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훈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다가와 힘차게 소리쳤다.“엄마! 아빠!”도수아는 오빠를 따라 사랑스럽게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강현석은 허리를 숙여 수아를 안았다.“오늘 유치원에서 아빠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수아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순수하고 맑게 웃었다.수아는 고개를 들고 작디작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엄마, 아파요?”예나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중요한 회의가 많아서 신경을 썼더니 머리가 좀 아프네, 자, 우선 차에 타자.”현석은 제훈과 수아를 뒷좌석에 태운 후, 두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꼼꼼히 채워주고 나서야 시동을 걸었다.제훈은 뒷좌석에 앉아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인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상하게도 예나에게서는 이상한 꽃 냄새가 진동했다.그는 예나의 목에 있는 스카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엄마가 이때까지 한 번도 스카프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엄마, 스카프가 너무 이뻐요.”예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자기 아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이가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에게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즉, 제훈은 이미 그녀 자신의 목에 있는 문신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다.‘사실 제훈이가 봤어도 상관없어, 근데 중요한 건 모든 일이 너무 이상하다는 거야. 하물며 나 자신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니까…….’“제훈이도 이 스카프가 이쁘다고 생각해?”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가 엄마한테 선물해 준 거야, 엄마는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고, 제훈아 네가 객관적으로 봤을 땐 어때? 이 스카프가 엄마를 더 예뻐 보이게 하지 않아?”제훈은 스카프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수아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예쁘다, 너무 예뻐!”예나는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마음에 들면 이 스카프 우리 수아 줄까?”수아는 손을 저었다.“이건 아빠가 엄마한테 준 선물이잖아요, 안 가져도 돼요…….”현석의 입
“엄마, 전 엄마가 해준 닭강정이 먹고 싶어요, 갈치조림도 먹고 싶어요. 엄마가 만든 건 뭐든 다 먹고싶어요!”강세윤은 도예나의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이 말을 들은 강현석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딱딱하게 말했다.“엄마는 오늘 쉬어야 해.”아이는 고개를 들어 갸우뚱거리며 물었다.“왜요?”“이유는 없어.”현석은 단호하게 말했다.“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을래 아니면 아빠가 만든 요리를 먹을래?”세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아빠 너무해, 다 자기 마음대로야. 아빠 미워!”‘그러나 아버지가 내뿜는 아우리는 정말 무서웠다. 만약 그가 억지를 부리며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려 한다면 아빠는 화를 내며 날 혼냈을까?’녀석은 아버지와 격렬한 신경전을 벌인 뒤 체념한 듯 말했다.“그럼 요리사 아저씨가 해주는 음식 먹을래요…….”예나는 허리를 숙여 웃으며 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 엄마가 회의를 많이 해서 좀 피곤해, 오늘은 좀 쉬고 내일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엄마, 피곤해?”세윤은 눈을 크게 뜨고 예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방안으로 끌고 갔다.세윤은 그녀의 뒤에 서서 있는 힘껏 마사지해 주었다.도제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강세훈은 조용히 말했다.“엄마, 아니면 의사를 불러서 진찰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픈 것도 아닌데, 의사를 부를 필요는 없어, 많이 좋아졌어.”“엄마, 죄송해요…….”세윤은 자책하며 말했다.“전 그것도 모르고……, 안아달라 하지 말고 밥해달라고 떼쓰지 말 걸. 제가 너무 철이 없었죠…….”제훈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이제야 그걸 안 거야?”세훈은 한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앞으로 엄마한테 계속 안아달라고 조르지 마. 클 만큼 컸잖아.”세윤은 억울함에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정말 철이 없는 걸까……?’예나는 손을 뻗어 세윤을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네 엄마야,
‘애들이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차이가 클 줄은 몰랐지…….’도예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웃겼다.그녀는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집에서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으면 아빠랑 엄마가 조금 있다가 돌아올 게, 괜찮지?”도제훈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수아를 잘 돌보고 있을게요.”강세훈은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동생들을 데리고 잘 놀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세윤은 손을 흔들었다.“엄마 다녀오세요, 수아랑 피아노 치고 있을게요!”아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제훈의 기분이 괜찮아진 것을 본 후에야 예나의 마음은 조금 놓였다.그녀는 현석을 따라 차에 올라탔고 그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말했다.“고마워요.”“뭘 걱정하는지 알아요.”현석이 차를 몰며 말했다.“제훈이는 아이 중 가장 성숙한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착하고 똑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요. 그리고 그 아이의 마음속엔 당신과 수아밖에 없어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이제 겨우 만으로 네 살이 된 아이에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예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모두 제 잘못이에요, 제가 소홀한 거죠. 만약 내가 정말 강한 엄마였다면 제훈이는 이렇게 일찍 철이 들지 않아도 되었을 건데…….”“당신 탓이 아니라 내 잘못이에요…….”현석은 목소리를 낮췄다.“만약 내가 일찍이 제훈이와 수아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세 사람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이때 그들은 갓길에 차를 댔다. 그가 예나를 슬쩍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 빛이 그녀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예나는 순간 긴장을 하였다.그녀는 간신히 잡고 있던 끈을 놓칠까 봐 감히 그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꽉 쥔 후 대화 화제를 돌렸다.“맞아, 어젯밤에 당신에게 말한 애들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현석은 시동을 걸어 운전대를 잡고
