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원은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딸을 23년 전에 놓쳤으니, 지금 그 잘못을 메우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만약 딸이 아직도 고생을 하며 발버둥 치고 있다면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도예나는 강씨 집안 사모님이 되었으니, 그의 이런 행위는 권세에 빌붙는 것으로 오해되기 쉬웠다…….장서원은 일어서서 몇 걸음 걷다 다시 고개를 돌려 천천히 와서 상자 하나를 책상 위에 놓았다.“예나 양, 우리도 꽤 잘 맞는 거 같으니, 이것은 내가 웃어른으로서 예나 양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게.”도예나는 멍해졌다.그녀는 상자를 보며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낯선 사람의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장 선생님, 난 아무 이유 없이 남의 선물을 받는 습관이 없으니 다시 가져가세요.”장서원은 잠시 멈칫하다 그 상자를 열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것은 에메랄드 목걸이인데, 예나 양과 잘 어울리는 거 같군. 예나 양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 목걸이에 어울릴 수 없는 거 같아서 말이야.”도예나의 눈빛은 그 에메랄드 목걸이에 떨어졌다.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장의 사진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젊었을 때의 유일한 사진이었다.어머니는 젊었을 때 성남에서 유명한 미인이었고 그 사진은 연대감이 있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어 그녀의 어머니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특히 어머니의 목에 있는 그 에메랄드 목걸이는 초록빛을 반짝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그것은 장서원이 손에 들고 있는 이 목걸이와 똑같았다.도예나는 마음속에 각종 감정이 넘쳐났지만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 목걸이는 보기에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요.”“20년이 넘었지.” 장서원은 옛일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20여 년이 지나갔다니, 예나 양, 이 목걸이를 한 번 껴보게. 정말 잘 어울려서 그래…….”도예나는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이것은 그녀의 어머
도예나가 여전히 목걸이를 주시하는 것을 보고 강현석은 약간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여자의 귓가에 다가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내가 열 개 더 사줄게요.”도예나는 대답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귓불은 축축하고 뜨거운 입술과 닿았다.“당신!”그녀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이런 자리, 이런 곳에서 보는 눈들도 있는데, 그는 그녀의 귓불을 핥았다니!“앞으로 다른 남자가 주는 그 아무것도 받지 마요!”강현석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도예나는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이 나쁜 놈, 지금 일부러 장 선생님 앞에서 나한테 이런 짓하는 거지…….”하지만 장서원은 그녀의 친아버지일 수 있었다…….도예나는 강현석의 허리를 세게 꼬집었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행동은 장서원에게 있어 그저 강현석과 애교를 떠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딸을 아직 알아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다니…….장서원은 정말 울고 싶었다.“에헴!”그는 큰소리로 기침을 했지만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전혀 듣지 못했다.“그…….”장서원은 목소리를 높여 입을 열었다.“강 대표, 내가 강씨 그룹과 합작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데, 잠깐 얘기 좀 할까?”강현석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내가 지금 예복을 입어보려고 하는 것을 보지 못했나봐요, 장 대표?”“그럼 강 대표가 예복을 고른 후에 다시 이야기하지.”장서원은 의자에 앉았다.비록 그는 자신의 딸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떠난 후, 강현석이 더욱 지나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했다.그는 여기서 지켜봐야 했다!나이를 그렇게 먹은 사람이 자신의 여자에게 찝쩍대다니, 그가 죽은 줄 아나보지?그는 도예나의 가는 허리를 안고 맞은편에 앉아 무척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말해봐요.”장서원은 사실 업무상으로 강현석과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그는 회사 일을 처리하는 것을
