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혜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계속해서 말했다.“내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왜 이렇게 화를 내요? 그리고 강현석, 그 사람이 어른처럼 행동하는 것도 저 때문이죠……, 강현석이 나에게 무관심한 만큼 나도 세훈이에게 관심 없어요. 아이는 모성애를 원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걔를 사랑하지 않죠, 난 그를…….”도예나는 그 말을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설혜의 멱살을 잡고 손을 들었지만 두 여경이 달려와 이를 제지했다.설혜는 여경의 뒤로 숨어 울부짖었다.“제 언니예요, 전 그냥 제 실수를 인정하려고 좋은 의도로 왔는데 언니는 절 때려죽이려 했어요……. 이제는 제가 왜 언니의 아들을 납치했는지 알겠죠? 언니는 정신병이 있어서 계속해서 절 때려 죽이려 했어요. 제가 그녀의 아들을 납치한 것도, 단지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었어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감옥에 가야 하나요…….”예나는 어이가 없었다.이건 다 설혜가 법정에서 더 유리하기 위해 고의로 벌인 일이었다.하지만 어떡하지? 그녀는 설혜의 뺨을 때린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단지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걸 후회할 뿐이다!한 여경이 일어서며 냉철하게 말했다.“경찰 앞에서 범죄자를 때리는 건 법을 모독하는 행위에요. 당신들은…….”강현석은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제 변호사 번호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 변호사에게 연락하세요.”그는 말을 마치고 설혜를 째려본 뒤 예나의 허리를 감싼 후 밖으로 걸어 나갔다.병원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니 예나의 감정이 점점 진정되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도설혜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에요?”“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현석은 자신을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었다.처음 강세훈과 강세윤이 처음 강 씨네 집에 왔을 때 그는 자신에게 갑자기 두 아이가 생긴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아이들을 호주로 보냈지만 여러 가지의 이유로 다시 데려왔다. 시간이 지나 두 아이를 받아들이고 세훈과 세윤을
“예나 씨, 정말 미안해요…….”강현석은 얇은 입술을 꽉 물고 고개를 숙였다.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미안하다는 말 외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4년 전, 도설혜는 두 아이를 안고 두 장의 친자 확인서를 들고서는 그를 찾아왔다. 그 곳은 강 씨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성남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전자 검사 기관이었다. 그는 친자 확인서를 보고 그 모든 것을 믿었다.잘못된 믿음 때문에 그들의 4년이 틀어졌다.“예나 씨, 당신이 아무리 절 때리고 욕해도 전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만 분명히 하고 가고 싶어요.”현석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전 도설혜와 함께한 적이 없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지금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닐 확률이 높아요.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 볼게요.”그의 진지한 말을 듣고 예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오늘 밤 외출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통제력을 잃고 있었다.그녀는 방금 이 남자에게 연거푸 질문을 했는데 그녀는 어떤 자격으로 그에게 질문할 수 있었을까…….그 당시 그녀는 두 아이를 잃었지만 이 남자는 세훈과 세윤을 잘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누굴 비난할 수 있을까?“미안해요…….”예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방금은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어요, 당신에게 화 낼 일이 아닌데…….”현석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아니에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든지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화가 날 거예요. 당신은 그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뿐이에요…….”예나는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도설혜는 미친 사람이에요. 그녀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우린 네 아이를 잘 보호해야 해요.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어서는 안 돼요…….”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선 우리 집으로 가요, 애들이 기다릴 거예요.”차에 탄 후 현석은 문자를 보낸 후에야 페달을 밟았고 천천히 병원 밖으로 나
