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대표님, 방금 옐리토스 그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박정연은 공손하게 보고하면서도 일부러 옐리토스그룹을 언급했다.곽 대표 비서의 눈은 질투로 가득했다.도예나는 웃으며 말했다.“곽 대표님,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정연과 함께 사무실로 가며 물었다.“옐리토스 그룹이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방 대표님의 비서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방 대표님께서 칩 디자인의 세부 사항을 도 대표님과 직접 논의하고 싶다고 하셨어요.”정연은 수첩을 꺼내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희가 제출한 첫 번째 초안이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방 대표님께선 주로 다음 측면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 데이터의 출처고 두 번째는…….”예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세부 사항의 자료를 정리한 후 자료를 들고 옐리토스그룹으로 갔다.그녀는 이제 옐리토스그룹의 파트너이므로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직접 대표와 세부 사항에 대해 소통해야 했다.“도 대표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방 대표님은 이미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이미 지시를 받은 프런트 직원은 공손히 예나를 데리고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뒤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를 응접실 입구로 안내한 후에야 몸을 돌려 내려갔다.예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문을 두드렸다.응접실에서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이 소리는 예나의 발걸음을 멈춰 서게 했다.그녀는 어제 강현석의 차 안에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방찬이랑 가깝게 지내지 마.][정말 위험한 사람이니까.]순간 그녀는 두려워졌다.예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반대편 쪽은 비서 사무실이고 몇 명의 비서가 왔다 갔다 하며 바삐 돌아다녔다.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방 대표님.”예나는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방찬의 맞은 편에 앉았다.방찬은 열려 있는 문을 힐끗 훑어보고는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예나 씨, 오늘은 세
그는 지금 예성 과학기술 회사에 갈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그는 차갑게 말했다.“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인쇄해서 저한테 한 부 보내주시고 또 예상했던 문제들도 모두 정리해서 준비해 주세요.”정 보좌관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지만 최선을 다해 서류를 준비해서 보냈다.그는 미처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을까 걱정했지만 강 대표는 펼쳐 보지도 않고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정 보좌관은 얼른 쫓아가 말했다.“강 대표님, 바로 중요한 회의가 하나 남아있는데요…….”“미루세요.”강현석이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도 지금 왜 자신이 급히 도예나를 만나러 가는지 알지 못했다.마치 그녀를 만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그는 차를 몰고 가장 빠른 속도로 예성 과학기술 회사 1층에 도착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몇 가지 상황을 그려본 후, 있으나 마나 한 필요 없는 서류를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강 대표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정연은 깜짝 놀라 인사를 드린 뒤, 재빨리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그녀는 현석을 대할 때마다 항상 자신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강 대표의 카리스마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마치 그녀 자신처럼 일개 비서가 감당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그녀는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 도 대표님께서는 오늘 늦게 회사에 돌아오실 것 같습니다. 다른 날 다시 오시겠어요? 아니면 도 대표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현석은 눈썹을 찡그렸다.“도 대표는 어디에 있습니까?”“옐리토스그룹에서 연락이 와서 도 대표님께서 직접 프로젝트 세부 사항에 대해 논의하러 가셨습니다.”현석의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는 핸드전화를 꺼내 바로 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전화에서는 통화 중이라는 기계음만이 들릴 뿐이었다.그는 곧바로 일어나 회사 밖으로 나섰다.그는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 빠른 속도로 옐리토스그룹을 향해 달렸다.빌딩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익숙한 그림자가 회사 입구에서 걸어
옐리토스그룹 빌딩의 꼭대기 층은 대표 전용 사무실이다.각종 서류를 처리하며 강현석에 대해 알고 있던 여러 비서들은 현석이 등장하자마자 관심이 쏠렸다.한 여비서가 나와 공손히 말했다.“강 선생님, 방 대표님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죄송하지만 방 대표님은 일이 있으셔서…….”현석은 날카로운 눈으로 여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도예나 씨는 어디 있습니까?” 그 여비서는 너무 놀라 온몸이 벌벌 떨렸다.지금껏 그녀는 방 대표의 눈빛을 가장 두려워했지만 지금 이 순간, 강현석의 눈빛을 보고서야 비로소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에 뒤로 물러나 몸을 떨며 말했다.“도예나 씨께서 들어오는 건 봤지만 나가시는 건 보지 못했어요. 아마도 아직 응접실에서 방 대표님을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응접실이 어디입니까?”여비서는 재빨리 복도 끝을 가리켰다.현석은 성큼성큼 걸어가 응접실 문을 발로 찼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테이블 위에는 다 마시지 못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고, 소파 오른쪽에는 익숙한 핸드백이 놓여 있었다.현석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예나의 핸드백을 집어 들어 휴대폰을 확인했을 때 계속 통화 중이었다.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방 대표님’ 이 네글자가 눈에 들어왔다.현석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차갑게 말했다.“강남천, 마지막 기회야. 도예나 어디있어?”“하!”전화 속의 웃음소리에는 싸늘한 기운만이 가득 차 있다.“착한 우리 동생,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왜 도예나를 못찾는거야. 너랑 1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데.”현석은 눈을 찌푸리며 응접실을 훑어보았지만 20평도 안 되는 곳에 소파 두개, 테이블, 탁자와 책꽂이만이 놓여있었다.그는 전화를 끊고 책장으로 다가갔다.바로 그때, 응접실 문 밖에서 경호원 두 명이 들어왔다.“강 선생님, 아무리 선생님께서 강씨그룹 회장이셔도 옐리토스 회장 사무실에 아무 용건 없이 들어오실 수는 없으십니다. 나가주세요!”현석
