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앞에서 무슨 말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차가운 목소리가 그들 뒤로 들려왔다.비서실 사람들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주 비서가 천천히 고래를 돌리자, 문에 기대어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도예나가 보였다.“사, 사모님.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주 비서가 다급하게 손에 들린 커피를 내어주며 말했다.“사모님, 커피 드세요.”도예나는 커피를 받아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강 대표가 외국 여자랑 바람이 났다고요?”“사, 사모님. 잘못 들으셨어요!”주 비서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그냥 연예인 소식을 말하던 중이었어요. 대표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도예나는 사람들을 살피다가 검은색 정장을 입은 비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당신이 아까 그렇게 말했잖아요. 저랑 사무실에서 얘기 좀 해요.”검은색 정장의 비서가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그녀는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졌다.‘왜 하필 대표님 얘기를 해서…….’‘현장에서 잡히다니 정말 죽을 맛이야!’“사, 사모님. 죄송합니다…….”비서는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다시는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겠습니다…….”도예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강 대표에 대해 물어보려는 것뿐인데 뭘 그렇게 놀래요?”“궁금한 게 있다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강남천이 천천히 걸어왔다. 긴 다리로 걸어오는 그에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졌다.비서들은 강 대표 등장에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다.“대표님, 사모님. 그럼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시고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주 비서는 다른 비서들을 이끌고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강남천의 까만 눈동자가 도예나를 향했고 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침부터 내 사무실에서 기강을 잡다니 이젠 비서들한테도 질투가 나는 거예요?”그의 비웃음에 도예나는 마음이 아파졌다.그녀는 강현석이 지금 병에 걸려서 그런 것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지금의 그는 자신을 사랑
도예나가 고개를 들어 표정이 전혀 읽히지 않는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어쩌면 이 방법이 본체를 불러오는 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는 꼭 본체를 불러오리라 마음을 먹었다.“현석 씨, 그럼, 먼저 일 봐요. 저는 집에 돌아가 아이들이랑 있을게요. 오늘은 일찍 집에 돌아왔으면 좋겠어요.”그 말을 끝으로 도예나는 도시락통을 들고 사무실을 벗어났다.도예나가 나가고 강남천은 바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자욱한 연기속 강남천의 표정이 착잡했다.그는 눈썹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석의 신분으로 살아간 한 달 동안 그는 그 어떤 여자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강남천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보좌관에게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오라고 시키려고 했다.이번에 새로 들어온 보좌관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오른팔이었다.이전의 정 보좌관은 다른 계열사로 보내버렸다…….“형님!”강남천이 부르기도 전에 검은색 옷차림의 보좌관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큰일 났어요!”강남천은 담배를 끄며 사무실 문을 닫으라고 손짓했다.“무슨 일인데 천천히 말해봐.”“보름 전에 김두철이 죽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보좌관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그날로 조직 두목이 바뀌었어요. 김두철 바로 아래 녀석이 두목이 되었다는데…… 오늘 새벽 그 녀석도 암살당해, 지금 조직 두목이 또 바뀌었다고 합니다.”강남천이 조소했다.“멍청한 것들. 김두철이 죽고 나서 조직이 다시 자리를 잡자면 시간이 몇 년은 걸릴 것이다.”“새로운 두목이 오늘 아침 8시로 조직을 물려받았는데, 첫 번째 명령이 바로 모든 암거래를 중지하라는 거예요.”보좌관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우리 거래는 모두 암거래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만약 그걸 금지한다면 저희는 더 이상 영업을 진행할 수 없게 돼요.”“웃긴 녀석이네.”강남천은 또 담배에 불을 붙였다.“암거래로 돈 버는 녀석들이 암거래를 중지시킨다고, 그럼 무슨 돈으로 조직을 키울 수 있는데? 새로운 두목이 내린 금지 사항은 전체 조직을 적으로
