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혜가 세훈이와 세윤이의 엄마라서 앞으로 강 씨 별장을 가지 않을 거예요?"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물었다.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다가 물었다."나는 도설혜의 아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정도로 배포가 크지 않아.""그래도 그들은 현석 삼촌 아들이잖아요."도제훈이 계속해서 말했다."엄마한테 현석 삼촌은 특별한 존재 아니에요?"도예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듯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특별할 게 뭐 있어? 그냥 파트너일 뿐이지."도제훈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손의 물기를 닦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온 친자 확인 보고서였다.그는 말없이 이메일을 열고 마지막 한 줄로 시선을 돌렸다.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수아가 자꾸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는데 엄마는 현석 삼촌이랑 잘해볼 생각 없어요? 수아가 정식으로 삼촌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요."도예나가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제훈아,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거야?"그녀는 강현석에게 조금이나마 호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으나, 아이에게 아버지를 만들어주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제훈아, 나는 너희들에게 새아버지를 만들어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도예나가 강조해서 말했다."수아는 너무 어려서 아빠라는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 내가 잘 설명해주면 이해할 거야."도제훈이 핸드폰을 매만지며 말했다."만약 우리 친부가 나타나면요?"도예나의 심장이 또 철렁 내려앉았다.진톈건의 일을 꼭꼭 숨겨왔었다. 기사가 나도 몇 시간 안에 해결했으니 도제훈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그런데 도제훈이 이런 물음을 한다는건 어디서 들은 게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찾아와도 소용없어. 나는 너희들의 친부와 다시 합칠 생각이 없어. 만약 너와 수아가 정말 아버지가 필요하다면......."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어 한다면...... 그녀가 막아도
"강세윤 어린이 집에 있어요?"배달 아저씨가 도시락을 들고 별장 앞에 서서 외쳤다.강세윤이 허둥지둥 달려갔다."제가 강세윤이에요.""여기 도시락 받아 가세요."배달부는 도시락을 건네고 큰길에서 사라졌다.강세윤은 도시락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도시락을 열자 익숙한 향이 풍겨왔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아이고, 작은 도련님. 왜 또 울어요?"양 집사가 티슈를 뽑아 들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예나 이모가 보낸 도시락이네요. 닭볶음탕에, 제육볶음, 계란말이. 모두 도련님이 좋아하는 것들이네요. 울지 말고 따뜻할 때 빨리 먹어요......"강세윤이 훌쩍이며 말했다."예나 이모 정말 안 오나 봐요. 왜 갑자기 오지 않는 거예요? 이모가 보고 싶어요. 수아도 너무 보고 싶어요. 엉엉...... 양 집사님, 제가 뭘 잘못해서 예나 이모가 화난 걸까요?"양 집사도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것 같았다.이 일은 그 역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머리 아프던 차에 검은색 승용차가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강현석이 돌아왔다."작은 도련님, 사장님이 돌아왔어요, 이제 그만 뚝 그치세요."강세윤은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모습으로 강현석과 강세훈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았다.강세훈의 손에 들린 상자안에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핑크 장난감이 가득했다.......형이 수아에게 줄 선물을 산 모양이었다. 그런데 수아는 다시 이 집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강세훈이 선물을 들고 들어오며 인상을 쓴 채로 물었다."왜 울어?"강세윤이 울면 강세훈도 기분이 나빴다. 마치 쌍둥이의 텔레파시 같은 느낌이었다......."예나 이모랑 수아가 다시 오지 않을 거래!"강세윤이 강세훈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아빠가 예나 이모를 화나게 해서 예나 이모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강세훈이 고개를 들어 함께 돌아온 강현석을 바라보았다.강현석은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현석이 말했다."그만 울어, 내가 전화 걸어볼게
