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집사는 여러 번이나 입을 벙긋거렸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몰랐다.도예나는 채소를 씻으며 말했다."도설혜가 친모인데 이렇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도련님은 아직 나이가 어리셔서 친모가 무슨 뜻인지 모를 거예요."양 집사가 해석했다."작은 도련님은 어렸을 때부터 도설혜씨를 따르지 않았어요. 철이 들고 나서는 어머니라는 말도 하기 싫어했었죠. 큰 도련님은 그렇게 티가 나게 싫어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많이 어색했습니다......."도예나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세훈이는 주장이 강한 아이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도설혜를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겠네요.""큰 도련님은 도설혜씨에게 잘 해드리는 편이었습니다. 매년 도설혜씨에게 각종 선물을 사주었는데 이 별장 2층에는 큰 도련님이 도설혜씨에게 사준 가방과 신발로 꽉 찬 방이 있었습니다."여기까지 말하던 양 집사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저번 일로 화가 난 사장님께서 방 안의 모든 물건을 내다 버리시라고 하셔서......."양 집사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말이 많아졌다. 강세훈과 도설혜의 일도 스스럼없이 말을 꺼냈다. 도예나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강세훈은 자신의 어머니인 도설혜를 많이 아꼈다.그렇지 않다면 일부러 도예나에게 함정을 파지도 않았겠지.이렇게 모든 힘을 들여 그녀에게 함정을 파놓았는데 앞으로 이 화살이 제훈이와 수아를 향할 수도 있지 않을까?도예나가 채소를 다듬던 손을 멈추었다.요리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조금도 이어갈 수가 없었다.바로 그때, 집 문 앞에 한 대의 차가 들어섰다. 양 집사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사장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그는 주방의 다른 셰프들에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각자 일 보세요."주방은 도예나와 사장님을 위해 비워두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되었다.그는 사장님이 도예나를 향한 마음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처음으로 여자에게 이토록 많은 관심과 인내심
그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하루하루 미뤘던 건 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도예나가 말을 꺼낸 이상 그는 반드시 입을 열어야 했다."세훈이와 세윤이의 친모가 바로 도설혜입니다."강현석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도예나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비록 알고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직접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더없이 가라앉았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어쩐지 세윤이가 나를 엄청나게 따르더니 내가 큰이모라서 그랬던 거였군요. 아이들도 모두 사촌이니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요."그녀는 애써 가볍게 말했다.그러나 강현석은 그녀의 말에서 조금의 풍자를 느꼈다.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했다."5년 전 그날, 저는 손동원때문에 인사불성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한 여자와 한방을 쓰게 되었고 저는 도설혜와 기억에도 없는 하룻밤을 보냈어요. 그날 이후로 도설혜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도설혜는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사려졌지요. 그런데 8개월 후 두 아이를 안고 별장 앞으로 찾아왔어요. 저는 그제야 제게 두 아들이 생겼다는걸 알았고요......."몇 마디 말이었지만 그는 5년 전의 일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냈다.도예나는 자기 심장이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그가 뱉은 매 한마디 말이 사슬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옥죄어왔다. 그 질식감은 천천히 온몸으로 퍼져갔다.그녀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5년 전의 그날 밤에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몰랐다.도설혜와 이 남자의 과거가 그녀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저한테 이런 말해 주실 필요 없어요."도예나가 입을 열었다. 낮은 목소리에 감정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제가 오늘 몸이 좀 불편해서요, 먼저 돌아가도 될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주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강현석이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손이 닿는 순간, 도예나는 강현석과 도설혜가 침대 위를 뒹굴던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순식간에 속이 메슥거렸다.그녀는 온