“사장님, 옐리토스 그 프로젝트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박정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피곤함을 띠고 있었다.도예나는 만약 큰일이 나지 않았다면 박정연은 절대 이런 시기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무슨 일이죠? 천천히 말해요, 조급해하지 말고요.”“지난주 옐리토스 성남 구역의 책임자가 바뀌었는데, 이 주 대표는 장씨 그룹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장씨 그룹의 장 여사도 이 프로젝트의 수석 칩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되었고요. 지금은 우리 회사와 함께 칩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완성하려 하고 있어요…….”도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장씨 그룹?”“맞아요, 바로 그 장씨 그룹이에요.”박정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장지원의 이름은 사장님의 이름과 함께 프로젝트 명단에 나타났는데, 옐리토스 쪽에서는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겠다고 했어요. 사장님, 옐리토스는 지금 계약을 어겼으니 우리는 그들을 찾아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어요.”도예나는 입을 구부리고 가볍게 웃었다.“장씨 그룹이 마음을 굳게 먹고 이 프로젝트에 끼어드려 한 이상, 대놓고 계약을 어기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만약 계약 위반으로 옐리토스를 고소한다면, 예성 과학기술회사는 이 프로젝트에서 쫓겨날 거예요. 우리는 칩 디자인을 이미 80% 정도를 완성했는데, 이때 아웃되면 다른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게 아닌가요?”“사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합작에 동의하고, 계약서도 체결해요. 뒤의 일은 나한테 다 계획이 있으니까요.”전화를 끊자 도예나의 입가의 웃음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서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장 선생님도 들으셨죠? 앞으로 우리는 파트너가 될 거예요. 잘 부탁할게요.”장서원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어제 몇 명의 아이들과 만난 후에야 그는 장지원과 나나가 껄끄러운 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돌아가서 사람 시켜 알아보라고 한 후, 그제야 옐리토스의 그 일을 알게
“오빠, 지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에요?” 장지원은 눈을 들어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비즈니스란 원래 서로 속고 속이는 게 아닌가요? 만약 수단과 기개가 없었다면 장씨 그룹은 벌써 다른 사람에게 짓밟혀 망했을 거예요.”장서원은 차갑게 말했다.“이 10년 동안 나는 너에게 한 번도 부탁을 한 적이 없지. 이번이 처음이니까, 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나.”“왜요?” 장지원은 일어서서 눈을 가늘게 떴다.“오빠, 너무 이상해요. 예전에 난 이런 수단으로 수많은 경쟁자를 상대했지만 오빠는 모두 눈 감아줬죠. 왜 하필 오늘 이렇게 찾아와서 날 비난하는 거죠? 아, 알겠네요. 도예나 때문인가요?”이지원은 입술을 깨물며 억울하게 말했다.“삼촌, 전에 도예나 때문에 나를 두 번이나 욕했으면 그만이지만, 어떻게 지금 또 도예나 때문에 우리 장씨 그룹의 미래를 망치려는 거예요?”장서원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장지원, 이 프로젝트에서 물러날 거야 말 거야?”“난 물러날 리가 없어요.” 장지원은 차갑게 웃었다.“나는 많은 수단을 써서야 주 대표가 날 도와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어요?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원이에게 맡길 거예요. 만약 그녀가 잘 해낸다면, 아버지께서 기분이 좋아 원이를 장씨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만들 수도 있잖아요. 다시 말해서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원이에게도 장씨 집안에게 있어서도 모두 중요하다고요. 오빠의 개인 사정으로 절대 바뀔 수 없으니 난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을 거 같네요.”장서원의 안색은 순간 보기 흉해졌다.“오빠, 오빠가 이렇게 도예나를 신경 쓰다니, 설마……”장지원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 성남 제일 미인에게 반하기라도 한 거예요?”이지원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도예나는 그렇게 예쁘니 삼촌이 반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이 여자는 결혼하려고 하는데 왜 아직도 밖에서 남자를 함부로 꼬시는…….”“닥쳐!”장서원은 탁자 위의 찻잔을 들고 바로 땅에 던졌다.그는 성격이 온화하고 화를 잘 내지
