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 안의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문 밖에 있던 강 부인과 양 집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저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부인님, 제가 주방장한테 장어를 사오라고 할게요. 내일 아침 도련님께서 일어나시면 바로 드실 수 있으니까요.”강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신탕도 좀 끓여, 여자들이 마시면 몸에 엄청 좋거든.”“엄마가 왜 보신탕을 먹어야 하는 거예요?”앳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더니 강 부인과 양 집사는 모두 고개를 돌렸다. 수정은 큰 눈을 깜박거리며 그들 둘을 바라보고 있었고 표정은 무척 천진무구하였다.수정의 뒤에는 또 그녀의 세 오빠가 있었다.강세윤은 의혹을 느끼며 물었다.“집사 할아버지, 장어를 왜 사는 거예요? 아빠는 왜 또 장어를 먹어야 하는 거죠?”양 집사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들 아빠가 다쳤잖아요, 이 장어는 몸보신을 하는 거예요…….”도제훈은 눈썹을 찡그렸다.“책에서는 장어가 정력에 좋다고 했는데요.”강세윤은 또다시 질문했다.“정력에 좋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양 집사의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셋째 도련님도 너무 총명하시네. 장어가 정력에 좋다는 것까지 아시다니.’정력에 좋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할까?눈 앞의 네 아이의 지식에 갈망하는 눈동자를 보면서 양 집사는 오로지 도망치고 싶었다…….……강현석은 그녀의 쇄골에 가볍게 키스했다. 어두컴컴한 빛 아래, 그 문신은 보일락 말락했다…….그의 눈빛은 순간 어두워졌다.“내가 디자이너를 찾아봤는데요.” 도예나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는 이 알파벳을 N이 들어간 영어 단어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당신은 어떤 단어가 좋다고 생각하나요?”“New.” 강현석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거죠.”“좋아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도예나는 목소리가 부드러웠고, 두 팔은 남자의 목을 안으며 자신의 붉은 입술을 내밀었다.두 사람은 또 다시 침대에서 뒤엉키
그녀는 깜짝 놀라 얼른 남자의 품에서 뛰어내리며 다급하게 물었다.“어디 불편해요?”“뒤통수가 좀 아파요.” 강현석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해 줬는데 바로 왼쪽 서랍에 있어요. 약 두 알 좀 가져다줘요.”도예나는 얼른 약을 가지러 갔고 또 따뜻한 물 한 잔 따랐다.강현석이 약을 먹은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당신 병원에서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강현석은 침대에 누워 검은 눈동자는 여자의 얼굴에 떨어졌고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이제 곧 우리 결혼식이잖아요. 이건 우리 생애의 가장 중요한 날이니 내가 어떻게 병원에 누워서 이날을 맞이할 수 있겠어요. 준비해야 할 것은 내가 직접 준비할 거예요.”“신랑의 예복을 직접 입어봐야 하는 것 외에 다른 건 당신이 직접 준비할 거 없잖아요.”도예나는 그의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퇴원한 지 첫날만에 이 남자는 이런 상황에 부딪쳤으니, 그녀는 그에게 또 다른 일이 생길까 봐 너무 걱정했다.“걱정 마요, 난 괜찮아요.” 강현석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내일 먼저 같이 양복 고르러 가요.”도예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는 별빛이 부드럽고 또 깊은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도예나는 몇몇 아이들의 노크소리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옆에 누운 남자를 한 번 보았다. 밖은 그렇게 시끄러운데, 이 남자는 이렇게 쿨쿨 잘 수 있다니.그러나 어젯밤에 이 남자는 머리가 아팠으니 좀 더 자는 것도 당연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후에야 방문을 열고 나갔다.“쉿, 조용. 너희들 아빠는 아직 자고 있어.”몇 명의 아이들은 도예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엄마, 목에 빨간 자국이 있는데 아빠한테 꼬집힌 거예요?”강세윤은 눈을 크게 뜨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도예나는 재빨리 옷깃을 당기며 속으로 강현석을 나쁜 자식이라 욕했다.어젯밤 그녀는 몸에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이 남자는 듣지 않고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목에
