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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직장에서 그녀는 능력도 뛰어나고 지식도 차고 넘치는 에이스였기에 이금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고 정작 이금주는 오래된 경력만 빼면 엉망이었다.

거실에 앉아있던 세 사람은 온하나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많은 친척 앞에서 늘 다소곳한 태도를 보이던 사람이 오늘은 단번에 무시하자 기분이 여간 언짢은 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온하나가 못마땅했다.

온하나가 가만히 있자 차우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봤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뒤뜰에서 들어오는 김혜숙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머니.”

온하나는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며 웃으면서 달려가 김혜숙을 부축했다.

말 없는 차별에 거실에 있던 세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그전까지 김혜숙은 건강했지만 얼마 전 심장 문제로 수술을 받아 몇 달 동안 요양 중이었기에 이번 생일 파티도 크게 하지 않았다. 자신이 일일이 상대할 수 없을뿐더러 그다지 시끄럽게 일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김혜숙은 소중한 사람이 생일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에 온하나를 본 순간 얼굴이 활짝 피었다.

“하나야, 얼마 만에 할머니 보러 오는 거야. 할머니가 죽으면 널 도와줄 사람이 없을까 봐 그러는 거야?”

말하며 눈을 부릅뜬 채 차우빈을 노려보는 김혜숙의 뜻은 분명했다.

“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몸이 이렇게 좋으신데. 젊은 사람도 이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해요.”

김혜숙을 부축해 거실에 앉은 온하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자신을 향한 못마땅한 눈빛을 무시했다.

3년 동안 참았는데 결국엔 죽 쒀서 개를 준 꼴이 되었다. 이젠 더 참을 필요도, 그들에게 밉보일까 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할머니 몸이 좋아졌어. 요즘 많이 먹어서 살도 쪘는데 우리 하나는 왜 이렇게 말랐어?”

김혜숙이 말하며 고개를 들어 차우빈을 노려보았고 두 눈에 담긴 질책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이어트한다고 저녁에 밥을 안 먹어요.”

웃고 있던 온하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남 탓하는 데는 일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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