강현석이 차가운 눈초리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냐!"강세윤의 기세가 꺾였다.그는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렸다."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강세훈이 인상을 썼다."아버지가 뭘 잘못했는데?"강현석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몹시 알고 싶었다.강세윤이 쳇-하고 소리를 냈다."몰라, 그냥 모두 아빠 탓이야. 그게 아니면 예나 이모가 갑자기 화내지 않았을 거야!"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 도시락을 우걱우걱 입에 넣었다."음, 맛있어! 너무 맛있어! 예나 이모가 만든 닭볶음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그는 닭고기를 입안 가득 넣으며 우물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았다.강세훈은 편식하는 강세윤의 모습만 봐왔었다.그런데 맛있게 먹는 그 모습에 닭볶음탕의 맛이 궁금해졌다.......자신의 도시락에 눈독을 들인 걸 알아차린 강세윤이 다급하게 도시락을 품에 안고 말했다."형! 이건 예나 이모가 나를 위해 해준 도시락이에요! 나 혼자 먹을 거라고요! 절대 뺏으면 안 돼요. 그러게 왜 이 며칠 동안 집을 비웠어요. 예나 이모 음식을 못 먹은걸 후회할 거예요.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요. 우리 집 셰프들이 한 것보다 백배 맛있어요.......""......"주방의 셰프들과 강세훈은 할 말을 잃었다.주방에는 강세윤이 닭볶음탕을 먹는 소리만 퍼졌다.......강현석이 입술을 매만졌다.도예나의 요리 실력은 정말 인정할 수 있었다.그녀의 요리를 먹고 나니 다른 셰프들이 한 음식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강세윤도 식탐을 부렸다."사장님, 이건 오늘 경매장에서 구매한 조선시대 옥기입니다. 언제 호주로 보낼까요?"양 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사모님께서 조선시대 물건을 가장 좋아하시니 이 옥기를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강세훈이 고개를 돌렸다."올해도 할머니는 호주에서 생일을 보내시나요?""할머니 올해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생일 보낸다고 하셨어요."강세훈은 닭 다리 하나를 뜯으며 우물
호주 국제 연주 홀.이건 도설혜가 해외에서의 마지막 투어였다.검은색 실크에 진주 보석이 박힌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조명 아래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무대에서 그녀는 등을 곧게 펴고, 길쭉한 손가락으로 거침없이 건반을 두드렸다.모든 관중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고, 그녀는 마치 이곳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연주가 끝나고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도설혜가 몸을 일으켜 환호 소리에 허리 굽혀 감사를 표했다.고개를 들자 자신을 향한 강한 시선이 느껴졌다.시선을 따라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강 부인, 강현석의 모친. 지금까지 세 번째 만남이었다.첫 번째는 강세훈과 강현석의 백일잔치였고 두 번째는 아이들의 첫돌 생일이었다.생각해보니 벌써 3년 동안 강 부인을 만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런 해외 연회장에서 그녀를 만날 줄이야.......도설혜는 황급히 자신이 무대에서 실수한 게 없는지 되짚어보았다.실수한 게 없이 완벽했다. 강 부인도 문제 삼을 것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려 강 부인을 향해 웃어 보였다."어머님, 저기 젊은 여성 피아니스트를 아세요?"캐서린이 호기심을 못 참고 물었다.강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아까까지도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는데 나를 향해 웃어 보이는 모습에 생각이 났다. 바로 내 두 손자의 친모이구나."캐서린이 멈칫했다."저 여성분 기품도 있으시고 아주 아름다우세요."강 부인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예쁘긴 예쁜 얼굴이었다. 그러니 강세훈과 강세윤의 이목구비도 뚜렷한 것이겠지.다만 가문이 조금 아쉬웠었다. 강 부인은 이익을 추구하는 편이었고 저런 사람은 강씨 가문의 사모님을 맡기에는 부족했다.그러나 저 여자가 강세훈과 강세윤의 친모라는 이유로 순리롭게 강현석과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그때 아무리 강현석을 달래도 강현석은 도설혜와 결혼하기를 거부했었다.......연주회가 끝나고 도설혜가 강 부인은 대기실로 초대했다. 캐서린이 강 부인을