결혼 준비 때문에 도예나는 회사의 일을 박정연에게 맡겼다.그러나 지금, 다른 문제가 생겼기에 그녀는 반드시 회사에 가서 앞으로 며칠 간의 업무 임무를 다시 안배해야 했다.이른 아침, 도예나는 차를 몰고 회사로 갔다.그녀가 문을 들어서자 회사의 수십 명의 동료들이 그녀를 에워쌌다.“사장님 신혼 축하드려요!”“사장님과 강 대표님 백년해로하세요!“두 분 꼭 예쁜 아이 낳으세요!”“야, 너 무슨 막말을 하는 거야, 사장님은 벌써 아이를 낳았으니 이 말은 안 해도 왜.”“아이야 당연히 많을수록 좋죠!”사무실 안의 동료들은 모두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도예나는 코를 긁었다. 이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이가 둘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강씨 집안에도 두 명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벌써 애가 넷인데, 또 낳으라니?정말 그녀를 암돼지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자, 다들 조용. 이 사장님이 이제 복지를 나눠줄 거야.”도예나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내가 결혼했으니, 이번에 입사한 직원 한 명당 임금을 10% 올리고 연말 보너스도 두 배로 올릴게.”이 말이 나오자 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와, 사장님 짱!”“난 앞으로 사장님만 바라볼 거예요!”예성 과학기술회사가 설립된 지 아직 반년도 안 되었기에 이 직원들 역시 입사한지 두 세달밖에 안 되었다. 다른 회사에서는 인턴이겠지만 이곳에 온 후 그들의 월급은 이미 몇 번이나 올랐는지 모른다.그들은 점점 더 예성 과학기술회사에 와서 일하는 것이 이번 생애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고 느꼈다.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이번 달 6일은 마침 주말이니, 시간이 있는 직원들은 박 팀장을 찾아 청첩장을 받고 내 결혼식에 참가할 수 있어.”말이 떨어지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강씨 그룹 대표의 결혼식은 틀림없이 성대하게 차려질 것이고 이 결혼식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도 모두 성남의 유명한 거물일 것이다.그들은 전에 국수만 먹으면 된다고 기대했는데 지금은 도예나가 오
아래의 직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사장님, 3일 후에 이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성과를 보고해야 해요.”“우리는 이미 80% 를 완성했으니 나머지 20% 는 장씨 그룹에게 맡기면 되지.”도예나는 계약서를 옆으로 던지고 담담하게 말했다.“박 팀장, 장씨 그룹 쪽 기술부와 인계 좀 해요. 희의는 여기까지. 성과를 보고하는 그날, 내가 직접 갈 거예요.”그녀는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옐리토스의 주 대표와 장지원이 연합하여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으니 그녀는 옐리토스도 따라서 큰 손해를 보게 할 수밖에 없었다.옐리토스처럼 큰 회사는 손해를 좀 보아도 감당할 수 있었다.도예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후속 업무를 계속 배치했고,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박정연은 전화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무척 난처해하며 말했다.“사장님, 장씨 그룹의 이지원 아가씨과 사장님과 통화하겠다고 난리를 부리고 있어요. 그녀는 만약 사장님께서 통화를 거절하신다면 10분 후에 우리 회사로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어요…….”도예나 손을 내밀었다.“이리 줘요.”그녀가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자마자 이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예나 씨, 이렇게 나오면 너무 하죠.”도예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지원 씨가 말해봐요, 내가 뭘 했죠?”“당신이 디자인한 칩 프레임워크는 우리 회사의 프로그래머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잖아요. 당신은 반드시 그쪽의 기술 고문을 파견해야 해요!”이지원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거절한다면, 우리 장씨 그룹도 남은 20%의 업무 내용을 완성하는 것을 거절할 거예요.”도예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이윤은 장씨 그룹과 예성과학기술이 각각 절반을 차지하는데. 우리는 당신들을 도와 30%를 더 완성했죠. 내가 대범해서 이를 따지지 않겠지만 이는 결코 당신들이 거리낌 없이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에요. 이지원 씨야 당연히 남은 부분을 완수하는 것을 거절할 수 있지만 모든 결과는 당신들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도예나는 뻘쭘해서 기침을 했고 어색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바라보았다.