네댓 명의 셰프들은 식탁을 에워싸고 서 있었는데, 모두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고, 눈빛은 의미심장했다…….“에헴!”도예나는 하마터면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려 죽을 뻔했다.그러니까 어젯밤 그녀와 강현석이 한 일을…… 별장 전부의 하인들이 다 알았단 말인가…….“나나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강 부인은 상냥하게 웃으며 걸어왔다.“빨리 와서 이 보신탕 좀 마셔라. 여자는 이것을 마시면 몸에 그렇게 좋단다…….”“고, 고마워요 어머님.”도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탕을 마시며 주변 사람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그녀는 23년을 살면서, 이렇게 뻘쭘한 아침을 맞이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땅굴을 뚫고 숨고 싶었다.강현석이 아직도 쿨쿨 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그녀는 불만이 생겼다.바로 이때, 주방에서 통일된 인사 소리가 울렸다.“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도예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강현석은 은색 양복을 입고 식탁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단정한 옷차림에 미간은 여전히 차갑고 매서운 기운을 띠고 있었다. 이런 그를 보면 절대로 어젯밤 침대에서 부드럽게 그녀와 침대를 뒤척인 남자를 그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도예나는 은근히 그를 노려보았다.강현석은 그녀의 옆에 앉아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장어를 먹기 시작했다.그녀는 오늘 밤 자신에게 큰일 난 것 같다고 느꼈다…….“그만 먹어요.” 그녀는 얼른 장어를 빼앗아 왔다. “많이 먹으면 배탈 나요.”강현석은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먹든 안 먹든 다를 거 없는 걸요.”무언의 의미가 가득한 말에 도예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나도 먹고 싶어요.” 강세윤은 입술을 핥았다. “장어는 듣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요. 엄마, 나도 좀 먹으면 안 돼요?”‘얘는 맛있는 거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이걸 먹으려는 거지?”강 부인은 얼른 강세윤을 안았다.“장어는 맛이 하나도 없어. 할머니가 아이스크림 줄까?”“아이스크림!” 수정의 눈도 따라서 밝아졌다.“할머니, 저도
그리고 강현석은 도예나와 함께 예복을 입어 보러 갔다.“당신 웨딩드레스 입는 거 보고 싶어요.”강현석은 도예나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결혼식 그날에 봐요.” 도예나는 고운 입술을 구부렸다. “5일만 더 기다리면 돼요.”두 사람은 나란히 웨딩 숍에 들어섰고 남자의 눈빛은 그윽하면서 부드러웠고 여자는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어, 안의 종업원들은 모두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강 대표님과 도예나 아가씨 정말 보기 좋네요. 너무 행복해 보여요.”“도예나 아가씨는 겨우 23살인데, 벌써 아이가 네 명이나 있다니, 또 이렇게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니 정말 모든 것을 다 가졌네요.”“어제 숍에 와서 예복을 입어 본 네 명의 아기들도 모두 강 대표님 닮았어요. 작은 아가씨조차도 강 대표님과 닮았다니…….”“난 아이들의 눈이 도예나 아가씨와 닮았다고 생각하는데…….”도예나와 강현석이 귀빈실에 앉은 후, 직원은 즉시 신랑의 예복을 밀고 왔다.“대표님, 여긴 총 5벌의 예복이 있는데, 주로 검은색이고 넥타이는 핑크 색과 금색이 교차되어 웨딩드레스와 서로 어울리거든요.”직원은 자세히 소개했다.“그리고 매 예복의 맞단추에는 모두 두 알파벳이 새겨져 있는데, 대표님과 아가씨의 성으로 된 영어 알파벳이에요.”강현석은 이 다섯 벌의 예복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가 일어나 옷을 입어 보려고 할 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정 보좌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렸다.“대표님, 강남천을 찾았습니다!”강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움직이지 말고, 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그는 전화를 끊고 도예나를 바라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나 씨, 30분만 기다려요, 곧 돌아올 거예요.”도예나는 방천과 관련된 일이란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가봐요.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강현석은 몸을 돌려 웨딩 숍을 떠났다.그가 떠나자 도예나는 자리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하면서 그를 기다렸다.그녀는 족히 30분을 기다렸지만 강
