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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그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미뤘던 건 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예나가 말을 꺼낸 이상 그는 반드시 입을 열어야 했다.

"세훈이와 세윤이의 친모가 바로 도설혜입니다."

강현석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도예나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비록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직접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더없이 가라앉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

"어쩐지 세윤이가 나를 엄청나게 따르더니 내가 큰이모라서 그랬던 거였군요. 아이들도 모두 사촌이니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요."

그녀는 애써 가볍게 말했다.

그러나 강현석은 그녀의 말에서 조금의 풍자를 느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

"5년 전 그날, 저는 손동원때문에 인사불성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한 여자와 한방을 쓰게 되었고 저는 도설혜와 기억에도 없는 하룻밤을 보냈어요. 그날 이후로 도설혜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도설혜는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사려졌지요. 그런데 8개월 후 두 아이를 안고 별장 앞으로 찾아왔어요. 저는 그제야 제게 두 아들이 생겼다는걸 알았고요......."

몇 마디 말이었지만 그는 5년 전의 일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냈다.

도예나는 자기 심장이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그가 뱉은 매 한마디 말이 사슬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그 질식감은 천천히 온몸으로 퍼져갔다.

그녀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5년 전의 그날 밤에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몰랐다.

도설혜와 이 남자의 과거가 그녀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저한테 이런 말해 주실 필요 없어요."

도예나가 입을 열었다. 낮은 목소리에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

"제가 오늘 몸이 좀 불편해서요, 먼저 돌아가도 될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주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현석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손이 닿는 순간, 도예나는 강현석과 도설혜가 침대 위를 뒹굴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순식간에 속이 메슥거렸다.

그녀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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