"저도 한국으로 돌아가 멋진 풍경 구경하고 싶지만 요즘 너무 바빠서 성남시로 직접 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캐서린이 미안한 표정을 담아 말했다."그래도 제 심리 상담 센터가 곧 성남시에도 설립될 예정이라 때 되면 어머님이랑 현석이 오빠랑 함께 식사할 수 있을 거예요."도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님? 현석이 오빠?이 여자는 왜 강 부인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인 거지? 그리고 강현석과도 가깝게 지내는 듯 싶고.대체 누구지?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말없이 캐서린을 훑어보았다."성남시에 오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성남시에 유명한 곳을 잘 알아요. 남산 같은 경우에 세훈이와 세윤이를 데리고 자주 가서 익숙한 곳이죠......."그녀는 일부로 두 아이를 언급했다. 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다.캐서린의 두 눈이 빛이 났다."맞아요. 성남시에는 세훈이와 세윤이도 있겠네요. 매일 어머님께서 두 아이 말을 건네 들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빨리 상담 센터를 성남시에 옮겨가면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을 텐데!"도설혜는 억지 미소를 지었다."세훈이가 조금 낯을 가려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괜찮아요. 당신이 세훈이 엄마잖아요. 저랑 좋은 친구가 되면 세훈이도 저를 받아들이지 않을까요?"캐서린이 자연스레 도설혜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그 모습에 도설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 여자는 자신이 강현석의 두 아이를 낳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데도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하는 건 강현석에게 다른 마음이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그녀는 드디어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성남시로 돌아오면 제가 세훈이 세윤이 데리고 공항으로 갈게요."강 부인이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피아노는 언제부터 배운 거니?"도설혜가 천천히 고민하며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10년 배우긴 했어요. 그 후에 회사에서 일하면서 피아노는 잠시 접었다가 요즘 일이 생겨서 도 씨 그룹 이사회에서 나오다 보니 여유가 생겨 다시 피아노를
도예나의 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울타리 밖의 양 집사와 그의 옆에 앉아 입구를 지키는 강세윤이 보였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다가 차에서 내렸다."예나 이모......."강세윤이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가갈지 말지 두발을 망설였다. 촉촉이 젖은 두 눈도 아주 조심스러웠다.매번 만날 때마다 아이는 그녀의 품으로 돌진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감히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녀가 행여나 화를 낼 가봐.......도예나는 가슴이 따끔했다. 가슴부터 전해진 고통이 온몸으로 펴졌다."강세윤, 너 왜......."말을 꺼내자마자 강세윤이 말을 잘랐다."예나 이모, 저 세윤이라고 부르면 안 돼요......."그는 애원하고 있었다.도예나의 심장은 돌이 아니었고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을 고쳤다."세윤아, 이렇게 늦게까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보고 싶어서......."강세윤은 말을 시작하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펑펑 솟아냈다."예나 이모, 저를 때려도 되고 욕해도 되니까 제발 저를 버리지 마세요......."그는 눈물을 참는 법을 몰랐지만 애써 눈물을 삼켰다.차 안의 수아는 조금 당황해서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 수아는 강세윤에게 다가가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수아야......."강세윤이 수아의 손을 잡았다. 축 처졌던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돌았다."돌아가서 세수부터 하자."도예나가 강세윤의 손을 잡아끌었다."집으로 돌아가자."강세윤은 도예나와 맞잡은 손을 보며 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예전의 예나 이모는 자신에게 얼마나 친절했는가.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제가 세윤이 세수시킬게요."도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세윤은 온몸으로 거절했다. 그러자 도제훈이 강세윤의 귀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우리 엄마가 너희 집에 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강세윤이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예나 이모, 세윤이와 세수하러 갈게요."도예나는 눈물 젖은 강세윤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또한 그녀도 잠시 혼자