장서원은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딸을 23년 전에 놓쳤으니, 지금 그 잘못을 메우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만약 딸이 아직도 고생을 하며 발버둥 치고 있다면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도예나는 강씨 집안 사모님이 되었으니, 그의 이런 행위는 권세에 빌붙는 것으로 오해되기 쉬웠다…….장서원은 일어서서 몇 걸음 걷다 다시 고개를 돌려 천천히 와서 상자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았다.“예나 양, 우리도 꽤 잘 맞는 거 같으니, 이것은 내가 웃어른으로서 예나 양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게.”도예나는 멍해졌다.그녀는 상자를 보며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낯선 사람의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장 선생님, 난 아무 이유 없이 남의 선물을 받는 습관이 없으니 다시 가져가세요.”장서원은 잠시 멈칫하다 그 상자를 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것은 에메랄드 목걸이인데, 예나 양과 잘 어울리는 거 같군. 예나 양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목걸이에 어울릴 수 없는 거 같아서 말이야.”도예나의 눈빛은 그 에메랄드 목걸이에 떨어졌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젊었을 때의 유일한 사진이었다.어머니는 젊었을 때 성남에서 유명한 미인이었고 그 사진은 연대감이 있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어 그녀의 어머니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특히 어머니의 목에 있는 그 에메랄드 목걸이는 초록빛을 반짝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그것은 장서원이 손에 들고 있는 이 목걸이와 똑같았다.도예나는 마음속에 각종 감정이 넘쳐났지만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목걸이는 보기에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요.”“20년이 넘었지.” 장서원은 옛일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20여 년이 지나갔다니, 예나 양, 이 목걸이를 한 번 껴보게. 정말 잘 어울려서 그래…….”도예나는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이것은 그녀의 어머
도예나가 여전히 목걸이를 주시하는 것을 보고 강현석은 약간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여자의 귓가에 다가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열 개 더 사줄게요.”도예나는 대답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귓불은 축축하고 뜨거운 입술과 닿았다.“당신!”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이런 자리, 이런 곳에서 보는 눈들도 있는데, 그는 그녀의 귓불을 핥았다니!“앞으로 다른 남자가 주는 그 아무것도 받지 마요!”강현석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도예나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이 나쁜 놈, 지금 일부러 장 선생님 앞에서 나한테 이런 짓하는 거지…….”하지만 장서원은 그녀의 친아버지일 수 있었다…….도예나는 강현석의 허리를 세게 꼬집었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행동은 장서원에게 있어 그저 강현석과 애교를 떠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딸을 아직 알아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다니…….장서원은 정말 울고 싶었다.“에헴!”그는 큰소리로 기침을 했지만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전혀 듣지 못했다.“그…….”장서원은 목소리를 높여 입을 열었다.“강 대표, 내가 강씨 그룹과 합작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할까?”강현석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지금 예복을 입어보려고 하는 것을 보지 못했나봐요, 장 대표?”“그럼 강 대표가 예복을 고른 후에 다시 이야기하지.”장서원은 의자에 앉았다.비록 그는 자신의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떠난 후, 강현석이 더욱 지나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했다.그는 여기서 지켜봐야 했다!나이를 그렇게 먹은 사람이 자신의 여자에게 찝쩍대다니, 그가 죽은 줄 아나보지?그는 도예나의 가는 허리를 안고 맞은편에 앉아 무척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말해봐요.”장서원은 사실 업무상으로 강현석과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그는 회사 일을 처리하는 것을
