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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몫을 빠르게 먹어 치운 온하나가 그릇을 테이블 가운데로 밀었다.

“차 대표님, 만족하세요?”

차우빈은 그녀가 내민 그릇을 흘깃 쳐다보며 진지하게 평가했다.

“아직 국이 남았잖아. 샌드위치도 남기지 마. 원숭이처럼 말라서 차씨 가문에 너 먹일 돈이 없을까 봐? 아니면 기다렸다가 외할머니 생신에 일러 바치게?”

김혜숙은 심명희와 차우빈이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을 참지 못해 만날 때마다 온하나를 위해 나서줬다.

심지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면 전화를 걸어 온하나에게 자신의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하기도 했다.

온하나는 차우빈의 비꼬는 말을 듣고는 그를 향해 경멸하는 눈빛을 보낸 뒤 그릇을 들고 남은 제비집마저 다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눈앞에 남은 빵 반쪽을 집어 입에 넣고 일어나 가려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발신자가 할머니인 것을 본 온하나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 심호흡을 한 후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고 환한 목소리로 불렀다.

“할머니.”

차우빈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태도가 이렇게 확 바뀔 수가 있나.’

“하나야, 내일 일찍 오는 거 잊지 마. 오랜만이라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으니까 꼭 와.”

은근한 당부에는 따뜻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온하나는 김혜숙이 무슨 소식을 들었거나 뉴스를 봤기 때문에 그녀가 오지 않을까 봐 일부러 전화를 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직 이혼한 것도 아니고 설령 진짜 이혼을 한다고 해도 온하나는 갈 생각이었다. 김혜숙이 친손녀처럼 대해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온하나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가 더 깊어지며 부드럽게 상대를 다독였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일찍 갈게요.”

김혜숙은 그녀의 말에 기뻐서 몇 마디 당부를 덧붙였다.

전화를 끊고 차우빈의 어두운 표정을 매섭게 흘겨본 온하나는 자리를 떠났다.

병원에 도착한 온하나는 때마침 주차장에서 반은성과 마주쳤다.

“반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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