강세윤은 바닥에 앉아 두 눈을 반짝였다.그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도예나가 자신을 다시 안아줄 것이라 믿었다.그런데 도예나는 이런 그를 보며 점점 뒷걸음질 했다.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에 일찍 죽어버린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태여나자마자 죽어버린 아이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이었고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이었다.......도설혜의 아들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왜 그의 아들은 죽어야 했는가?왜 도설혜의 아들은 존귀한 강씨 가문 도련님이 되었는데 그의 아들은 이 세상을 볼 기회도 없었는가?그리고 그녀는 지금 뭘 하고 있는가?도설혜의 아들을 위해 저녁밥을 차리고 있었다! 그녀는 도설혜의 아들을 마치 제 아들인 것처럼 아꼈다!죽은 두 아이를 볼 얼굴이 없었다!도설혜만 아니었다면 두 아이가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도예나의 눈가가 붉어지고 눈물이 고여왔다."예나 이모 왜 그래요?"강세윤이 다급하게 바닥에서 일어나 도예나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감았던 눈을 다시 뜨자 세상이 밝게 보였다.그녀는 강세윤의 손을 뿌리치고 덤덤히 말했다."강세윤, 앞으로 이모가 다시 밥을 해주지 못할 것 같아."강세윤이 그 자리에 굳었다."왜요?""일이 너무 바빠서 그래. 밥을 해서 배달시켜 줄게."도예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제훈아, 수아야. 집에 돌아가자."도제훈이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가 어두워진 걸 느꼈으나 그는 말없이 동생의 손을 잡고 도예나에게 걸어갔다.수아의 손에는 핑크 토끼 인형이 들려있었다. 이는 강현석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도수아는 인형을 손에 쥐고 얌전히 오빠를 따라 차에 올랐다.......차가 별장 앞에서 사라지자......."엉엉-"강세윤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빨간 눈으로 강현석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다 아빠 탓이에요! 아빠가 예나 이모를 화나게 해서 그냥 가버린거라고요!""예나 이모가 세윤이라고 불러주지 않았어요! 저를 강세윤이라고 불렀다고요! 예나 이모
강현석의 얼굴이 더없이 차가웠다.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굳게 닫은 모습에서 그의 기분도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양 집사는 이런 그의 얼굴에서 어쩔 줄 모르는 당혹감을 읽어냈다.당혹감?사장님도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예상하지 못한 걸까?그게 아니라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예상했으나 해결 방법을 모르는 걸까?양 집사가 턱을 긁적거리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한숨을 내쉬었다.여자를 달래는 방법을 그가 알 리 없었다. 그걸 알았다면 십몇년을 홀로 지내지 않았겠지.......웅웅-그때, 강현석의 전화가 울렸다.수신자는 손동원이었다.그가 전화를 거는 이유는 무조건 술자리에 참석하라는 것뿐이었다. 전화를 끊으려다가 그가 잠시 멈칫했다.손동원, 손 도련님, 성남시의 소문난 카사노바. 세날에 한번 여자 친구를 바꾸는 그가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것이다.강현석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별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반 시간 후, 강현석이 ROCK 바에 도착했다. 손동원과 이민성은 이미 술을 몇잔 마신 모습이었다."현석아, 웬일로 네가 모임에 다 나오고, 영광이야."손동원이 그에게 술을 건넸다.강현석이 술을 받아쥐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는 굳은 얼굴로 벌컥벌컥 술을 비웠다. 그리고 빈 잔을 손동원에게 건네 술을 부으라고 했다."표정은 어둡지만 볼은 발그레 한 게 딱 보니 여자 문제로 온 것이구먼!"강현석이 그를 노려봤다."닥쳐!""에이, 다 친구끼리 못 할 말이 뭐 있어."손동원이 자연스레 그의 옆에 앉아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내가 한번 맞춰볼게. 혹시 도예나 그 여자 때문인가?"도예나라는 이름에 이민성도 관심을 보였다."현석아, 도예나 씨가 보낸 프로젝트 기획서를 봤는데 진짜 대박이야. 우리 그룹 직원들도 깜짝 놀랐어. 그 새로 만든 프로그래밍 공식 있잖아, 진짜 대단해......"이민성이 그녀의 칭찬을 늘여놨다.강현성은 왠지 자부심이 들었고 굳은 표정도 조금 풀어졌다."쯧!"손동원이 그의 표정
