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이건 강씨 가문의 제일 큰 비밀이에요. 제가 말씀드릴 일이 아니지만, 대표님과 사모님의 오해 골이 깊어질까 봐 말하는 거예요.”양 집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치 아주 예전의 일을 회억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대표님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어요.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는데…… 강씨 가문처럼 큰 가문에 아픈 아이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추측을 할 테고 이는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 이 사실을 숨겼어요…….”“대표님의 친형은 큰 병원으로 이송되어 심장 수술을 진행했는데, 하마터면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 그때는 겨우 삼 개월의 아기였는데……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면 길어야 한 살까지 산다고 했어요…… 그때의 강 대표님과 강 부인은 아이를 살리겠다고 밤낮으로 방법을 찾으러 다녔는데 그러다가 천년의 세월이 깃든 절에서 기도하기 시작했어요…….”“아주 덕망이 높은 스님이 큰 도련님을 절에서 거두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한 살을 넘겼어요. 그래서 강 대표님과 강 부인은 안심하고 아이를 스님에게 맡겼고, 스님의 말대로 큰 도련님의 존재를 숨겼어요. 저와 대표님 내외를 제외하고는 세상 그 누구도 강씨 가문의 큰 도련님 존재를 몰랐죠…….”도예나는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게 느껴졌다.양 집사가 잠시 뜸을 들이자, 그녀는 빠르게 되물었다.“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어쨌든 큰 도련님은 오랫동안 강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가문의 부를 한 번도 누리지 못하고 컸어요.”양 집사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둘째 도련님인 강현석 대표님은 강씨 가문에서 자라, 순조롭게 강씨 가문의 계승자로 컸고 강씨 가문의 모든 걸 이어받게 되었어요…… 그러니 사모님과 결혼하고 너무 완벽한 자신의 인생과는 달리 아직도 방황하며 살아가는 친형을 생각하면 죄책감이 생기시는 게 아닐지 싶어요.”“사모님, 대표님은 오직 자기 형에게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절대 마음속에 다른 여자는 없으니 오해 마세요.”
도예나는 고개를 돌려왔다.그녀는 눈썹 펜슬로 눈썹을 그리고 있었다.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따뜻한 햇살이 그녀의 얼굴 위로 쏟아 내리자, 그녀의 환한 미소를 더 밝게 해주었다.이런 그녀를 보고 있으니 강남천은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을 느꼈다.몸 위를 덮은 이불을 거두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남천은 그제야 자신이 옷 한 장 걸치지 않은 걸 발견했다.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그는 천천히 생각해보았다…….‘설마 이 여자와 관계를 맺은 걸까?’그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옷 좀 가져다줘요.”도예나는 눈썹 펜슬을 내려놓고 립스틱을 손에 쥐며 말했다.“손이 없어요, 발이 없어요? 저절로 찾아 입어요.”그녀의 생기발랄한 모습은 며칠 전의 우중충한 기운과는 사뭇 달랐다.강남천은 자신의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찾아든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여태껏 자신이 그녀에게 몹쓸 사람이었다고 해도, 어제 밤일은 책임을 지겠다고 다짐했다.옷을 찾아 입고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나오자 도예 나는 이미 메이크업도 하고 옷도 갈아입은 상태였다.강남천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았다.여자는 아무런 저항 없이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한 채로 물었다.“바로 회사로 갈 거예요? 아니면 아침 먹고 갈 거예요?”“당신이랑 아이들이랑 아침 먹고 회사 나갈 거예요.”강남천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도예나는 그를 밀어내고 싶다는 충동을 애써 참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밤에는 일찍 돌아오는 거예요?”“당연하죠.”강남천은 도예나의 귓불을 깨물려고 했으나 도예나는 가볍게 그의 몸을 밀쳤다.관계를 맺은 듯싶었으나 강남천은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써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아마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걸 거야. 오늘 밤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두 사람은 각자 다른 마음가짐으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이들은 한참 전에 일어나 식탁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강 부인과 양 집사가 네 아이를 돌보고
한 가족이 식탁에 나란히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도예나가 입을 열었다.“어제 해외 교육 센터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훈이와 수아의 예전 선생님이요.”강 부인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게냐?”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수아 몸이 좋지 않아서 예전엔 센터를 다녔었는데 제훈이도 그 센터 수업을 들었거든요. 몇 달 전에 너무 급하게 돌아오느라 수속 절차가 몇 개 빠진 게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제훈이와 수아를 데리고 다녀올게요.”강 부인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양 집사가 다녀오면 되지 않겠느냐.”“네, 양 집사님이 처리해 주셔도 되지만, 센터 선생님들이 제훈이와 수아를 많이 보고 싶어 해서요.”도예나가 계속 미소를 지은 채로 말했다.“예전에는 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센터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센터 선생님이 없었다면 아이 둘을 이렇게 잘 키워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석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의견을 물었다.강남천은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했다.‘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어.’‘아이들이 강씨 별장에 있는 게 오히려 신경이 더 쓰이겠지…….’그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아이들의 엄마이니까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요.”“하지만…….”강 부인이 반대했다.“제훈이와 수아가 아직 어린데 출국도 어렵고, 환경이 바뀌면 병에 걸리기도 쉽고, 또…….”“할머니. 저와 수아는 그곳에서 몇 년이나 지냈어요. 저희도 다시 돌아가 보고 싶어요.”도제훈이 얌전히 말했다.“저와 동생이 마당 뒤뜰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 나무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요.”수아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무에 토끼 모양을 새겼었어요.”“와, 정말?”강세윤이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나도 같이 수아가 새긴 토끼 모양 보고 싶어요.”“할머니, 아빠. 저도 엄마랑 동생들이 지내던 곳에
