”“저는 딸은 수아만 있으면 돼요.”도예나가 천천히 말했다.“아니요, 부족해요.”강남천이 다른 한쪽 손도 들어 그녀의 어깨에 올렸다.‘수아가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내 딸은 아니잖아.’‘다른 삶을 살아가려고 결심한 이상, 내 자식이
도예나는 해외에서 지낼 때 알고 지내던 성형외과 의사에게 사진을 전송했다.‘너무 완벽한 얼굴이에요. 하늘의 축복을 받은 얼굴이라고 할 수 있죠. 어느 각도로 봐도 흠이 없네요…… 성형이 의심된다고 했지만 제 소견에는 칼을 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네요…… 저보다 더 훌륭한 성형외과 의사한테서 성형 받았다면 모를까요, 하지만 이 세상에 저보다 더 훌륭한 의사는 몇 명 없어요…….”문자를 확인한 도예나는 한참이나 침묵을 지켰다.전 세계 탑3에 드는 성형외과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이 얼굴은 성형하지 않은 얼굴인 게 맞았다.‘그러면, 정말 이 사람이 강현석 씨가 맞다고?’‘나를 뼛속까지 사랑해 주던 그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도예나의 눈빛이 카펫 위의 남자에게로 향했다…….그녀는 갑자기 두 사람이 한창 애정이 넘칠 때, 우연히 강현석의 아랫배에서 옅은 청색의 모반을 봤던 게 기억이 났다…….그녀는 다시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남자의 샤워 가운을 조심스레 벗겼다…….그러나 그곳에는 큰 호랑이 문신이 자리를 잡고 있어, 청색 모반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방안을 불안하게 돌아다녔다.그녀는 촉이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신의 촉을 믿어 보기로 했다.그래서 일단 옷장을 열어 수수한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어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방문을 나섰다.늦은 밤이라 대부분 도우미도 잠에 든 시간이었다. 오직 거실의 전등만 어둠 속에서 빛을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물잔 하나를 꺼내 들고 바닥을 향해 던졌다.작지 않은 소음에 주방 뒤쪽의 문이 바로 열렸다. 양 집사는 자기 외투를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나왔다.“사모님? 이렇게 늦은 밤에 주방에는 무슨 일로 나오신 거예요? 혹시 배가 고프신가요? 셰프를 깨울까요?”“죄송해요.”도예나는 머리를 숙여 유리 조각을 주우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물 한 잔 따라 마시려고 한 건데, 소란을 피워서 죄송해요.”그녀는 오늘따라 더 허약하고 가냘퍼 보였다. 눈가도 마치
“사모님, 이건 강씨 가문의 제일 큰 비밀이에요. 제가 말씀드릴 일이 아니지만, 대표님과 사모님의 오해 골이 깊어질까 봐 말하는 거예요.”양 집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아주 예전의 일을 회억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대표님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어요.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는데…… 강씨 가문처럼 큰 가문에 아픈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추측을 할 테고 이는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 이 사실을 숨겼어요…….”“대표님의 친형은 큰 병원으로 이송되어 심장 수술을 진행했는데, 하마터면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그때는 겨우 삼 개월의 아기였는데……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면 길어야 한 살까지 산다고 했어요…… 그때의 강 대표님과 강 부인은 아이를 살리겠다고 밤낮으로 방법을 찾으러 다녔는데 그러다가 천년의 세월이 깃든 절에서 기도하기 시작했어요…….”“아주 덕망이 높은 스님이 큰 도련님을 절에서 거두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한 살을 넘겼어요. 그래서 강 대표님과 강 부인은 안심하고 아이를 스님에게 맡겼고, 스님의 말대로 큰 도련님의 존재를 숨겼어요. 저와 대표님 내외를 제외하고는 세상 그 누구도 강씨 가문의 큰 도련님 존재를 몰랐죠…….”도예나는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게 느껴졌다.양 집사가 잠시 뜸을 들이자, 그녀는 빠르게 되물었다.“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어쨌든 큰 도련님은 오랫동안 강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가문의 부를 한 번도 누리지 못하고 컸어요.”양 집사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둘째 도련님인 강현석 대표님은 강씨 가문에서 자라, 순조롭게 강씨 가문의 계승자로 컸고 강씨 가문의 모든 걸 이어받게 되었어요…… 그러니 사모님과 결혼하고 너무 완벽한 자신의 인생과는 달리 아직도 방황하며 살아가는 친형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생기시는 게 아닐지 싶어요.”“사모님, 대표님은 오직 자기 형에게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절대 마음속에 다른 여자는 없으니 오해 마세요.”