손동원이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슬며시 입꼬리를 올린 그가 입을 열었다."너도 참 한심하다, 한심해. 멀쩡히 잘 지내다가 왜 아이들 친모 이야기를 꺼내고 그래? 세상에 그 어떤 여자도 과거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 할 거야. 더구나 너흰 아이도 둘이 있으니 자꾸 떠오르고 싶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게 되겠지......."강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자들은 과거에 대해서 듣고 싶지 않아 하는데?"손동원이 콧방귀를 뀌었다."여자가 남자를 사랑할수록 과거의 인연에 대해 집착하게 돼. 과거의 연인을 거론하면 자꾸 마음에 그 여자를 담아두고 있는 줄 알고 질투하게 되지. 질투하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지고......."강현석이 고개를 들었다."그 말은 그 사람도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말이지?""당연하지. 관심이 없는데 왜 화를 내겠어?"손동원이 그를 흘겨보았다."현석아, 내가 하는 말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네 조건이면 황실의 공주도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도예나 같은 여자한테 이렇게 쩔쩔매는 거냐?"이민성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그래도 도예나 씨는 성남시 최고 미녀잖아......."손동원이 반박했다."미녀는 무슨, 아주 그냥 무서운 사람이야. 만약 현석이랑 잘된다면 나는 앞으로 현석이네 집 문 앞도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할 거야......."이민성과 손동원이 수다를 떨었다.술잔을 쥔 강현석의 표정이 점점 풀어졌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내키는 대로 반찬 세 개와 국 하나를 만들었다.수아는 그릇에 머리를 파묻고 밥을 먹었지만 도제훈은 도예나의 눈치를 살폈다.밥을 먹고 나서 도수아는 피아노를 연습하러 갔지만 도제훈은 그녀를 따라 주방으로 돌아갔다."엄마, 제가 설거지할게요."그 말에 도예나는 싱크대에서 비켜서서 식탁을 닦으러 갔다.도제훈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다."엄마, 오늘 왜 갑자기 별장에서 나왔는지 이유 물어봐도 돼요?"도예나의 손이 멈추어 섰다.
"도설혜가 세훈이와 세윤이의 엄마라서 앞으로 강 씨 별장을 가지 않을 거예요?"도제훈이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물었다.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다가 물었다."나는 도설혜의 아들에게 친절하게 대할 정도로 배포가 크지 않아.""그래도 그들은 현석 삼촌 아들이잖아요."도제훈이 계속해서 말했다."엄마한테 현석 삼촌은 특별한 존재 아니에요?"도예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듯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특별할 게 뭐 있어? 그냥 파트너일 뿐이지."도제훈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손의 물기를 닦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온 친자 확인 보고서였다.그는 말없이 이메일을 열고 마지막 한 줄로 시선을 돌렸다.예상했던 결과였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수아가 자꾸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는데 엄마는 현석 삼촌이랑 잘해볼 생각 없어요? 수아가 정식으로 삼촌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요."도예나가 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제훈아,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거야?"그녀는 강현석에게 조금이나마 호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으나, 아이에게 아버지를 만들어주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제훈아, 나는 너희들에게 새아버지를 만들어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도예나가 강조해서 말했다."수아는 너무 어려서 아빠라는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 내가 잘 설명해주면 이해할 거야."도제훈이 핸드폰을 매만지며 말했다."만약 우리 친부가 나타나면요?"도예나의 심장이 또 철렁 내려앉았다.진톈건의 일을 꼭꼭 숨겨왔었다. 기사가 나도 몇 시간 안에 해결했으니 도제훈이 모르는 게 당연했다.그런데 도제훈이 이런 물음을 한다는건 어디서 들은 게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찾아와도 소용없어. 나는 너희들의 친부와 다시 합칠 생각이 없어. 만약 너와 수아가 정말 아버지가 필요하다면......."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어 한다면...... 그녀가 막아도
