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화

온하나는 병원 근처 공원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때때로 변하는 차우빈에 태도를 짐작하고 싶지도,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옆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반은성이 다가와 옆에 앉았다.

“멀리서부터 하나 씨인 줄 알았어요.”

“반 선생님, 오늘 당직이세요?”

“네, 왜 여기 앉아 계세요?”

온하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날씨가 좋아서 여기 잠깐 앉았다가 아빠 보러 가려고요.”

“아버님 상태는 무척 안정적이고 간병인도 있으니까 걱정 없이 쉬셔도 돼요.”

반은성은 온대훈의 주치의로 그동안 온하나도 잘 챙겨주었다.

“반 선생님, 고마워요.”

“하나 씨, 우린 동료잖아요.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사실 아버님 같은 상황에서는 더 버틸 이유가 없어요.”

3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지내면서 전혀 미동이 없었고 인공호흡기와 영양 수액에 의존해 버티고 있었는데 여러 신체 기관은 이미 각기 다른 정도로 무너진 데다가 매달 생명 부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의 온대훈은 심장 박동만 살아있는 시체라고 할 수 있으며 깨어날 가능성은 아주 작았다.

이를 온하나도 알고 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온씨 집안에서 온대훈의 각별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나희경은 그녀가 학교 가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그녀는 더더욱 없었을 거다.

가족에 대한 이해와 아버지의 사랑을 알게 된 것도 모두 온대훈 덕분이었다. 양아버지는 외로웠던 그녀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고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려주었다.

“호의는 알지만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은 제가 능력이 있으니까 하루라도 더 버티고 싶어요.”

반은성은 온하나의 고집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모습은 3년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돈은 제가 마련할 테니 제발 우리 아빠 목숨만 살려주세요.”

평범한 한마디였지만 그녀는 단호하고 힘차게 말했고 가냘픈 아가씨의 눈에는 무시할 수 없는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도 반은성은 온하나를 볼 때마다 그날 밤 온하나의 단호하고 확신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