도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늘 출발해야 내일 새벽쯤엔 도착할 수 있어요. 수속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랑 며칠 푹 놀 생각이에요.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혼자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요.”강 부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도예나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게 아니었다. 강 부인은 무슨 이유인지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도예나가 옷을 정리하며 말했다.“어머니, 어젯밤에 엄청나게 웃긴 꿈을 꿨어요. 현석 씨에게 쌍둥이 형이 있는거에요…… 제가 쌍둥이를 낳아서 그런지 자꾸 현석 씨에게도 형제가 있다고 무심결에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어? 어머니,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제가 말실수라도 했나요?”“아, 아니야.”강 부인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무슨 그런 꿈이 다 있더냐…….”“그게…… 최근 현석 씨 성격이 너무 달라져서 어떨 때는 사람이 바뀌었나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그랬나 봐요.”도예나가 억지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결혼하기 전에는 저를 엄청 잘 챙겨줬거든요. 근데 요즘엔 모두 제가 챙겨줘야 해요. 정말 오빠였다가 철부지 동생으로 사람이 바뀐 것 같아요…….”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강 부인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예나야, 내가 지금 몸이 불편해서 먼저 방으로 돌아가 있으마. 정리되면 도우미들이 공항으로 바래다줄 것이야.”강 부인은 옷을 내려놓고 빠르게 방을 벗어났다.강 부인의 뒷모습을 보며 도예나는 차갑게 얼굴을 굳혔다.‘그러니까, 이 계획에 어머님도 참여하셨다는 말이지?’‘어머님이 참여하셨다는 건 현석 씨가 아직 안전하다는 의미 아닐까…….’‘더 서둘러야 해. 아이들을 빨리 보내고…….’도예나는 빠르게 아이들의 일상용품을 정리해 커다란 트렁크 두 개에 담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네 아이는 벌써 옷을 갈아입고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양 집사는 짐을 건네 받으며 공손히 물었다.“사모님, 네 명의 경호원을 대동할까요?”도예나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네 아이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도제훈이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오늘 아침부터 엄마가 조금 이상했어.’‘수아랑 내가 센터를 다녔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할머니를 속이려고 했던 거야’‘엄마가 해외에 볼일이 있는듯 싶어 협조했던 건데, 엄마가 해외를 가지 않는다고?’‘엄마가 거짓말로 애써 해외 일정을 잡았던 건 우리를 해외에 보내기 위해서라니.’‘대체 왜?’아이들의 의문을 담은 눈빛에 도예나는 목이 메어왔다.그녀는 거짓말에 또 새로운 거짓말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원래는 함께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왔어. 엄마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함께 가지는 못할 것 같아. 하지만 민준 삼촌한테 연락했으니까, 삼촌이랑 노는 건 어때? 민준 삼촌 기억하지?”강세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몰라요, 민준 삼촌 같은 사람 모른다고요! 저는 엄마랑 갈래요. 엄마가 안 가면 저도 안 가요!”“세윤아, 착하지. 뚝…….”도예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강세윤을 달랬다.“오늘은 먼저 민준 삼촌이랑 같이 가고 엄마는 내일 출발할게, 어때?”강세훈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저희도 성남시에서 하루 기다리면 안 돼요?”도예나는 쓴웃음을 지었다.‘하루라도 더 빨리 벗어나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방찬이라는 사람은 아주 지독해서 자기 친동생도 해치는데, 동생의 자식들이라고 놔줄 사람이 아니야.’‘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보내고 방찬의 가면을 벗길 거야!’“이렇게 큰 사람이 떡하니 서 있는데 아직 발견하지 못하다니 너무 서운한걸!”설민준은 어느샌가 그들의 뒤에 다가가 말을 건넸다. 장난스러운 그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한결 풀렸다.네 아이는 고개를 들어 설민준을 살폈다.도제훈과 수아와는 이미 잘 알고 지낸 사이였지만, 강세훈과 강세윤과는 첫 만남이었다……. “여행가는 거라며? 왜 다를 이렇게 축 처져있어?”설민준이 허리를 숙여 수아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수아야
