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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김혜숙도 어리석지 않았다. 마음에 들긴 했지만 받을 수는 없었다. 안 그러면 예쁘고 착한 손주며느리에게 미안했고 게다가 이 물건은 한눈에 봐도 비싸고 싸구려 장난감 따위가 아니었다.

“지원아, 혜각 스님께서 널 위해 준 거면 네가 이 물건과 인연이 있다는 뜻이니 가져가렴.”

온하나는 웃었다. 역시 김혜숙이다. 쉽게 매수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는 차우빈을 향해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여보, 제가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선물 가져와요.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그 말에 김혜숙은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

“우리 하나가 준비한 건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지.”

차우빈은 순간 당황했다. 그녀가 준비한 건 그녀 가방에 있지 않나?

그가 준비한 건 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그녀의 손에 건네지도 못했는데 이 여자가 지금 무슨 뜻인 걸까.

하지만 그녀가 원하니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남자의 돈으로 산 건 무척 불쾌했으니까.

게다가 온하나의 여보라는 말이 그의 마음에 잘 먹혀들어 갔다.

김혜숙은 온하나가 차우빈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는 차우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야 뭘 좀 아네.’

그는 느긋하게 코트 주머니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눈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빠르게 그를 쳐다보는 온하나의 눈엔 경멸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가자 차우빈이 멈칫했다.

‘싫으면서 왜 가져가, 이 여자가 진짜!’

그동안 온하나가 참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사람에게 매섭게 쏘아붙일 줄도 알았다.

온하나는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면서도 못 본 척하며 김혜숙에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얼마 전에 이 팔찌가 성해 경매에 나온다고 해서 우빈 씨한테 특별히 낙찰받으라고 시켰어요. 마음에 드시는지 한번 보세요.”

김혜숙은 팔찌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정말 예쁜 팔찌네. 내가 좋아하는 색이야. 너도 참,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엄청 비싼데.”

“할머니, 이건 값을 측정할 수가 없어요. 이 팔찌 누구 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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