[방금 응급의가 저 수감자한테 산부인과에 가서 진찰받으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그럼 임신한 거네, 저 사람도 운이 좋지, 배 속의 아기가 살린 거나 마찬가지잖아.][배가 아직 안 나온 걸 보면 한두 달 밖에 안 된 것 같은데…….]주변 사람들의 말소리를 듣고 도예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강현석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했다.“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예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만약 도설혜가 정말 임신한 거라면, 어떻게 현석 씨와 상관없을 수가 있어…….’‘어쨌든 도설혜는 자기가 아이들의 엄마라며 현석 씨네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거고, 게다가 현석 씨네 집엔 도설혜의 전용 드레스룸도 하나 있잖아…….’예나의 안색이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을 확인한 현석은 이어 말했다.“예나 씨, 맹세해요. 전 정말 도설혜와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녀의 임신과 전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진지하게 말하는 현석의 모습에 예나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현석과 아무 사이도 아니고 단지 자녀 문제만이 얽혀있을 뿐인데 이 남자가 나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그녀가 막 말을 시작하려 할 때,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응급실 침대에 앉아 있는 설혜를 보았다. 그녀의 눈은 사악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허!”설혜는 소리 없이 헛웃음을 지었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설혜는 무해한 미소를 띠며 얼굴을 바꾸었다.“병실 안이 좀 답답한데, 나가서 좀 걸을 수 있을까요?”그녀와 함께 진찰받으러 온 두 여경은 딱딱하게 말했다.“배 아프신 거 아닙니까?”“이제 그렇게 아프지 않아요, 산책 좀 하고 싶어요. 여기는 대학 병원이라 여기저기 경호원들이 있잖아요, 도망갈 수도 없어요.”여경은 귀찮은 듯 손을 흔들었다.설혜는 배를 감싸고 한 걸음 한 걸음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나 놀리려고 온 거야?”그녀는 예나와 현석의 앞에 서서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어떡하지, 그럼 실망할 텐데.”그녀는 자신의 배를 감
도설혜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계속해서 말했다.“내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왜 이렇게 화를 내요? 그리고 강현석, 그 사람이 어른처럼 행동하는 것도 저 때문이죠……, 강현석이 나에게 무관심한 만큼 나도 세훈이에게 관심 없어요. 아이는 모성애를 원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걔를 사랑하지 않죠, 난 그를…….”도예나는 그 말을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설혜의 멱살을 잡고 손을 들었지만 두 여경이 달려와 이를 제지했다.설혜는 여경의 뒤로 숨어 울부짖었다.“제 언니예요, 전 그냥 제 실수를 인정하려고 좋은 의도로 왔는데 언니는 절 때려죽이려 했어요……. 이제는 제가 왜 언니의 아들을 납치했는지 알겠죠? 언니는 정신병이 있어서 계속해서 절 때려 죽이려 했어요. 제가 그녀의 아들을 납치한 것도, 단지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감옥에 가야 하나요…….”예나는 어이가 없었다.이건 다 설혜가 법정에서 더 유리하기 위해 고의로 벌인 일이었다.하지만 어떡하지? 그녀는 설혜의 뺨을 때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단지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걸 후회할 뿐이다!한 여경이 일어서며 냉철하게 말했다.“경찰 앞에서 범죄자를 때리는 건 법을 모독하는 행위에요. 당신들은…….”강현석은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제 변호사 번호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 변호사에게 연락하세요.”그는 말을 마치고 설혜를 째려본 뒤 예나의 허리를 감싼 후 밖으로 걸어 나갔다.병원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니 예나의 감정이 점점 진정되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혜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에요?”“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현석은 자신을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었다.처음 강세훈과 강세윤이 처음 강 씨네 집에 왔을 때 그는 자신에게 갑자기 두 아이가 생긴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아이들을 호주로 보냈지만 여러 가지의 이유로 다시 데려왔다. 시간이 지나 두 아이를 받아들이고 세훈과 세윤을