“사장님, 옐리토스 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박정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피곤함을 띠고 있었다.도예나는 만약 큰일이 나지 않았다면 박정연은 절대 이런 시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죠? 천천히 말해요, 조급해하지 말고요.”“지난주 옐리토스 성남 구역의 책임자가 바뀌었는데, 이 주 대표는 장씨 그룹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장씨 그룹의 장 여사도 이 프로젝트의 수석 칩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되었고요. 지금은 우리 회사와 함께 칩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완성하려 하고 있어요…….”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장씨 그룹?”“맞아요, 바로 그 장씨 그룹이에요.”박정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장지원의 이름은 사장님의 이름과 함께 프로젝트 명단에 나타났는데, 옐리토스 쪽에서는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겠다고 했어요. 사장님, 옐리토스는 지금 계약을 어겼으니 우리는 그들을 찾아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어요.”도예나는 입을 구부리고 가볍게 웃었다.“장씨 그룹이 마음을 굳게 먹고 이 프로젝트에 끼어드려 한 이상, 대놓고 계약을 어기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만약 계약 위반으로 옐리토스를 고소한다면, 예성 과학기술회사는 이 프로젝트에서 쫓겨날 거예요. 우리는 칩 디자인을 이미 80% 정도를 완성했는데, 이때 아웃되면 다른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게 아닌가요?”“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합작에 동의하고, 계약서도 체결해요. 뒤의 일은 나한테 다 계획이 있으니까요.”전화를 끊자 도예나의 입가의 웃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서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장 선생님도 들으셨죠? 앞으로 우리는 파트너가 될 거예요. 잘 부탁할게요.”장서원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어제 몇 명의 아이들과 만난 후에야 그는 장지원과 나나가 껄끄러운 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돌아가서 사람 시켜 알아보라고 한 후, 그제야 옐리토스의 그 일을 알게
“오빠, 지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 장지원은 눈을 들어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비즈니스란 원래 서로 속고 속이는 게 아닌가요? 만약 수단과 기개가 없었다면 장씨 그룹은 벌써 다른 사람에게 짓밟혀 망했을 거예요.”장서원은 차갑게 말했다.“이 10년 동안 나는 너에게 한 번도 부탁을 한 적이 없지.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나.”“왜요?” 장지원은 일어서서 눈을 가늘게 떴다.“오빠, 너무 이상해요. 예전에 난 이런 수단으로 수많은 경쟁자를 상대했지만 오빠는 모두 눈 감아줬죠. 왜 하필 오늘 이렇게 찾아와서 날 비난하는 거죠? 아, 알겠네요. 도예나 때문인가요?”이지원은 입술을 깨물며 억울하게 말했다.“삼촌, 전에 도예나 때문에 나를 두 번이나 욕했으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지금 또 도예나 때문에 우리 장씨 그룹의 미래를 망치려는 거예요?”장서원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장지원, 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날 거야 말 거야?”“난 물러날 리가 없어요.” 장지원은 차갑게 웃었다.“나는 많은 수단을 써서야 주 대표가 날 도와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원이에게 맡길 거예요. 만약 그녀가 잘 해낸다면, 아버지께서 기분이 좋아 원이를 장씨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다시 말해서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원이에게도 장씨 집안에게 있어서도 모두 중요하다고요. 오빠의 개인 사정으로 절대 바뀔 수 없으니 난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을 거 같네요.”장서원의 안색은 순간 보기 흉해졌다.“오빠, 오빠가 이렇게 도예나를 신경 쓰다니, 설마……”장지원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 성남 제일 미인에게 반하기라도 한 거예요?”이지원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도예나는 그렇게 예쁘니 삼촌이 반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 여자는 결혼하려고 하는데 왜 아직도 밖에서 남자를 함부로 꼬시는…….”“닥쳐!”장서원은 탁자 위의 찻잔을 들고 바로 땅에 던졌다.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화를 잘 내지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