"강세윤 어린이 집에 있어요?"배달 아저씨가 도시락을 들고 별장 앞에 서서 외쳤다.강세윤이 허둥지둥 달려갔다."제가 강세윤이에요.""여기 도시락 받아 가세요."배달부는 도시락을 건네고 큰길에서 사라졌다.강세윤은 도시락을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도시락을 열자 익숙한 향이 풍겨왔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렀다."아이고, 작은 도련님. 왜 또 울어요?"양 집사가 티슈를 뽑아 들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예나 이모가 보낸 도시락이네요. 닭볶음탕에, 제육볶음, 계란말이. 모두 도련님이 좋아하는 것들이네요. 울지 말고 따뜻할 때 빨리 먹어요......"강세윤이 훌쩍이며 말했다."예나 이모 정말 안 오나 봐요. 왜 갑자기 오지 않는 거예요? 이모가 보고 싶어요. 수아도 너무 보고 싶어요. 엉엉...... 양 집사님, 제가 뭘 잘못해서 예나 이모가 화난 걸까요?"양 집사도 머리가 지끈거려 죽을 것 같았다.이 일은 그 역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머리 아프던 차에 검은색 승용차가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강현석이 돌아왔다."작은 도련님, 사장님이 돌아왔어요, 이제 그만 뚝 그치세요."강세윤은 눈물이 그렁그렁 달린 모습으로 강현석과 강세훈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았다.강세훈의 손에 들린 상자안에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핑크 장난감이 가득했다.......형이 수아에게 줄 선물을 산 모양이었다. 그런데 수아는 다시 이 집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강세훈이 선물을 들고 들어오며 인상을 쓴 채로 물었다."왜 울어?"강세윤이 울면 강세훈도 기분이 나빴다. 마치 쌍둥이의 텔레파시 같은 느낌이었다......."예나 이모랑 수아가 다시 오지 않을 거래!"강세윤이 강세훈의 목을 끌어안고 울었다."아빠가 예나 이모를 화나게 해서 예나 이모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했어......."강세훈이 고개를 들어 함께 돌아온 강현석을 바라보았다.강현석은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강현석이 말했다."그만 울어, 내가 전화 걸어볼게
강현석이 차가운 눈초리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냐!"강세윤의 기세가 꺾였다.그는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렸다."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강세훈이 인상을 썼다."아버지가 뭘 잘못했는데?"강현석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몹시 알고 싶었다.강세윤이 쳇-하고 소리를 냈다."몰라, 그냥 모두 아빠 탓이야. 그게 아니면 예나 이모가 갑자기 화내지 않았을 거야!"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식탁으로 돌아가 도시락을 우걱우걱 입에 넣었다."음, 맛있어! 너무 맛있어! 예나 이모가 만든 닭볶음탕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그는 닭고기를 입안 가득 넣으며 우물거렸다. 그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았다.강세훈은 편식하는 강세윤의 모습만 봐왔었다.그런데 맛있게 먹는 그 모습에 닭볶음탕의 맛이 궁금해졌다.......자신의 도시락에 눈독을 들인 걸 알아차린 강세윤이 다급하게 도시락을 품에 안고 말했다."형! 이건 예나 이모가 나를 위해 해준 도시락이에요! 나 혼자 먹을 거라고요! 절대 뺏으면 안 돼요. 그러게 왜 이 며칠 동안 집을 비웠어요. 예나 이모 음식을 못 먹은걸 후회할 거예요. 진짜 너무너무 맛있어요. 우리 집 셰프들이 한 것보다 백배 맛있어요.......""......"주방의 셰프들과 강세훈은 할 말을 잃었다.주방에는 강세윤이 닭볶음탕을 먹는 소리만 퍼졌다.......강현석이 입술을 매만졌다.도예나의 요리 실력은 정말 인정할 수 있었다.그녀의 요리를 먹고 나니 다른 셰프들이 한 음식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강세윤도 식탐을 부렸다."사장님, 이건 오늘 경매장에서 구매한 조선시대 옥기입니다. 언제 호주로 보낼까요?"양 집사가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사모님께서 조선시대 물건을 가장 좋아하시니 이 옥기를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강세훈이 고개를 돌렸다."올해도 할머니는 호주에서 생일을 보내시나요?""할머니 올해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생일 보낸다고 하셨어요."강세훈은 닭 다리 하나를 뜯으며 우물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