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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그녀가 다시 천천히 화면을 살펴보려고 할 때,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들어왔다.

“엄마, 오늘 회사에 안 나가도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랑 놀이공원 가요!”

“엄마, 저도 놀이공원 가고 싶어요.”

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얌전히 말했다.

“엄마, 동생도 가고 싶어 하는데 놀이공원 가면 안 돼요?”

강세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일정을 내일로 미룰 수 있어요.”

도예나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다.

“아빠도 함께 가자고 말해볼까?”

그 말에 아이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 못해도 예민한 아이들은 아빠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강세훈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회사 일이 그렇게 바쁘신데, 놀이공원 갈 시간이 있을까요?”

도제훈도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래요, 엄마. 우리 다섯 명이 가면 돼요.”

“맞아요, 요즘 아빠가 너무 무서워요.”

강세윤도 입을 삐죽였다.

“아빠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요.”

“나만 아빠가 보고 싶은 거예요?”

수아가 울망울망해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랑 함께 놀이공원 가고 싶은데, 아빠가 수아를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목이 멘 목소리로 수아가 말하며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물어보는 게 어때?”

도예나가서 다정하게 말했다.

“수아가 직접 물어볼까?”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예나가 전화를 걸었고 짧은 수신음이 들려왔다.

“아빠, 보고싶어요…….”

수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놀이공원같이 가면 안 돼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강남천의 귓가에 울렸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졌다.

분명히 제가 낳은 딸도 아닌데, 수아가 울먹이는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낳자마자 버려지고, 늘 어두운 세상에서 망가진 채로 세상을 떠돌던 그에게 새로운 세상이 눈에 담겼다.

허허벌판 같던 그의 마음에 갑자기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누군가 그를 찾고 있고, 의지하고 있으며 그를 되돌리려고 애쓰고 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

정상적인 하루,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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