도제훈과 수아를 낳고 키우며 단 하룻밤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다…….강세훈과 강세윤을 만난 지 겨우 몇 달 만에 또 떨어져 지내야 한다니…….그녀는 최선을 다해 눈물을 삼키며 설민준에게 말했다.“이번에도 신세 좀 질게. 그리고 일이 해결되는 대로 신세 갚을게.”설민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내가 도울 일 있으면 연락 주고, 언제든지 연락해.”도예나는 눈으로 아이들을 배웅했다.아이들이 게이트 안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정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아이들을 보낸 것이었다.또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 설민준에게 부탁했다.설민준에게 어떻게 신세를 갚을지 보다는, 우선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신중하게.도예나는 시간을 확인했다.‘그 사람은 이 시간에 아직 회사에 있을 거야…….’아이들이 비행기에 내리기 전에 일을 크게 벌려야 한다…….도에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바가지로 자기 몸에 물을 퍼부었다.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은 몸에 젖기까지 했으니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코가 먹먹해지고 감기 기운이 돌았다.그녀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다가 연기할 필요도 없이 바로 화장실 안에서 쓰러졌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옆방의 사람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강씨 그룹.다른 한편, 강남천은 국제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대표 자리에 앉은 강남천은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전문적인 경영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강남천은 이런 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룹 영업 보고를 일일이 들을 인내심도 없었다.이런 그의 모습에 임원들만 벌벌 떨고 있었다…….사람들은 예전부터 강 대표가 차갑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 같다고 생각했다.살기를
병실.소독액 냄새가 코를 찔렀고, 링거의 약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강남천은 침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누워있는 여자를 태연하게 바라보았다.오늘 오전, 강씨 별장에 심어 놓은 사람이 그에게 도예나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항으로 향했다는 소식을 전했다.아이들이나 여자에게 큰 미련이 없었으므로 떠난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병원 응급실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지금 비행기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공항에 쓰러져 있었던 거지?’‘아이들은 이미 비행기를 탄 걸까?’‘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걸까?’강남천은 턱을 매만지다가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한 대를 피우기 시작했다.‘이 여자한테 잘못 걸린 것 같아.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야…….’‘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을 보내지도 않았겠지…….’“켁켁!”의식을 잃고 누워있던 여자가 기침을 두어 번 하자 강남천은 빠르게 담배를 껐다.이런 자기 모습에 그는 어이가 없었다.‘살면서 누군가의 입장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이 여자의 기침 두 번에 담배를 끄게 되다니.’바로 그때, 도예나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황급히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하지만 여자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하지마…… 내 아이한테서 멀어져…….” “내 아이 돌려줘…… 도설혜, 내 아이 돌려줘…….”“세훈아, 세윤아.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그녀는 고통 속에 몸부림쳤다. 악몽을 꾸는듯한 그녀는 몸부림치다가 몸을 작게 웅크렸다…….이런 그녀의 모습에 강남천은 마음이 아팠다.강남천도 예전 자료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5년 전, 어떤 모르는 남자와의 관계를 맺은 게 기사로 퍼져, 그녀는 성남시의 가장 큰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렸다.그리고 임신을 한 도예나는 도씨 가문에 의해 창고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지내며 아이 넷을 낳았고, 그중 둘은 태어나자마자 숨이 약해 다른 사람에게 뺏겨버렸다고 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잃은 고통 속에서도 남은 아들과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애
맞잡은 두 손의 손가락이 얽혀 있었다. 어느샌가 여자가 그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었다…….강남천이 손을 조금 움직이자, 그녀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누군가가 자신에게 의지한다는 느낌에 강남천은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그는 병실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형님, 찾았어요. 아이들은 설씨 그룹 도련님인 설민준 씨가 데리고 출국했어요. 목적지는 사모님이 예전에 4년간 지내던 작은 마을이고요…….”“사람 몇 명 붙여.”강남천이 차갑게 말했다.“24시간 꼭 붙어있어.”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예나의 손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고개를 들자 바로 전에까지 눈을 꼭 감고 있던 여자가 차갑고 감정이 없는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아까…… 누구랑 연락한 거예요?”도예나가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강남천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보좌관이 일 때문에 전화 온 거에요.”“아이들을 지켜보라고 지시한 거예요?”도예나가 물끄러미 쳐다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맞아요, 일부러 아이들을 빼돌린 거예요.”강남천이 고개를 들고 경계심 짙은 눈빛으로 물었다.“왜 그랬어요?”“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예상이 가지 않아요?”그녀는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찢어진 목소리가 병실에 울렸다.“결혼 1년 만에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운 결혼 생활은 어차피 유효기간이 짧아요. 아이 양육권 문제로 다툴 걸 예상하고…… 아이들을 숨겼어요…… 맞아요, 내가 비겁하게 먼저 선수 친 거 맞아요. 내가 어떻게 낳은 네 아인데, 절대 당신에게 빼앗길 수 없어요!”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손등의 링거 바늘을 확 뽑았다.시뻘건 피가 강남천의 하얀색 셔츠를 물들였다…….그는 도예나 어깨를 누르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미친 거예요? 내가 언제 이혼을 동의했다고 그래요? 양육권에 관해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 왜 그래요?”“당신은 나한테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