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도제훈이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오늘 아침부터 엄마가 조금 이상했어.’‘수아랑 내가 센터를 다녔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할머니를 속이려고 했던 거야’‘엄마가 해외에 볼일이 있는듯 싶어 협조했던 건데, 엄마가 해외를 가지 않는다고?’‘엄마가 거짓말로 애써 해외 일정을 잡았던 건 우리를 해외에 보내기 위해서라니.’‘대체 왜?’아이들의 의문을 담은 눈빛에 도예나는 목이 메어왔다.그녀는 거짓말에 또 새로운 거짓말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원래는 함께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어. 엄마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함께 가지는 못할 것 같아. 하지만 민준 삼촌한테 연락했으니까, 삼촌이랑 노는 건 어때? 민준 삼촌 기억하지?”강세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몰라요, 민준 삼촌 같은 사람 모른다고요! 저는 엄마랑 갈래요. 엄마가 안 가면 저도 안 가요!”“세윤아, 착하지. 뚝…….”도예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강세윤을 달랬다.“오늘은 먼저 민준 삼촌이랑 같이 가고 엄마는 내일 출발할게, 어때?”강세훈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저희도 성남시에서 하루 기다리면 안 돼요?”도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하루라도 더 빨리 벗어나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방찬이라는 사람은 아주 지독해서 자기 친동생도 해치는데, 동생의 자식들이라고 놔줄 사람이 아니야.’‘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보내고 방찬의 가면을 벗길 거야!’“이렇게 큰 사람이 떡하니 서 있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하다니 너무 서운한걸!”설민준은 어느샌가 그들의 뒤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장난스러운 그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네 아이는 고개를 들어 설민준을 살폈다.도제훈과 수아와는 이미 잘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강세훈과 강세윤과는 첫 만남이었다……. “여행가는 거라며? 왜 다를 이렇게 축 처져있어?”설민준이 허리를 숙여 수아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수아야
도제훈과 수아를 낳고 키우며 단 하룻밤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다…….강세훈과 강세윤을 만난 지 겨우 몇 달 만에 또 떨어져 지내야 한다니…….그녀는 최선을 다해 눈물을 삼키며 설민준에게 말했다.“이번에도 신세 좀 질게. 그리고 일이 해결되는 대로 신세 갚을게.”설민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내가 도울 일 있으면 연락 주고, 언제든지 연락해.”도예나는 눈으로 아이들을 배웅했다.아이들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정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아이들을 보낸 것이었다.또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 설민준에게 부탁했다.설민준에게 어떻게 신세를 갚을지 보다는, 우선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신중하게.도예나는 시간을 확인했다.‘그 사람은 이 시간에 아직 회사에 있을 거야…….’아이들이 비행기에 내리기 전에 일을 크게 벌려야 한다…….도에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바가지로 자기 몸에 물을 퍼부었다.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몸에 젖기까지 했으니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코가 먹먹해지고 감기 기운이 돌았다.그녀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연기할 필요도 없이 바로 화장실 안에서 쓰러졌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옆방의 사람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강씨 그룹.다른 한편, 강남천은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대표 자리에 앉은 강남천은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경영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강남천은 이런 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룹 영업 보고를 일일이 들을 인내심도 없었다.이런 그의 모습에 임원들만 벌벌 떨고 있었다…….사람들은 예전부터 강 대표가 차갑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다고 생각했다.살기를
병실.소독액 냄새가 코를 찔렀고, 링거의 약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강남천은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누워있는 여자를 태연하게 바라보았다.오늘 오전, 강씨 별장에 심어 놓은 사람이 그에게 도예나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아이들이나 여자에게 큰 미련이 없었으므로 떠난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병원 응급실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지금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공항에 쓰러져 있었던 거지?’‘아이들은 이미 비행기를 탄 걸까?’‘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걸까?’강남천은 턱을 매만지다가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한 대를 피우기 시작했다.‘이 여자한테 잘못 걸린 것 같아.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야…….’‘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을 보내지도 않았겠지…….’“켁켁!”의식을 잃고 누워있던 여자가 기침을 두어 번 하자 강남천은 빠르게 담배를 껐다.이런 자기 모습에 그는 어이가 없었다.‘살면서 누군가의 입장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이 여자의 기침 두 번에 담배를 끄게 되다니.’바로 그때, 도예나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황급히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하지만 여자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하지마…… 내 아이한테서 멀어져…….” “내 아이 돌려줘…… 도설혜, 내 아이 돌려줘…….”“세훈아, 세윤아.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그녀는 고통 속에 몸부림쳤다. 악몽을 꾸는듯한 그녀는 몸부림치다가 몸을 작게 웅크렸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강남천은 마음이 아팠다.강남천도 예전 자료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5년 전, 어떤 모르는 남자와의 관계를 맺은 게 기사로 퍼져, 그녀는 성남시의 가장 큰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렸다.그리고 임신을 한 도예나는 도씨 가문에 의해 창고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지내며 아이 넷을 낳았고, 그중 둘은 태어나자마자 숨이 약해 다른 사람에게 뺏겨버렸다고 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잃은 고통 속에서도 남은 아들과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애