"집, 집으로 가요."강세윤이 차에 올라타서 공허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도예나가 주방에서 나와 강세윤을 찾았지만 그가 보이지 않았다."세윤이는?""돌아갔어요."도제훈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도예나가 인상을 찌푸렸다.세윤이처럼 애교 많은 애가 여기까지 온 이상 쉽게 돌아가지 않을 텐데?그녀가 얌전히 앉아있는 아들에게 물었다."세윤이한테 무슨 말이라도 한 거야?""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에요."도제훈이 입술을 매만졌다."계속 이유를 묻더라고요. 엄마가 매몰차게 버린 것처럼. 분명히 태어나길 잘못 태어난 문제인데."도예나가 침묵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동생이랑 놀고 있어. 나는 밥 하러 갈게."도로를 달리던 차는 20분도 되지 않아 강 씨 별장에 도착했다.강세윤이 차 문을 박차고 빠르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양 집사도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언제나 늦게까지 거실에서 문서를 보던 강세훈이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형, 예성과학기술회사 해킹한 적 있어?"강세윤이 걸어와 다짜고짜 따졌다.강세훈은 손에 쥔 문서를 내려놓고 침착하게 물었다."누가 그래?""대답해! 정말 그랬냐고?"강세윤이 강세훈을 노려보았다.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가 강세훈을 향했다.강세훈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그래, 그런데 이건 왜 묻는 거야?""역시 그랬던 거야. 도제훈이 나를 속이지 않았어!"강세윤이 또 울컥했다."형이 예성과학기술회사를 해킹해서, 그리고 형이 예나 이모한테 적대감을 보여서 예나 이모가 나까지 미워하는 거야! 형, 예나 이모가 아무리 싫어도 왜 회사까지 해킹했던 거야? 도대체 왜!"강세훈이 입술을 매만졌다.그는 도예나의 회사 내역이 궁금해져 몰래 해킹해서 들어가 본 게 다였다. 악의를 품고 해킹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러한 나쁜 결과를 초래한 건 그의 잘못이 맞았다.그리고 허술한 계약서로 도예나를 속이려고 한 것도.도예나에게 적대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그러니 강세윤이 지금 그를
"왜 다투고 있는 거냐?"강현석이 미간을 누르며 소파에 앉았다.강세윤이 금세 고자질했다."아버지, 왜 예나 이모가 다시 우리 집에 오지 않는지 알아요? 그게 바로 형이 예나 이모 회사를 해킹했었고 형이 수아를 다치게 할까 봐 다시 오지 않는 거래요!"강현석이 인상을 찌푸렸다.강세훈이 예성과학기술회사를 해킹한 일은 벌써 한 달 전의 일이었다. 알아도 한참 전에 알았던 일을 갑자기 이제 와서 화내지는 않을 것이다.그게 아니면 정말 손동원의 말대로 질투를 하는 것이겠지.그녀는 그에게 관심이 있고 그래서 그와 도설혜의 관계가 신경이 쓰일 것이다.그러나 며칠 동안 너무 바빴던 탓에 그는 이 일에 마음을 두지 못했다. 이젠 일을 모두 끝마쳤으니 천천히 다시 고민해봐야 했다.내일은 A-F 프로젝트 3차 심사 회의이니 그 여자에게 어떻게 다시 말을 꺼낼지 잘 생각해봐야 했다......."왜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강세윤이 다가와 강현석의 팔을 잡아당겼다."이 일은 네 형이랑 상관이 없어."강현석이 덤덤하게 말했다."할머니 생신이 곧 다가오니 할머니 생신 선물이나 잘 준비하거라."말을 마친 후 그가 2층으로 휘적휘적 올라갔다.강세윤이 주먹을 쥐고 큰소리로 물었다."아빠, 저도 형처럼 회사 운영하고 싶어요."강현석이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길로 작은아들을 바라보았다."경영학 수업을 마치면 그때 작은 회사를 맡길게.""네, 아빠. 열심히 할게요."강세윤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마치 맹세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강현석이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는 늘 언제 강세윤이 강세훈처럼 철이 들까 생각했었다.그런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강현석은 서재로 돌아가 처리하지 못한 문서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강 씨 그룹 계열사 목록을 확인했다.강 씨 그룹이 건립되고 반세기가 지났다. 계열사 개수만 백개가 넘었고 각종 분야를 모두 섭렵했다.모든 계열사가 고도로 발전되고 있었고 이는 재무 내역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었다.그러나 강현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