그녀가 다시 천천히 화면을 살펴보려고 할 때,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엄마, 오늘 회사에 안 나가도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랑 놀이공원 가요!”“엄마, 저도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얌전히 말했다.“엄마, 동생도 가고 싶어 하는데 놀이공원 가면 안 돼요?”강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일정을 내일로 미룰 수 있어요.”도예나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다.“아빠도 함께 가자고 말해볼까?”그 말에 아이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해도 예민한 아이들은 아빠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강세훈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회사 일이 그렇게 바쁘신데, 놀이공원 갈 시간이 있을까요?”도제훈도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그래요, 엄마. 우리 다섯 명이 가면 돼요.”“맞아요, 요즘 아빠가 너무 무서워요.”강세윤도 입을 삐죽였다.“아빠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요.”“나만 아빠가 보고 싶은 거예요?”수아가 울망울망해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나는 아빠랑 함께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아빠가 수아를 안아줬으면 좋겠어요…….”목이 멘 목소리로 수아가 말하며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보는 게 어때?”도예나가서 다정하게 말했다.“수아가 직접 물어볼까?”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예나가 전화를 걸었고 짧은 수신음이 들려왔다.“아빠, 보고싶어요…….”수아가 울먹이며 말했다.“놀이공원같이 가면 안 돼요?”울먹이는 목소리가 강남천의 귓가에 울렸다.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졌다.분명히 제가 낳은 딸도 아닌데, 수아가 울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낳자마자 버려지고, 늘 어두운 세상에서 망가진 채로 세상을 떠돌던 그에게 새로운 세상이 눈에 담겼다.허허벌판 같던 그의 마음에 갑자기 여자아이가 나타났다.누군가 그를 찾고 있고, 의지하고 있으며 그를 되돌리려고 애쓰고 있다…….‘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정상적인 하루, 햇빛
한 시간 후, 한 가족이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아빠, 안아줘요!”수아가 두 팔을 뻗어 강남천의 목에 걸었다.따듯하고 보드라운 몸이 남자의 가슴에 닿았다. 차갑던 그의 마음이 말캉해지는 순간이었다.친딸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혈연관계가 있었다. 수아는 그의 조카였다.삼촌이 조카를 사랑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강남천은 수아를 안아 들고 앞장을 섰다…….도예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눈동자는 자꾸 흔들렸다.양 집사와의 대화를 통해 20년 전 아버님의 사고가 그의 가장 큰 트라우마일 것이라 그녀는 판단했다.‘아버님이 어떤 사고로 돌아가셨는지 잘 알지는 못해도, 이젠 현석 씨가 아빠가 되었고 아이를 사랑해 주는 게 어쩌면 본체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세윤아, 왜 아빠랑 함께 가지 않는 거야?”도예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조금 더 엄격해지셨을 뿐이지, 아빠는 여전히 너희들을 사랑하셔.”“흥!”강세윤은 팔짱을 척 끼며 화가 나서 말했다.“아빠는 수아만 좋아해요. 오늘 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는 걸요.”강세훈이 화가 난 강세윤을 힐긋 보며 말했다.“수아는 귀여운데 너는 귀엽지도 않잖아. 아빠가 널 볼 이유가 없는거지.”“……”‘친형 맞아? 너무 상처야!’도예나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아빠는 수아와 회전목마 타러 갔어. 너희들도 함께 갈래?”“네! 갈래요!”강세윤이 짧은 다리로 총총총 뛰어갔다.강세훈과 도제훈도 나란히 뒤를 따랐다.그들은 오늘 놀이공원에 온 건 엄마가 애써 마련한 자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한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고,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아마 아빠 때문일 것이라 그들은 생각했다.그러니 아이들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가 하는 말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어른 두 명과 아이 네 명 모두 회전목마에 올랐다. 수아는 강남천의 품에 안겼고 강세윤은 도예나의 품에 기댔으며 강세훈과 도제훈은 각각
