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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특히 온하나가 차우빈의 귀에 대고 말할 때 차우빈이 살짝 몸을 기울이는 모습은 배려가 넘쳤고 평소 팽팽하게 맞서던 두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네 사람이 마주치자 차우연이 싫은 기색을 보였다.

“재수 없어. 나오자마자 원수랑 만나네.”

양지원이 부드럽게 달랬다.

“우연아, 그런 말 하지 마. 오늘 할머니 생신인데 다들 기분 좋게 보내면 좋잖아.”

차우빈이 경고했다.

“왔으면 말조심해. 할머니 기분 언짢게 하면 너부터 쫓아낼 거야.”

“오빠, 그래도 내가 사촌 동생이고 큰엄마가 날 데리고 왔는데 나한테 왜 이래?”

온하나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귀띔했다.

“말 가려서 해요, 아가씨. 자꾸 못된 소리만 하는 그 입이 할머니 미움 사기 충분한데 진짜 쫓겨나면 창피하잖아요.”

화가 난 차우연은 발을 굴렀고 오늘 김혜숙 생일만 아니었으면 온하나와 대판 싸웠을 것이다.

차우연이 온하나에게 못되게 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온하나가 이번에는 나서서 반격할 줄은 몰랐다.

온하나를 돌아보던 차우빈의 눈가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아내가 만만한 사람은 아닌가 보다.

양지원은 떠나는 차우빈과 온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몰래 이를 갈았고 차우빈의 놀라워하는 기색도 알아차렸다.

온하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잡것이 어떻게 차우빈 같은 훌륭한 남자를 얻었을까.

성큼성큼 걸어온 도기영은 양지원의 억울한 표정을 보고는 손등을 두드렸다.

물론 차우빈과 온하나를 본 그녀의 마음도 양지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엄마.”

나지막이 부르는 양지원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가득했고 도기영이 눈치를 주었다.

“일단 들어가. 심씨 가문에서 크게 파티를 열지는 않았어도 언론에서 냄새 맡고 왔을지도 몰라. 넌 공인이니까 이미지 관리를 잘해야지.”

양지원은 도기영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감정을 추슬렀다.

온하나와 차우빈이 거실에 들어서자 도우미는 곧바로 반갑게 소리쳤다.

“여사님, 도련님이랑 작은 사모님 오셨어요.”

거실은 양가 가족과 지인들로 가득 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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