여경은 냉정하게 말했다.“오늘 밤엔 우리가 여기에 같이 있을 테니 푹 쉬어요!”도설혜는 불쌍하게 말했다.“전 지금 임신 중이고 너무 외로워요…… 혹시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와주실 수 있나요?”여경이 거절하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재빨리 말했다.“전 아직 수감되지 않은 피의자예요. 아직 죄수가 아니라고요, 저에게도 인권은 있어요! 지금 제가 몸이 불편하고 특히나 취약한데 부모님을 만나고 싶은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상관없어요. 부모님을 보고 싶으니 빨리 부모님을 찾아와 주세요!”그녀는 생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사형수도 가족을 만날 권리가 있는데 그녀가 자신의 부모를 만나려 하는 것은 확실히 나무랄 수 없었다…….한 시간 후, 도진호와 서영옥은 병원에 도착했다.불과 보름 사이에 두 사람은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도진호의 얼굴에는 풍파가 가득하고 등이 굽어있었는데 어찌 누가 이 사람이 한 때 이름 날리던 도씨그룹의 회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서영옥은 더 늙었다. 도씨그룹이 인수된 후, 거만하던 도 부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나뿐인 딸을 감방에서 꺼내기 위해 할아버지께 빌붙어 온갖 눈총을 받았지만 한 가닥의 희망의 빛도 찾을 수 없었다.“설혜야, 너 왜 그래?”영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달려들었다.“누가 괴롭힌 거 아니야?”설혜는 영옥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나 임신했어, 엄마 외할머니 될 거야…….”영옥은 깜짝 놀랐다가 황홀함에 빠졌다.“설혜야, 그 말이 사실이야? 너 임신했어? 이미 임신한 거야? 강 씨 집안 혈통이니? 내가 당장 강현석을 찾으러 갈게. 내 딸을 건드린 이상 반드시 책임져야지…….”진호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설혜야, 네가 강 씨 집안 혈통을 낳는다면 많은 일들이 쉽게 해결될 거야…….”“아니…….”설혜는 우물쭈물했다.“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강 씨네랑 전혀 관계가 없어…….”영옥은 눈을 부릅떴다.“몇 년 동안 강현석이랑 같이 있었잖
“태임란 씨죠?”서영옥은 상대방의 말투에 짜증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퉁명스럽게 물었다.임란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 말했다.[네 맞는데요, 누구신데 도설혜 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주셨죠?]“도설혜 엄마입니다.”영옥은 눈물을 훔쳤다.“설혜는 일이 있어서 당신과 통화하기 어려워요. 당신에게 한 가지 일을 전해달라 하더군요. 그녀는 지금 임신 중입니다. 한 달 반 정도 됐고요. 당신이 아이의 친아빠예요.”[네?!]임란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그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천천히 다시 물었다.[설혜가 제 아이를 가졌다는 뜻인가요?]“맞아요, 그녀는 지금 병원에 누워 있어요. 임신 테스트 결과는 이미 나왔고요.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맞아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임란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그는 거실에 앉아 있는 아내를 돌아보았다.그의 아내는 설혜만큼 예쁘지 않았다. 아니었으면 그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을 거다.결혼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아내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의사에게서는 부부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장모님과 아내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아내는 육체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남편의 마음이 떠날까 봐 그 사실을 숨겼다.그는 데릴사위였는데 아내의 집안 형편은 그의 집보다 수천 배나 좋았다.지난 4년의 결혼생활 동안 그는 상류층이 무엇인지 충분히 느꼈으며 화려해질수록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그러나 그의 아내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기에 결국 최후의 수단은 보육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었다.“태임란 씨, 만약 당신이 아이를 원치 않으신다면 난 설혜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할 거예요.”영옥의 말을 들은 임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을 열었다.[아니요, 전 아이를 원해요. 원한다고요!]성남시에서 아이를 몰래 키우는 것도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자신의 아이를 가져야만 했다!전화를 끊은 임란은