“다들 오늘 야근하지 말고 술집에 가서 회식 좀 해요. 박 팀장, 내 카드로 계산하고요.”“우와, 사장님, 정말 너무 짱이에요!”“사장님이 결혼하니, 우리도 덩달아 복을 누리다니, 정말 너무 좋네요.”“사장님, 빨리 데이트하러 가세요. 우리도 곧 퇴근할 거예요.”여러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도예나는 도망치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강현석 앞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돌리자, 방금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그녀를 따라 내려왔고, 하나하나 지나가는 척하며 또 아주 티 나게 그녀를 향해 눈짓을 했다…….‘이 사람들,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강현석은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많이 바빴어요?”“이러지 마요…….”도예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일단 차에 타요. 할 말 있으면 차에서 해요.”강현석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이 여자는 전에 줄곧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가장 친밀해질때면 그녀는 걸핏하면 수줍어하며 얼굴이 빨개졌다.그는 정말 그녀의 이런 모습을 너무나도 사랑했다.그가 조수석 문을 열려고 할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정 보좌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강남천은 지금 저희들에 의해 금정 술집에 갇혔는데 지금 오실 겁니까?”강현석은 눈썹을 찌푸렸다.어제 웨딩 숍에 있을 때, 그는 도예나를 버리고 사람을 잡으러 갔지만, 결국 강남천을 놓쳤다.이번엔…….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잘들 지켜보고 있어, 내가 곧 갈게.”전화를 끊자 강현석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나야 미안,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아직 방천을 찾지 못했어요?”“그는 숨었거든요.” 강현석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 숨진 못할 거예요.”“그럼 빨리 가요.” 도예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어머, 사장님, 강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박정연은 도예나의 팔을 당기며 바에 있는 부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도예나는 박정연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한 남자가 부스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옆모습으로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고 윤곽만 봐도 확실히 강현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남자, 방천 찾으러 갔다며? 근데 술집엔 왜 왔지?’도예나는 일어나려던 참에 갑자기 강현석의 맞은편에 또 다른 익숙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갈색 곱슬머리를 한 여자는 옆모습만 봐도 외국인이었다…….그날 강현석을 병문안한 사람이 바로 이 여자 아닌가? 캐서린이라는 정신과 의사인 것 같았다.강현석과 캐서린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도예나의 눈에 의혹이 번쩍거리더니 그녀는 일어나서 걸어갔다.“사장님, 강 대표님 불러서 같이 술 마셔요.”박정연이 눈짓을 하며 말했다.모두들 강현석의 카리스마를 두려워했지만 강현석과 도예나가 함께 있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했기에 그들이 애정을 과시해도 상관없었다…….도예나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좋아요, 내가 그를 불러서 같이 술 마시라고 할게요.”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박정연에게 한마디 한 후 고개를 들어 저쪽을 바라보았는데 방금 그곳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캐서린 혼자만 남아서 저쪽에서 술잔을 들고 있었다…….‘현석 씨는?’도예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한바퀴 돌았지만 강현석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도예나 씨, 정말 공교롭군요.”캐서린은 술잔을 내려놓고 그윽한 눈빛으로 도예나를 바라보며 웃는 듯 마는 듯했다.도예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캐서린 양과 함께 술 마신 사람은요?”“네?” 캐서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나는 혼자 여기에서 술을 마셨는데 아무도 나와 함께 있지 않았어요. 도예나 양 잘못 본 거 아니에요?”도예나는 눈썹을 더욱 세게 찡그렸다.만약 그녀 혼자였다면 잘못 보았을 수도 있지만 박정연도 분명히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