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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차우빈이 그녀를 특별하게 대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다. 다만 차우빈의 뼛속 깊이 남아있는 신사적인 면모로 여자에겐 손을 대지 않을 것이고 기껏해야 입으로만 모질고 독한 말을 내뱉는 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아래층 카페로 걸어갔고 온하나는 코에 시퍼렇게 멍이 든 정승호를 바라보며 차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오빠, 어제 오빠까지 끼어들게 해서 미안해. 근데 왜 갑자기 돌아왔어? 아직 방학하려면 한 달 남았잖아.”

정승호는 3년 동안 보지 못했던 눈앞의 소녀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개 같은 시간이 매정하고 무정하게 흘러가서 그가 떠난 사이 많은 사람의 운명을 소리 없이 바꿔놓았다.

그가 마음속에 소중히 여겼던 소녀는 그가 떠난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소중한 그녀를 차우빈은 무시하고 하찮게 대한다는 점이었다.

“오빠?”

온하나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불렀고 정신을 차린 정승호가 마른 입술을 축였다.

“아, 이미 공부를 끝내서 일찍 돌아왔어. 하나야, 이제부터는 내가 있으니까 혼자 짊어지지 말고 기분 안 좋으면...”

온하나는 그가 차우빈과의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결혼에 대해서도 줄곧 그에게 말할 기회가 없었다. 자신이 행복해지면 그와 만났을 때 그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젠 더 얘기하기 싫었다.

“오빠, 내 걱정은 하지 마. 힘든 시간도 이미 지나갔고 오빠 능력이면 좋은 일자리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 우리 다 잘될 거야.”

온하나의 담담한 미소에 정승호는 마음이 놓였다.

“난 이미 양진그룹에 입사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 아까 아저씨 뵈러 갔다가 반년 치 병원비 이미 냈어. 너무 너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

정승호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제 막 귀국해서 돈이 필요할 때잖아. 엄마한테 돈 있어. 내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승호가 입을 열었다.

“부담 갖지 마. 그 돈은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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