“정말, 정말로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지금은 마취된 상태라 그렇지 곧 깨어날 거예요…….”의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에 누워 있던 도예나는 어슴푸레 눈을 떴다.그녀는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상황이에요?”강현석은 의사를 뿌리치고 긴장된 마음으로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몸은 어때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 불편하면 바로 말해요.”예나는 머리가 좀 무거웠다. 그녀는 쇄골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려 했다.옆에 있던 의사는 재빨리 그녀를 막았다.“손으로 만지거나 물에 닿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문신의 아름다움이 손상될 거예요…….”예나는 고개를 숙여 확인하려 했지만 자신의 쇄골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따끔한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다.“강 선생님, 거울을 좀 가져다주실래요?”현석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거울을 가져와 예나에게 건네주었다.그녀의 쇄골은 참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었지만, 왼쪽 쇄골에는 꽃 모양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G]그녀는 쓰러지기 전의 장면들이 떠올랐다.예나는 붉은 입술로 차갑게 말했다.“방찬의 짓이에요.”그는 업무를 빌미로 그녀를 속여 뭔지 모를 방법으로 그녀를 기절시킨 뒤, 그녀의 쇄골에 이런 글자를 새겼다.[G]방찬의 이름에는 이 알파벳이 포함되지 않았다.그러니‘G’는 방찬의 본명에 포함된 알파벳일 것이다.‘왜, 방찬은 그녀의 몸에 이 글자를 새기려 한 걸까?’그녀가 그와의 협업을 거부했기 때문인가?예나는 문신을 새긴 의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돈이 얼마나 들던 전 이 문신을 지워버릴 거예요.”의사의 눈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이번 문신에 쓰인 재료는 제가 최근에 개발한 신제품입니다. 어떠한 화학 세정제를 사용해도 지워지지 않죠. 적어도 3년은 지난 후에야 색이 좀 옅어질 것입니다……. 이 글자의 모양도 방 대표님께서 직접 디자인하신 거예요. 부기가 빠지면 이 문신이 당신의 쇄골을 더욱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만들
빌딩 아래에서는 이미 경호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강현석은 의사를 내동댕이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실험실을 찾아주고 한 달 동안 문을 잠가두세요.”두 명의 경호원은 의사가 용서를 빌자 그의 입을 틀어막고 그를 끌고 갔다.도예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방찬의 사람이에요, 방찬이 위험한 사람이란 건 당신이 말해줬잖아요. 그를 건드리면 방찬이 당신을 귀찮게 할 거예요”“전 그 사람이 오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에요. 그를 상대할 방법은 많아요.”현석의 눈빛이 달라졌다.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오랜 세월 동안 극복할 수 없었던 트라우마였다.그러나 강남천은 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에게 손을 대려고 했고 그는 그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강남천이 다시 성남시로 돌아온다면 이기지 못할 싸움에 자신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예나는 그의 매서운 눈빛을 보고는 속삭였다.“강 선생님,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만약 그가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현석의 마음은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그는 마침내 심란함 속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그는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갑시다, 먼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우선 검사부터 해요.”예나는 손목시계를 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시간이 늦었어요.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요. 우선 애들을 데리러 갔다 가요.”“내 차에 타요.”현석은 차 문을 열었다.예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전 제 차를 들고 왔어요, 제 차를 타면 돼요…….”“타세요.” 현석의 말투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당신은 방금 뭔지 모를 약을 맞고 오랫동안 의식을 잃었어요. 그 상태로 운전하기엔 너무 위험해요.”예나는 그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수긍하고 조수석에 앉았다.그녀는 자신의 성격도 비교적 강한 편이라 생각했기에 이렇게 권위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현석이 그녀에게 차에 타라 했을 때