“임란씨, 정말 오셨군요…….”도설혜가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안쓰럽게 이불을 꼭 쥐었다.“누명을 써서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들어갔어요……, 임신이 아니었으면 연락도 못했을텐데……, 하지만 제 뱃속엔 당신의 아이가 있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에게 범죄자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요. 임란씨, 저를 꺼내 줄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태임란은 그녀를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살이 많이 빠졌네요.”설혜는 더욱 안쓰럽게 울었다.“맞아요, 15킬로 정도 살이 빠졌어요.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새우 야채 죽을 좀 들고 왔어요. 얘기하기 전에 먼저 좀 먹어요.”임란은 손에 든 봉지를 바닥에 놓고 죽 한 그릇을 꺼냈다.그는 뚜껑을 열고 죽을 떠서 건네주며 말했다.“천천히 먹어요. 내가 함께할 테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마요.”설혜는 그의 말에 감동하였다.오랫동안 구치소에 갇혀 있던 그녀는 마침내 따뜻함을 느꼈다.그녀는 자신의 아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그녀는 죽을 한 입 먹은 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임란 씨, 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당신을 닮을 거라 생각해요, 아님 저를 닮을 거라 생각해요?”임란은 눈을 내리깔고 심오한 얼굴을 한 후 설혜에게 기계적으로 죽을 한 입 또 한 입 먹였다.죽은 금방 바닥났다.“배가 아파요…….”설혜는 갑자기 통증을 느꼈다.“너무 아파요……, 몸에서 뭔가가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임란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얼른 화장실에 가서 살펴봐요.”그는 설혜를 부축하여 화장실에 데려다준 뒤, 그녀가 문을 닫자마자 그는 곧바로 종이봉투에서 죽 한 그릇을 다시 꺼내 아까 먹은 죽에 부었다.그가 죽을 다 붓자마자 화장실에서 설혜의 비명이 들렸다.문밖을 지키던 여경이 급히 들어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임란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죽을 먹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여경의 시선은 죽을 향했고,
일이 끝난 후 도예나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그때, 한 뉴스가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익숙한 이름을 보고 그것을 확인했다.“저희 취재진에 따르면, 며칠 전 아동 유괴 사건의 용의자 도 모 씨는 전날 자신의 임신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첫 재판이 열리기 전에 용의자가 임신한 사실이 발견된 첫 사례입니다. 하지만 임신을 확인한 다음 날, 도 모 씨는 남자친구가 사 온 죽을 잘못 먹은 뒤 유산을 한 사실이 전해지며…….”예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어제 그녀는 도설혜가 배 속의 아이 때문에 3년만 감옥살이를 한다면 그것이 그녀의 네 아이들에게 괜찮을 일인지 생각을 했다.그의 답을 찾기도 전에 도설혜는 아이를 잃었다…….‘도설혜가 네 아이에게 한 악랄한 짓을 보고 하나님께서 엄마가 될 권리를 빼앗은 걸까?’예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뉴스를 껐다.잃어버린 4년을 아무것도 보상할 수 없었다…….[지잉ㅡ]그녀의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설민준이었다.[예나야, 내가 전화 안 하면 얼굴 까먹겠다?]예나는 상대하기 귀찮은 듯 무심하게 말했다.“말해, 무슨 일이야?”[정말 곤란한 일이 있어서…….]민준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제 또 성남에 갔는데 네가 싫어할까 봐 널 만나러 가지 못했어. 술집에서 꼬박 날을 새고 처음 만난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계속 나한테 달라붙어서 귀찮아 죽을 것 같아…….]“좋은 거 아니야?”예나는 비꼬며 말했다.“매일 매일 여자를 갈아치우는데 가끔은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느껴봐야지.”[내가 만난 여자들은 전부 클럽에서 만났지만 첫 여자친구는 괜찮은 집안의 딸이었지, 근데 내가 어떻게 그녀의 시간을 허비하게 두겠어?]민준은 한숨을 쉬었다.[예나야, 나한테 너무 매달린단 말이야, 제발 빨리 와서 이 사람을 떼어내 줘!]예나는 머리가 아팠다.처음 해외로 나갔을 때 민준은 여자친구가
