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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도예나는 종이를 파쇄기에 돌린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내일 무슨 핑계로 강씨 그룹을 다녀올지 고민하던 중, 별장 마당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슬리퍼를 고쳐 신을 겨를도 없이 맨발로 베란다로 나가 커튼을 걷고 차를 확인했다.

익숙한 검은 차,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강현석이 돌아올 줄이야!’

그의 손에는 꽃다발까지 쥐어져 있었다.

도예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빠르게 안방으로 돌아가 탁자 위에 놓인 물을 손바닥에 조금 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방문이 가볍게 열리고, 강남천은 문틈으로 도예나를 살폈다.

그는 도예나가 침대 옆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휴지로 눈가를 닦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탁자 위로는 이미 사용한 듯한 휴지 뭉치가 잔뜩 놓여 있어 오랫동안 울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큼큼!”

남자가 힘껏 기침을 두어 번 했다.

도예나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올리고 옆에 놓인 베개를 그를 향해 던졌다.

“당장 꺼져!”

강남천은 손쉽게 베개를 낚아챘다.

그의 눈앞의 여자는 빨개진 눈, 젖은 눈가로 계속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강남천은 여태껏 도예나의 침착하고 강인한 모습만 보아왔지만, 이렇게 속상할 때는 눈물을 흘릴 줄 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편이 벌레에 쏘인 것처럼 따끔거렸다.

강남천은 문을 열고 들어서서 등 뒤에 숨겨둔 장미꽃을 건넸다.

“이젠 화내지 마요. 꽃도 사 왔으니까 이만 용서해 줘요.”

도예나의 시선이 꽃을 향했다. 역겨워하는 표정이 하마터면 드러날 뻔했으나 그녀는 바로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 휴지로 눈을 가리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꽃다발로 없던 일이 돼요? 꽃다발에 내가 용서를 해줘야 하나고요? 강현석 씨, 사람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옆에 놓인 또 하나의 베개를 그를 향해 던졌다.

강남천은 이런 그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점점 마음에 들었다. 화도 내고, 사랑도 주고, 마치 가을철에 피어나는 난초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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