“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강현석은 얇은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숙였다.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미안하다는 말 외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4년 전, 도설혜는 두 아이를 안고 두 장의 친자 확인서를 들고서는 그를 찾아왔다. 그 곳은 강 씨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성남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전자 검사 기관이었다. 그는 친자 확인서를 보고 그 모든 것을 믿었다.잘못된 믿음 때문에 그들의 4년이 틀어졌다.“예나 씨, 당신이 아무리 절 때리고 욕해도 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가고 싶어요.”현석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전 도설혜와 함께한 적이 없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닐 확률이 높아요.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 볼게요.”그의 진지한 말을 듣고 예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오늘 밤 외출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통제력을 잃고 있었다.그녀는 방금 이 남자에게 연거푸 질문을 했는데 그녀는 어떤 자격으로 그에게 질문할 수 있었을까…….그 당시 그녀는 두 아이를 잃었지만 이 남자는 세훈과 세윤을 잘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누굴 비난할 수 있을까?“미안해요…….”예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방금은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어요, 당신에게 화 낼 일이 아닌데…….”현석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아니에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든지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날 거예요. 당신은 그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뿐이에요…….”예나는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도설혜는 미친 사람이에요. 그녀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우린 네 아이를 잘 보호해야 해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어서는 안 돼요…….”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선 우리 집으로 가요, 애들이 기다릴 거예요.”차에 탄 후 현석은 문자를 보낸 후에야 페달을 밟았고 천천히 병원 밖으로 나
여경은 냉정하게 말했다.“오늘 밤엔 우리가 여기에 같이 있을 테니 푹 쉬어요!”도설혜는 불쌍하게 말했다.“전 지금 임신 중이고 너무 외로워요…… 혹시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와주실 수 있나요?”여경이 거절하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전 아직 수감되지 않은 피의자예요. 아직 죄수가 아니라고요, 저에게도 인권은 있어요! 지금 제가 몸이 불편하고 특히나 취약한데 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상관없어요. 부모님을 보고 싶으니 빨리 부모님을 찾아와 주세요!”그녀는 생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사형수도 가족을 만날 권리가 있는데 그녀가 자신의 부모를 만나려 하는 것은 확실히 나무랄 수 없었다…….한 시간 후, 도진호와 서영옥은 병원에 도착했다.불과 보름 사이에 두 사람은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도진호의 얼굴에는 풍파가 가득하고 등이 굽어있었는데 어찌 누가 이 사람이 한 때 이름 날리던 도씨그룹의 회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서영옥은 더 늙었다. 도씨그룹이 인수된 후, 거만하던 도 부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뿐인 딸을 감방에서 꺼내기 위해 할아버지께 빌붙어 온갖 눈총을 받았지만 한 가닥의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었다.“설혜야, 너 왜 그래?”영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달려들었다.“누가 괴롭힌 거 아니야?”설혜는 영옥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나 임신했어, 엄마 외할머니 될 거야…….”영옥은 깜짝 놀랐다가 황홀함에 빠졌다.“설혜야, 그 말이 사실이야? 너 임신했어? 이미 임신한 거야? 강 씨 집안 혈통이니? 내가 당장 강현석을 찾으러 갈게. 내 딸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책임져야지…….”진호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설혜야, 네가 강 씨 집안 혈통을 낳는다면 많은 일들이 쉽게 해결될 거야…….”“아니…….”설혜는 우물쭈물했다.“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강 씨네랑 전혀 관계가 없어…….”영옥은 눈을 부릅떴다.“몇 년 동안 강현석이랑 같이 있었잖
“태임란 씨죠?”서영옥은 상대방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퉁명스럽게 물었다.임란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 말했다.[네 맞는데요, 누구신데 도설혜 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주셨죠?]“도설혜 엄마입니다.”영옥은 눈물을 훔쳤다.“설혜는 일이 있어서 당신과 통화하기 어려워요. 당신에게 한 가지 일을 전해달라 하더군요. 그녀는 지금 임신 중입니다. 한 달 반 정도 됐고요. 당신이 아이의 친아빠예요.”[네?!]임란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그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다시 물었다.[설혜가 제 아이를 가졌다는 뜻인가요?]“맞아요, 그녀는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요. 임신 테스트 결과는 이미 나왔고요.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맞아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임란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그는 거실에 앉아 있는 아내를 돌아보았다.그의 아내는 설혜만큼 예쁘지 않았다. 아니었으면 그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 거다.결혼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의사에게서는 부부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과 아내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아내는 육체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남편의 마음이 떠날까 봐 그 사실을 숨겼다.그는 데릴사위였는데 아내의 집안 형편은 그의 집보다 수천 배나 좋았다.지난 4년의 결혼생활 동안 그는 상류층이 무엇인지 충분히 느꼈으며 화려해질수록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그러나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기에 결국 최후의 수단은 보육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었다.“태임란 씨, 만약 당신이 아이를 원치 않으신다면 난 설혜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할 거예요.”영옥의 말을 들은 임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을 열었다.[아니요, 전 아이를 원해요. 원한다고요!]성남시에서 아이를 몰래 키우는 것도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져야만 했다!전화를 끊은 임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