그녀는 거침없이 걸어 들어와 룸 입구의 복도에서 설민준을 보았다.요즘 유행하는 옷을 입은 여자가 민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억울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아니……, 평생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고 했잖아,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리다 당신을 만났는데, 이것만 봐도 우린 운명이야, 이게 우리의 운명이야, 난 절대 포기 안 해…….”민준은 골치가 아팠다.“이지원, 억지 부리지 마.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은 5~6년 전에 일어난 일이고 우린 만난 지 한 달도 안 됐어. 누가 이 한 달 동안의 감정을 책임져…….”“난 상관없어!”지원은 비련의 여주인공 표정으로 막무가내로 민준에게 매달렸다.민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복도 쪽에 있는 예나를 발견한 후 말했다.“내 여자친구 왔어. 빨리 이 손 놔!”지원은 샹들리에 아래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예나를 보고 열등감을 느꼈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민준의 여자들 앞에선 새 발의 피라는 걸 알았다…….예나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경험한 그녀는 팔짱을 끼고 째려보며 말했다.“저기요, 제 남자친구를 안고 뭐 하시는 거예요?”지원은 예나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왜 이리 성남 대표 미녀인 것 같지?’그녀는 입술을 떼며 말을 물었다.“도예나 씨 아니에요!?”예나는 고개를 치며 올리며 말했다.“맞아요, 제가 도예나입니다. 당신이 어떤 자격으로 제 남자친구를 뺏으려 하세요?”그녀의 도도한 표정은 까칠하고 매력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민준은 지원을 뿌리치고 예나에게 달려가 예나의 어깨를 감싸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지원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이 가득했다.‘도예나, 이 사람은 며칠 전에 그녀의 엄마와 장씨그룹의 체면을 구긴 나쁜 X 아니야?’“성남 대표 미녀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지원은 비웃으며 말했다.“뉴스에서 성남 최고 미녀가 몇 년 전에 외간 남자랑 하룻밤
설민준은 고개를 돌려 도예나의 어깨를 잡았다.예나의 입술이 바들거렸다. ‘이 빌어먹을 녀석이 정말 그녀에게 입을 맞출 생각인 건가?’그녀는 그를 벗어나게 해주기 위해 의리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만약 그가 그녀를 건드린다면, 그녀는 그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민준의 입을 막았다.민준은 씩 웃으며 그녀의 손등 사이에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두고 입을 맞추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원을 바라보았다.“우리 사이가 좋다는 걸 왜 너한테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네. 넌 전, 아니 전전, 아니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안 나는 사람이니 앞으로 아는 척 하지 말아줄래?”지원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곤 화가 나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이곳을 빠져나갔다.예나는 민준의 팔을 때리며 쌀쌀맞게 말했다.“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이런 일로 부르지 마.”“아 예나야,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민준은 그의 코를 긁적였다.“오늘 아이들이랑 같이 저녁 먹을까?”“싫어!”예나는 귀찮은 듯 그를 밀어냈다.민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목덜미로 시선을 돌렸다.“문신했네?”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 눈살을 찌푸렸다.“알파벳이네, G, 무슨 뜻이야?”예나는 자신의 옷깃을 당기며 말했다.“네가 상관할 거 없잖아.”“잠깐만!”민준은 쇄골을 가린 그녀의 손을 잡았다.“알파벳 디자인이 낯이 익는데, 어디서 본 것 같아. 잠시만, 생각해 볼게…….”그의 손은 예나의 옷깃을 잡고 있었고 예나는 계속 뒤로 물러났다.그 순간, 그녀의 등이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뒤에는 강현석이 서 있었고 민준은 그런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그 순간, 예나의 머리속에 한 문장이 떠올랐다.‘바람피운 게 걸린 꼴이 된 거잖아.’그녀는 민준과 아무런 사이가 아니지만 큰 죄책감이 밀려왔다.“찰싹!”그녀는 민준의 손을 치고 쌀쌀맞게 말했다.“이 손 놔!”민준은 재빨리 손을 빼고 고개를 들어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