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6화

그녀의 부드럽고 맑은 향기가 갑자기 멀어지자, 마음이 텅 빈 듯 실의에 빠진 강현석이 손을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 손에 안 발랐어요.”

도예나는 그가 들어올린 오른손을 바라보며 눈꺼풀을 늘어뜨렸다.

“그냥 스스로 바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요리를 해야 하니까…….”

당황하여 얼굴을 돌린 그녀는 식칼을 들고 마구 채소를 썰었고, 그 모습을 본 강현석은 입꼬리를 올려 낮은 웃음을 지었다.

원래 쓸쓸하고 적막한 분위기를 풍기며 뼛속까지 성숙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던 그녀가 처음으로 소녀처럼 허둥대는 모습…….

그의 웃음소리가 도예나의 귀에도 선명하게 전해졌다. 주방 환풍기 소리가 이렇게 큰 데도, 채소를 써는 소리가 이렇게 큰 데도 그 웃음소리가 크게 전해지는 듯했다.

도예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약간 괴로웠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영문 모를 감정을 억누르며 일부러 침착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에 저에게 이 변호사를 추천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더라구요.”

그녀는 화제를 돌린 후에야 비로소 당황했던 마음을 평온하게 돌릴 수 있었다.

“전에 이 변호사님께서 방송에 출연하신 걸 본 적 있어요. 얼마나 대단하시던지, 직접 얘기를 나눠 보니까 방송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시더라구요…….”

그 이야기를 듣는 강현석의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다.

이 여자가 그의 앞에서 다른 남자의 칭찬을 끊임없이 하는 게, 어째서 이렇게 불편한 걸까?

“여효는 입만 살았지 다른 건… 쯧쯧쯧.”

그가 누가 들어도 비꼬는 듯한 소리를 내자, 도예나가 그를 힐끗 보았다.

“대표님과 이 변호사님은 동창이잖아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그 친구가 뻔뻔스럽게 우리 집에서 2년을 살았어요. 차마 쫓아낼 수가 없었죠.”

강현석이 차갑게 입을 열며 말했다. 그는 원래 전혀 뒤에서 다른 사람을 흉보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도예나가 여효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걸 듣고 참지 못한 것이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유치하다고 느꼈지만, 통제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