맞잡은 두 손의 손가락이 얽혀 있었다. 어느샌가 여자가 그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었다…….강남천이 손을 조금 움직이자, 그녀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누군가가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에 강남천은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그는 병실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형님, 찾았어요. 아이들은 설씨 그룹 도련님인 설민준 씨가 데리고 출국했어요. 목적지는 사모님이 예전에 4년간 지내던 작은 마을이고요…….”“사람 몇 명 붙여.”강남천이 차갑게 말했다.“24시간 꼭 붙어있어.”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예나의 손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고개를 들자 바로 전에까지 눈을 꼭 감고 있던 여자가 차갑고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아까…… 누구랑 연락한 거예요?”도예나가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강남천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보좌관이 일 때문에 전화 온 거에요.”“아이들을 지켜보라고 지시한 거예요?”도예나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맞아요, 일부러 아이들을 빼돌린 거예요.”강남천이 고개를 들고 경계심 짙은 눈빛으로 물었다.“왜 그랬어요?”“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예상이 가지 않아요?”그녀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찢어진 목소리가 병실에 울렸다.“결혼 1년 만에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운 결혼 생활은 어차피 유효기간이 짧아요. 아이 양육권 문제로 다툴 걸 예상하고…… 아이들을 숨겼어요…… 맞아요, 내가 비겁하게 먼저 선수 친 거 맞아요. 내가 어떻게 낳은 네 아인데, 절대 당신에게 빼앗길 수 없어요!”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손등의 링거 바늘을 확 뽑았다.시뻘건 피가 강남천의 하얀색 셔츠를 물들였다…….그는 도예나 어깨를 누르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미친 거예요? 내가 언제 이혼을 동의했다고 그래요? 양육권에 관해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 왜 그래요?”“당신은 나한테서 아이
강남천은 도예나 앞에서 김용식더러 사람을 도려 데리고 가라고 했다.강남천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온몸의 힘이 갑자기 빠진 것처럼 두 다리가 나른 해지면서 침대에 기대었다.도예나는 멍하니 손바닥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미안해요, 현석 씨.”강남천은 순간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강남천은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다시 넣고 침대 옆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 그만 하고 일단 몸부터 신경 쓰세요.”“죄송합니다.”도예나는 강남천의 옷자락을 잡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4년 전 그날 밤, 세훈이랑 세윤이가 죽은 후 늘 이렇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요.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간 적도 있었는데, 선생님이 저보고 박해 망상증도 심한 우울증도 있다고 했어요.”도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몇 달 전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병이 이미 나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제 잘못 이에요. 박해 망상증 때문에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 버렸어요.”“미안해요, 현석 씨, 원하면 언제든지 아이를 데리고 와도 좋아요. 상관하지 않을게요.”도예나가 갑자기 태도를 누그러뜨려 강남천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도예나처럼 얼굴이 순간마다 변하는 여자는 본 적이 없다.찰칵-병실 창 밖에서 갑자기 플래시가 켜졌다.도예나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을 덮었다.“예나 씨가 입원한 거 기자들 이미 찍었어요.”강남천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회사 일을 놔두고 병원에 온 것도 찍혔어요. 지금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잉꼬 부부라고 금실이 좋다고 댓글 창을 마비시키고 있어요.” “그래요?”도예나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될 수만 있다면 뉴스 화제성 좀 낮춰주세요. 얘들이 제가 아픈 걸 보면 걱정할 거예요.”강남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간호사가 들어와 수액을 다시 주입하자 도예나는 베개에 기대어 다시 잠에 빠졌다.강남천은 떠나지 않고 병실에 앉아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처리했다.하지만 두 눈은 자기