익숙한 그림자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강현석 씨,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캐서린이 활짝 웃으며 강남천에게 말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그녀는 허리를 숙여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했다.“안녕, 나는 캐서린 이모라고 해. 혹시 날 기억해?”“기억해요!”강세윤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병원에서 봤어요!”“맞아.”캐서린이 강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도예나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도예나씨, 만나서 반가워요.”도예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캐서린만 아니었어도 강현석은 방찬을 잡을 수 있었다.‘참, 하마터면 방찬을 잊어버릴 뻔했네. 그 사람은 결국 잡혔으려나?’그녀가 잠시 고민하던 찰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불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당신이 왜 여기에?”“여기가 성남시에서 제일 큰 놀이공원이잖아요. 쉬는 날이라 저도 놀러 왔죠.”캐서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혼자 다니려니까 좀 심심한데 함께 다녀도 될까요?” 그녀의 눈길은 남자의 얼굴을 향했다. 그 둘 사이에 도예나는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저번에는 제가 실수했어요. 정말 죄송해요. 오늘 사과의 의미로 제가 밥을 사도 될까요?”도예나는 말없이 자기 남편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이 캐서린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했다.“마음대로 하세요.”강남천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내쫓는다고 내쫓아지는 것도 아니고.”그 말에 캐서린의 얼굴이 확 굳어졌지만, 그녀는 빠르게 표정 관리하며 말했다.“그럼 오늘은 함께 다니는 거로 해요. 수아야, 이모가 안아줄까요?”“싫어요!”수아는 고개를 획 돌려 강남천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아빠에게만 안겨있을 거예요!”도예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캐서린 씨, 평소에 얼굴이 두껍다는 말 자주 듣지 않으셨어요?”캐서린을 면박을 주기 위해 이렇게 말한 건 아니었다. 이 여자는 방찬을 도왔
“아빠, 솜사탕…….”수아가 애교 부리는 목소리에 얼어붙은 분위기가 깨졌다.강남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수아를 고쳐 안았다.“가자, 솜사탕 먹으러.”도예나의 눈길이 조금 날카로웠다.“캐서린 씨는 방찬 씨를 아주 끔찍이 생각하지 않았나요?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더 좋은 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면 되죠, 제가 슬퍼해야 하나요?”캐서린이 강남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강현석 씨는 아주 좋은 아빠인가 봐요.”도예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아빠가 제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캐서린이 올라간 입꼬리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그렇죠,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남녀 일은 모르는 거죠. 방금까지 함께 있으면서 강현석 씨가 도예나 씨 얼굴을 단 1초도 보지 않은 거 아세요?”도예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그 말을 들은 도예나는 마침내 강현석과 캐서린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음을 확신했다.‘그날 술집에서 강현석과 캐서린은 서로를 얼마나 증오했던가. 하마터면 몸싸움으로 번질 뻔했는데 어떻게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수가 있는 걸까?’그날의 캐서린은 오만하고 기고만장했다. 뱉는 말마다 날이 서 있었다.그런데 아까 대화 속에서 캐서린은 계속해서 강현석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마치 현석 씨를 떠보는 느낌이었다고.’두 사람은 마치 상사와 부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도예나는 캐서린을 위아래로 살폈다.“도예나 씨, 이렇게 저를 경계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그냥 도예나 씨가 안타까워서 그래요.”캐서린은 자기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결혼식을 올린 지 한 달 만에 불화설이 나고, 강현석 씨는 결혼반지도 잃어버렸죠. 사실 이 모든 건 다 용서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방금 강현석 씨는 도예나 씨를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이것만으로도 강현석 씨의 마음이 변했다는 게 증명이 될 것 같은데요. 도예나 씨가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선택을 잘하시리라 믿어요. 마음 떠난 사람 붙잡지 말고 빨리 이