도예나는 고개를 돌려왔다.그녀는 눈썹 펜슬로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따뜻한 햇살이 그녀의 얼굴 위로 쏟아 내리자, 그녀의 환한 미소를 더 밝게 해주었다.이런 그녀를 보고 있으니 강남천은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느꼈다.몸 위를 덮은 이불을 거두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남천은 그제야 자신이 옷 한 장 걸치지 않은 걸 발견했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그는 천천히 생각해보았다…….‘설마 이 여자와 관계를 맺은 걸까?’그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옷 좀 가져다줘요.”도예나는 눈썹 펜슬을 내려놓고 립스틱을 손에 쥐며 말했다.“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저절로 찾아 입어요.”그녀의 생기발랄한 모습은 며칠 전의 우중충한 기운과는 사뭇 달랐다.강남천은 자신의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찾아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여태껏 자신이 그녀에게 몹쓸 사람이었다고 해도, 어제 밤일은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다.옷을 찾아 입고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나오자 도예 나는 이미 메이크업도 하고 옷도 갈아입은 상태였다.강남천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여자는 아무런 저항 없이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한 채로 물었다.“바로 회사로 갈 거예요? 아니면 아침 먹고 갈 거예요?”“당신이랑 아이들이랑 아침 먹고 회사 나갈 거예요.”강남천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도예나는 그를 밀어내고 싶다는 충동을 애써 참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밤에는 일찍 돌아오는 거예요?”“당연하죠.”강남천은 도예나의 귓불을 깨물려고 했으나 도예나는 가볍게 그의 몸을 밀쳤다.관계를 맺은 듯싶었으나 강남천은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아마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걸 거야. 오늘 밤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두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음가짐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은 한참 전에 일어나 식탁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강 부인과 양 집사가 네 아이를 돌보고
한 가족이 식탁에 나란히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도예나가 입을 열었다.“어제 해외 교육 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훈이와 수아의 예전 선생님이요.”강 부인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게냐?”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수아 몸이 좋지 않아서 예전엔 센터를 다녔었는데 제훈이도 그 센터 수업을 들었거든요. 몇 달 전에 너무 급하게 돌아오느라 수속 절차가 몇 개 빠진 게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제훈이와 수아를 데리고 다녀올게요.”강 부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양 집사가 다녀오면 되지 않겠느냐.”“네, 양 집사님이 처리해 주셔도 되지만, 센터 선생님들이 제훈이와 수아를 많이 보고 싶어 해서요.”도예나가 계속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예전에는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센터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센터 선생님이 없었다면 아이 둘을 이렇게 잘 키워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석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의견을 물었다.강남천은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했다.‘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어.’‘아이들이 강씨 별장에 있는 게 오히려 신경이 더 쓰이겠지…….’그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아이들의 엄마이니까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요.”“하지만…….”강 부인이 반대했다.“제훈이와 수아가 아직 어린데 출국도 어렵고, 환경이 바뀌면 병에 걸리기도 쉽고, 또…….”“할머니. 저와 수아는 그곳에서 몇 년이나 지냈어요. 저희도 다시 돌아가 보고 싶어요.”도제훈이 얌전히 말했다.“저와 동생이 마당 뒤뜰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무에 토끼 모양을 새겼었어요.”“와, 정말?”강세윤이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나도 같이 수아가 새긴 토끼 모양 보고 싶어요.”“할머니, 아빠. 저도 엄마랑 동생들이 지내던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