이튿날, 도예나는 일찍 깨어나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시간을 한 번 보았는데, 아이들은 아마 아직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어젯밤 새벽에야 도착했을 것이고 지금은 아마 점심때까지 자고 시차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그럼, 그때 깨어나면 전화가 올 것이다.마음속으로 시간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강남천이 서서히 다가왔다.강남천은 도예나의 병상 옆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30분 후에 심리 전문의가 올 거예요. 예나 씨 가슴속에 있는 매듭을 풀어주려고 오는 거니까 너무 거부하지는 말아요.”그러자 도예나는 눈초리가 떨렸다.곧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심리 전문의는 수없이 많아요. 근데, 내 병이 너무 심각해서 인지 아니면 그 분들의 실력이 낮아서 인지 치료할 수 없었어요.”두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주치의가 양복 차림의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이 분은 성남시에서 유명한 심리 전문의 방 선생님입니다.방 닥터는 안경을 밀고 걸어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전 심리 전문의로서 직업적 도덕을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이건 치료 전 보안유지 서류입니다. 이곳에 서명하시면 앞으로 저에게 그 어떠한 비밀을 털어놓아도 절대 유출시키지 않을 겁니다.” 심리 전문의는 세상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명문 대가족의 일들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다.하여 치료하기 전에 서류에 서명한 것도 환자가 과거에 발생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자신에게 털어놓게 하여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도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매우 협조적이게 사인을 했다.주치의는 몇 마디 당부하고 나서 그들에게 공간을 남겨 주었다.강남천도 일어나서 가려고 했는데, 도예나가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가지 마요. 옆에 있어줘요.”말랑말랑한 말투가 강남천의 심장을 고양이 발톱처럼 스쳐 지나갔다.강남천은 방 닥터를 보고 물었다.“있어도 돼요?”그러자 방 닥터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이 믿으시는 분이니 당연히 남아도 됩니다.”‘믿는 분?’강남
“아니, 아이들 괜찮아, 괜찮아.”강남천은 온 몸의 힘을 다 소모하고 나서야 비로서 도예나를 진정시켰다.도예나가 조용히 침대에 누운 후에야 강남천은 방 닥터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왔다.“왜 갑자기 통제력을 잃은 겁니까?”강남천은 담배를 피우며 눈썹을 찌푸리고 물었다.“약간의 최면술을 사용해서 제가 만든 정경 속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제가 잘못한 거 같습니다.”방 닥터는 다소 괴로워했다.“아이 얘기만 나오면 사모님이 무너질 줄은 몰랐어요. 다음에는 다른 방식으로 해볼게요.”그러자 강남천은 눈썹을 찌푸렸다.“최면술 할 줄 아세요?”전에 캐서린에게 들은 바로는 전 세계에 최면술을 할 줄 아는 심리 전문의는 별로 없다고 했다.방 닥터는 헛기침을 했다.“전 성남시 심리 협회 회장입니다. 최면술도 좀 할 줄 알아요.”일반적으로 직접 찾아와서 진찰을 봐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게다가 방 닥터의 진찰은 예약해야 하고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순번이 다가온다.하지만 이번 환자는 강씨 가문의 사모님이기에 인맥을 맺으러 직접 온 것이다.강남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좀 진정되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방 닥터는 예의 바르게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강남천은 밖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서야 몸을 돌려 병실로 향했다.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강남천은 스스로 비웃었다.한 달 전만 해도 강남천은 자신이 한 여자의 병세 때문에 이렇게 초조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됐어! 강현석에게 빚진 걸로 치자.’강남천은 문을 밀고 들어왔다.도예나는 방금 전 자세로 침대에 앉아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다.인기척을 듣고서야 도예나는 비로소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어때요? 내 말이 맞죠?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에요.”“예나 씨 말이 맞았어요. 의사들 수준이 너무 낮은 거예요.”강남천은 도예나를 위로했다.“다른 의사로 찾아 줄게요.”“방금 전 의사 말이에요, 사실 능력 있어요.”“나에게 최면술을 사용해서
강남천은 여자가 질투하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날 밤 정말 도예나의 순간 폭발에 놀랐다.탁탁-뺨을 때리는 것이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었다.물론, 강남천도 와인 두 잔에 맞았다.그날 밤의 일을 생각하면 강남천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끔거린다.비록 캐서린과 확실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도예나에게 그런 장면을 보였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확실해요.”도예나는 진지하게 말했다.“단지 빨리 좋아지고 싶어요.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싶어요. 악몽도 더 이상 꾸고 싶지 않고 넋이 나간 채 의심에 휩싸여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저 좀 도와주세요.”그러자 강남천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래요, 내가 시간이 되는지 한 번 연락해 볼게요.”강남천이 나가자 도예나는 크게 한숨을 돌렸다.침대 머리에 기대어 머릿속에 온갖 복잡다단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계속 생각하고 계속 궁리하여 정말 피곤했다.윙윙-도예나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폰을 들어 한 번 보았는데, 영상 통화였고 아이들로부터 걸려온 것이다.발신자를 확인하자 얼굴의 먹구름이 이 순간에 흩어졌다.도예나는 화장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엄마, 우리 도착했어요!”강세윤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엄마 보여요? 엄마가 전에 잤던 방에서 잤어요!”수아는 분홍색 인형을 안고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엄마, 이거 하니 토끼인데, 집에 데려갈 거예요.”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수아가 먼저 잘 돌보고 있어. 엄마가 곧 데리러 갈게.”“네! 엄마 우리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도제훈이 기특하게 말했다.“이따가 민준 삼촌이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어요. 근데, 엄마 지금 어디에요?”도제훈은 배경이 매우 낯설었다고 느껴졌다.그리고 엄마의 표정도 초췌 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엄마, 이제 일어났어요? 다크서클도 심하고 머리도 엉망인 거 같아요.”“어, 맞아, 어제 사무실에서 잠 들었어. 이제 막 일어났어.”도예나는 난처하게 웃었다.“회사에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