정말 끝까지 갔다고 하면, 이제 와서 그녀가 노력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다른 여자와 몸을 섞은 남자는 도예나에게 있어 쓰레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녀가 비굴하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건, 모두 아이들 때문이었다…….그녀의 억지 미소에 강남천은 가슴이 철렁하는 걸 느꼈다.강남천은 몇 년 전의 일이 생각이 났다. 그가 엄마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닌 시절 그는 캐서린을 처음 만났다.그때의 캐서린은 겨우 열일곱이었다. 가장 밝고, 천진난만하고 부끄러움이 많던 열일곱 소녀…….그 무렵 강남천은 온갖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는데 이런 그의 주변 여자들은 몸을 함부로 굴리는 비천한 여자들이었지만 유독 캐서린만은 그렇지 않았다.이렇게 청순한 소녀의 유혹에 강남천은 이겨내지 못하고…….그들은 아주 예전에 남녀 관계를 가졌었다…….그러니 강남천은 도예나의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강남천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도예나를 바라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저 여자가 계속 나한테 들러붙는 거예요. 며칠 전 립스틱 자국도 저 여자가 일부러 한 게 맞아요…… 그러나 걱정하지 마요. 앞으로 다시 만나는 일 없을 테니깐요.”도예나는 조용히 제 남편을 쳐다보았다.‘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이렇게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나?’그녀는 헛웃음만 나왔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마음이 너무 빠르게 변한 것에 헛웃음이 나왔다.캐서린과 바람을 피웠지만 지금은 그녀와 선을 긋기에 급급했다.도예나는 저 사람이 과연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어떻게 강현석 씨 몸에 저런 인격이 있을 수 있는 거야. 믿기지 않아.’도예나가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방찬 씨는 어떻게 죽은 거예요?”강남천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정말 죽었기를 바라요?”“제가 바라는 게 아니라, 당신과 캐서린이 모두 방찬이 죽었다고 말했잖아요.”도에나가 한 글자 한 글자 뱉었다.“나를 납치했던 사람이
황급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도예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이건 착각이 아니야. 유독 방찬이라는 이름을 꺼낼 때면 강현석 씨의 표정이 달라져.’‘방찬, 강현석…….’‘강현석, 방찬…….’그녀는 계속해서 두 이름을 반복해 불렀다…….“엄마, 아빠는 왜 갑자기 간 거예요?”수아가 총총총 달려와 울먹이며 물었다.도예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아빠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회사에 가셨어. 엄마랑 놀면 안 될까?”“싫어요, 싫어요…….”여자아이는 엉엉 소리 내서 울기 시작했다.“아빠 데려와요. 아빠랑 같이 놀래요. 엉엉엉…….”도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수아는 평소에도 응석받이였다.결혼하기 전 수아의 부탁이라면 강현석은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기세였다.그러나 결혼하고 나니 갑자기 한 달이나 집을 비우지 않나, 이젠 딸을 아끼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이런 급격한 변화를 도예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지금 강현석 씨와 이혼한다고 하면 수아는 이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겠지?’“엄마, 이만 돌아갈까요?”강세윤은 서럽게 우는 동생을 바라보며 자신도 눈꼬리를 축 내렸다.“다음에 아빠가 시간이 많이 생기면 다시 와요.”강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수아도 아주 피곤할 텐데 이만 돌아가요.”도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놀이공원을 벗어나서 생각을 해보니, 오늘은 강현석이 운전을 해서 놀이공원에 온 것이었다.유일한 차량을 강현석이 타고 갔으니, 도예나와 아이들은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20분이나 지나 그들은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고 무사히 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어, 어떻게 벌써 돌아온 거야? 남…… 현석이는, 왜 함께 오지 않고?”강 부인이 깜짝 놀라 물었다.도예나는 이미 잠에 든 수아를 품에 안은 채로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갔어요.”강 부인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오늘 놀이공원에서는 재밌게 보냈어?”“놀이공원에서 캐서린 씨를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