도제훈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다가와 힘차게 소리쳤다.“엄마! 아빠!”도수아는 오빠를 따라 사랑스럽게 입을 열었다.“엄마, 아빠”강현석은 허리를 숙여 수아를 안았다.“오늘 유치원에서 아빠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수아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순수하고 맑게 웃었다.수아는 고개를 들고 작디작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엄마, 아파요?”예나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중요한 회의가 많아서 신경을 썼더니 머리가 좀 아프네, 자, 우선 차에 타자.”현석은 제훈과 수아를 뒷좌석에 태운 후, 두 아이에게 안전벨트를 꼼꼼히 채워주고 나서야 시동을 걸었다.제훈은 뒷좌석에 앉아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인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상하게도 예나에게서는 이상한 꽃 냄새가 진동했다.그는 예나의 목에 있는 스카프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엄마가 이때까지 한 번도 스카프를 쓴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엄마, 스카프가 너무 이뻐요.”예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자기 아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이가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에게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즉, 제훈은 이미 그녀 자신의 목에 있는 문신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다.‘사실 제훈이가 봤어도 상관없어, 근데 중요한 건 모든 일이 너무 이상하다는 거야. 하물며 나 자신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니까…….’“제훈이도 이 스카프가 이쁘다고 생각해?”현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가 엄마한테 선물해 준 거야, 엄마는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고, 제훈아 네가 객관적으로 봤을 땐 어때? 이 스카프가 엄마를 더 예뻐 보이게 하지 않아?”제훈은 스카프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수아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예쁘다, 너무 예뻐!”예나는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마음에 들면 이 스카프 우리 수아 줄까?”수아는 손을 저었다.“이건 아빠가 엄마한테 준 선물이잖아요, 안 가져도 돼요…….”현석의 입
“엄마, 전 엄마가 해준 닭강정이 먹고 싶어요, 갈치조림도 먹고 싶어요. 엄마가 만든 건 뭐든 다 먹고싶어요!”강세윤은 도예나의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이 말을 들은 강현석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딱딱하게 말했다.“엄마는 오늘 쉬어야 해.”아이는 고개를 들어 갸우뚱거리며 물었다.“왜요?”“이유는 없어.”현석은 단호하게 말했다.“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먹을래 아니면 아빠가 만든 요리를 먹을래?”세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아빠 너무해, 다 자기 마음대로야. 아빠 미워!”‘그러나 아버지가 내뿜는 아우리는 정말 무서웠다. 만약 그가 억지를 부리며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려 한다면 아빠는 화를 내며 날 혼냈을까?’녀석은 아버지와 격렬한 신경전을 벌인 뒤 체념한 듯 말했다.“그럼 요리사 아저씨가 해주는 음식 먹을래요…….”예나는 허리를 숙여 웃으며 세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 엄마가 회의를 많이 해서 좀 피곤해, 오늘은 좀 쉬고 내일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엄마, 피곤해?”세윤은 눈을 크게 뜨고 예나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방안으로 끌고 갔다.세윤은 그녀의 뒤에 서서 있는 힘껏 마사지해 주었다.도제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랐다…….강세훈은 조용히 말했다.“엄마, 아니면 의사를 불러서 진찰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예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픈 것도 아닌데, 의사를 부를 필요는 없어, 많이 좋아졌어.”“엄마, 죄송해요…….”세윤은 자책하며 말했다.“전 그것도 모르고……, 안아달라 하지 말고 밥해달라고 떼쓰지 말 걸. 제가 너무 철이 없었죠…….”제훈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이제야 그걸 안 거야?”세훈은 한심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앞으로 엄마한테 계속 안아달라고 조르지 마. 클 만큼 컸잖아.”세윤은 억울함에 눈시울을 붉혔다.‘그는 정말 철이 없는 걸까……?’예나는 손을 뻗어 세윤을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네 엄마야,
‘애들이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차이가 클 줄은 몰랐지…….’도예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웃겼다.그녀는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집에서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으면 아빠랑 엄마가 조금 있다가 돌아올 게, 괜찮지?”도제훈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수아를 잘 돌보고 있을게요.”강세훈은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동생들을 데리고 잘 놀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세윤은 손을 흔들었다.“엄마 다녀오세요, 수아랑 피아노 치고 있을게요!”아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제훈의 기분이 괜찮아진 것을 본 후에야 예나의 마음은 조금 놓였다.그녀는 현석을 따라 차에 올라탔고 그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말했다.“고마워요.”“뭘 걱정하는지 알아요.”현석이 차를 몰며 말했다.“제훈이는 아이 중 가장 성숙한 것 같아요, 그 아이는 착하고 똑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요. 그리고 그 아이의 마음속엔 당신과 수아밖에 없어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이제 겨우 만으로 네 살이 된 아이에게 좋은 일은 아니잖아요.”예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모두 제 잘못이에요, 제가 소홀한 거죠. 만약 내가 정말 강한 엄마였다면 제훈이는 이렇게 일찍 철이 들지 않아도 되었을 건데…….”“당신 탓이 아니라 내 잘못이에요…….”현석은 목소리를 낮췄다.“만약 내가 일찍이 제훈이와 수아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세 사람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이때 그들은 갓길에 차를 댔다. 그가 예나를 슬쩍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 빛이 그녀의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예나는 순간 긴장을 하였다.그녀는 간신히 잡고 있던 끈을 놓칠까 봐 감히 그의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꽉 쥔 후 대화 화제를 돌렸다.“맞아, 어젯밤에 당신에게 말한 애들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현석은 시동을 걸어 운전대를 잡고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